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광고총량제 효과 축소 의혹… 지상파 편들기
김기용 기자 , 조종엽 기자 , 한정훈 기자
입력 2015-01-31 03:00 수정 2015-01-31 04:58
용역보고서, 분석대상 완판 프로그램 한정해 매출 줄여
학계, 2750억 매출 증대 예측… 방통위선 최대 638억으로 낮춰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했을 때 방송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측한 정부 용역 보고서가 ‘지상파 방송 편들기’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분석 대상을 광고가 모두 판매되는 인기 방송 프로그램으로만 한정하는 등 지상파 광고 매출 증가 효과를 일부러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이런 비난을 예상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으려 했지만 여론에 밀려 뒤늦게 공개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30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의뢰를 받은 ‘지상파TV 방송광고 편성규제 변화로 인한 방송광고비 변동 효과 분석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앞서 26일 한국신문협회는 ‘최성준 방통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공개행정 원칙을 지키라”며 이 보고서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만 광고총량제 효과
KISDI는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프로그램 편성 시간당 평균 9분(100분의 15), 최대 11분(100분의 18)까지 광고 허용시간이 증가하면 지상파 광고 매출 증대 효과는 최대 638억 원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1000억 원, 방송학회는 2750억 원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KISDI 수치가 다른 조사 결과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은 조사 대상 방송 프로그램을 광고가 모두 판매되는 이른바 ‘완판(완전판매) 프로그램’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MBC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KBS ‘개그콘서트’ 등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를 의도적으로 줄이려는 지상파 방송사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 분석을 위해 구성된 방통위 산하 방송광고산업 활성화 전문위원회 소속 한 교수는 “KISDI의 조사 방식은 지나치게 비약적인 가정 때문에 첫 공개 당시에도 논란이 컸다”며 “유료 방송의 반발을 의식해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를 의도적으로 줄이기 위해 짜 맞춘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 의뢰를 받은 KISDI는 완판 프로그램에만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지만 방송 시장에서는 다르게 보고 있다. 광고총량제가 도입돼 프로그램 광고 시간이 늘어나면 2, 3개 광고를 묶어 파는 ‘패키지 판매’가 대폭 증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광고 상품군이 다양해지면서 인기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광고가 더 잘 팔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다른 매체에는 타격
전문가들은 전체 광고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 광고가 증가하면 신문이나 유료 방송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특히 광고의 지상파 쏠림이 더욱 가속화돼 방송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분석과 함께 이뤄진 ‘총량제 도입 효과에 대한 광고주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주요 광고주들은 지상파 광고를 더 많이 집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설문은 국내 400대 광고주 중 지상파 광고 경험이 있는 135개 광고주가 대상이다.
설문에 따르면 광고시간 제한으로 광고를 구매하지 못한 경험을 가진 광고주들은 전체의 69%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광고를 구매하지 못한 경험이 ‘자주 있음’이라고 답한 광고주도 10%였다.
지상파 광고비를 증액하겠다고 밝힌 광고주 가운데 5명 중 4명(81.7%)은 다른 매체 광고비를 줄여 지상파 광고비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광고 예산을 신규로 증액하겠다는 광고주는 18.3%에 불과했다.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 광고가 1000억 원 늘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광고주들이 새롭게 광고비를 집행하는 비용은 183억 원에 불과한 것이다. 나머지 817억 원은 신문 등 다른 매체 광고에서 이전하는 광고비라는 얘기다.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은 종합편성채널, 유료 방송, 신문 등의 광고를 빼앗아 지상파 방송을 살찌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특히 신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도 “광고총량제는 황금 시간대 프로그램의 시청률 경쟁을 심화시켜 공익적인 프로그램은 새벽이나 심야 시간대로 밀려날 것”이라며 “시청자를 외면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용 kky@donga.com·조종엽 기자·한정훈 채널A 기자
학계, 2750억 매출 증대 예측… 방통위선 최대 638억으로 낮춰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했을 때 방송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측한 정부 용역 보고서가 ‘지상파 방송 편들기’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분석 대상을 광고가 모두 판매되는 인기 방송 프로그램으로만 한정하는 등 지상파 광고 매출 증가 효과를 일부러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이런 비난을 예상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으려 했지만 여론에 밀려 뒤늦게 공개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30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의뢰를 받은 ‘지상파TV 방송광고 편성규제 변화로 인한 방송광고비 변동 효과 분석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앞서 26일 한국신문협회는 ‘최성준 방통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공개행정 원칙을 지키라”며 이 보고서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만 광고총량제 효과
KISDI는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프로그램 편성 시간당 평균 9분(100분의 15), 최대 11분(100분의 18)까지 광고 허용시간이 증가하면 지상파 광고 매출 증대 효과는 최대 638억 원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1000억 원, 방송학회는 2750억 원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KISDI 수치가 다른 조사 결과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은 조사 대상 방송 프로그램을 광고가 모두 판매되는 이른바 ‘완판(완전판매) 프로그램’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MBC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KBS ‘개그콘서트’ 등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를 의도적으로 줄이려는 지상파 방송사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 분석을 위해 구성된 방통위 산하 방송광고산업 활성화 전문위원회 소속 한 교수는 “KISDI의 조사 방식은 지나치게 비약적인 가정 때문에 첫 공개 당시에도 논란이 컸다”며 “유료 방송의 반발을 의식해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를 의도적으로 줄이기 위해 짜 맞춘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 의뢰를 받은 KISDI는 완판 프로그램에만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지만 방송 시장에서는 다르게 보고 있다. 광고총량제가 도입돼 프로그램 광고 시간이 늘어나면 2, 3개 광고를 묶어 파는 ‘패키지 판매’가 대폭 증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광고 상품군이 다양해지면서 인기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광고가 더 잘 팔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다른 매체에는 타격
전문가들은 전체 광고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 광고가 증가하면 신문이나 유료 방송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특히 광고의 지상파 쏠림이 더욱 가속화돼 방송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분석과 함께 이뤄진 ‘총량제 도입 효과에 대한 광고주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주요 광고주들은 지상파 광고를 더 많이 집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설문은 국내 400대 광고주 중 지상파 광고 경험이 있는 135개 광고주가 대상이다.
설문에 따르면 광고시간 제한으로 광고를 구매하지 못한 경험을 가진 광고주들은 전체의 69%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광고를 구매하지 못한 경험이 ‘자주 있음’이라고 답한 광고주도 10%였다.
지상파 광고비를 증액하겠다고 밝힌 광고주 가운데 5명 중 4명(81.7%)은 다른 매체 광고비를 줄여 지상파 광고비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광고 예산을 신규로 증액하겠다는 광고주는 18.3%에 불과했다.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 광고가 1000억 원 늘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광고주들이 새롭게 광고비를 집행하는 비용은 183억 원에 불과한 것이다. 나머지 817억 원은 신문 등 다른 매체 광고에서 이전하는 광고비라는 얘기다.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은 종합편성채널, 유료 방송, 신문 등의 광고를 빼앗아 지상파 방송을 살찌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특히 신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도 “광고총량제는 황금 시간대 프로그램의 시청률 경쟁을 심화시켜 공익적인 프로그램은 새벽이나 심야 시간대로 밀려날 것”이라며 “시청자를 외면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용 kky@donga.com·조종엽 기자·한정훈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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