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 3社 “고급차도 대량생산해야 생존”

동아일보

입력 2012-12-19 03:00 수정 2012-12-19 09:2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수입차 점유율 50% 비결

BMW의 중국 내 합자법인인 브릴리언스BMW 선양 공장에서 근로자가 중형 세단 ‘5시리즈’를 조립하고 있다. BMW그룹 제공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30여 분간 지나간 차 4대 중 1대 정도가 수입차였다. 강남에서 수입차는 이제 ‘특별한’ 차가 아니다.

올해 수입차의 국내 승용차 시장 누적 점유율은 10%를 넘어섰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3사의 11월 기준 수입차 점유율은 50.0%다. 올해 전국에서 팔린 승용차 20대 중 1대가 독일산 고급차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고급차 3사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매스티지(대중적인 명품)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거품이 걷힌 가격과 소비자 인식의 변화도 있었지만 그 배경에는 독일 자동차회사들의 공격적인 생산량 확대정책이 깔려 있다. 고급차 회사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엄혹한 현실이 국내 자동차시장의 생태계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 독일차, 글로벌 판매 사상 최고치

독일 자동차회사들의 글로벌 판매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말까지 BMW는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한 166만4088대(미니·롤스로이스 포함)를 팔았다. 아우디는 12.7% 늘어난 134만4750대, 벤츠는 5.1% 신장한 119만4904대였다. 3사의 총판매량은 작년보다 9.5% 많은 420만3742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년 전만 해도 이들 업체의 연간 생산대수는 100만 대 안팎이었다.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적은 생산량을 유지하며 희소성을 중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시아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한편 과거에 없던 소형차를 잇달아 내놓으며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판매실적을 보면 유럽에서는 BMW(9.9%), 벤츠(3.0%), 아우디(―1.9%)의 성장세가 글로벌 평균보다 낮은 반면 중국에서는 BMW가 전년 동월 대비 62.3% 신장하는 등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에서 BMW는 1∼11월에 전년 동기 대비 20.8% 늘어난 2만6916대를 판매했다. 벤츠는 9.0% 증가한 1만9143대, 아우디는 43.5% 늘어난 1만4046대였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과 더불어 업체들이 기존보다 가격대를 낮추고 다양한 신차를 선보인 게 주효했다.


○ 고급차, 다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독일 3사는 과거와 달리 생산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BMW는 중국 선양 공장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1’의 생산을 시작했다. 브라질에서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조립공장을 짓고 있다.

벤츠를 보유한 독일 다임러그룹의 디터 제체 회장은 “2020년까지 연간 판매대수를 260만 대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우디는 멕시코와 중국, 헝가리 공장의 생산능력도 늘리기로 했다.

새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신차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BMW는 준중형급과 중형급의 틈새 모델인 스포츠세단 ‘4시리즈’를 내년 1월에 선보인다. 벤츠는 소형 쿠페(문짝이 2개인 스포츠형 자동차) ‘CLA’를 내년 출시한다. 아우디는 9월 파리모터쇼에서 소형차인 ‘A3 스포츠백’을 내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롤스로이스, 포르셰, 람보르기니, 애스턴마틴 등 소량 생산을 고집하던 고급차 회사들은 모두 대형 자동차업체에 인수됐다”며 “고급차 회사도 생산을 늘리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