자영업자 3개월새 27만명 급감… 코로나때보다 심각

세종=정순구 기자

입력 2025-03-11 03:00 수정 2025-03-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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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내수 부진
자영업자 감소 규모 9년만에 최대
정치불안-美관세에 올 전망도 우울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내수 부진이 깊어지면서 국내 자영업자 수가 최근 3개월간 27만 명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정치 혼란이 이어지는 데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까지 겹치면서 올해 자영업 전망도 밝지 않다.

10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자영업자 수는 5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577만 명) 이후 3개월 만에 27만 명이나 급감한 규모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영업자에는 농림·어업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자영업자 규모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절적인 영향을 고려해도 최근의 감소 폭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자영업자 감소 규모는 동기 기준 2016년 1월(전년 10월 대비 27만1000명 감소) 이후 9년 만에 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거셌던 2021∼2023년에도 자영업자 감소 폭이 이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때는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라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고금리·고물가가 길어지면서 미래를 그리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인구 고령화까지 고려하면 자영업자 감소는 이제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외식 경기는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정치 혼란이 길어지는 가운데 미국발(發) 관세 전쟁까지 더해져 추가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는 탓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외식산업 경기를 전망한 지수는 79.39로, 지난해 4분기(10∼12월) 전망 지수(83.65)보다 4.26포인트 하락했다. 해당 지수가 100을 넘으면 경기 호전을 기대하는 업체가 더 많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수행한 자영업자 500명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10명 중 6명(62.2%)은 올해 순이익과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크다고 해서 세제 혜택이나 금융 지원을 남발하는 것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경쟁에서 밀려난 자영업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폐업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다른 산업군으로의 재취업을 돕는 일자리 연계 사업 등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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