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반찬에서 ‘검은 반도체’로…백화점도 뛰어든 ‘프리미엄 김’ 시장
진도·목포=김다연 기자
입력 2026-01-27 16:58

낙찰된 물김은 오후 3~4시쯤 전남 목포에 있는 만전식품 공장으로 옮겨진다. 해수를 순환시키는 전처리 작업을 거친 뒤 두 차례의 이물 선별 작업과 절단, 숙성 과정을 거쳐 40도 온도에서 약 두 시간 건조되면 장당 2.8g의 마른김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은 백화점 유통 채널을 통해 프리미엄 김 제품으로 판매된다. 고대준 만전식품 상무는 “김 수요가 늘면서 백화점에서 프리미엄 김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고품질 원초 확보에 이전보다 더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 반찬의 대명사였던 김이 ‘검은 반도체’로 불리며 K푸드 대표 수출 품목으로 떠오르자, 백화점도 프리미엄 김 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자체 기획한 고가의 김 선물 세트를 잇달아 선보이며 고급 김 수요 선점에 나선 모습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올해 설을 맞아 자사 식료품 브랜드 ‘레피세리(L’Epicerie)’에서 프리미엄 김 선물세트 2종을 출시했다. 롯데백화점이 단순 매입 방식을 넘어 김 상품 기획부터 원초 선별 과정까지 관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품은 전통 김 제조사 ‘만전식품’과 협업해 11월 전후 딱 20일만 수확되는 ‘곱창돌김’으로 구성했다. 돼지 곱창처럼 구불구불한 형태의 곱창돌김은 일반 김보다 비린내가 적고 단맛과 식감이 뛰어난 원초로 꼽힌다. 가격은 1호 12만 원, 2호 8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통상 5만 원대인 일반 김 선물세트보다 가격을 높여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백화점이 김 상품 기획 전반을 주도한 배경에는 최근 높아진 K-김의 인기가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김 수출액은 지난해 11억3000만 달러(1조6339억 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1년 6억9300만 달러(약 1조23억 원)에서 4년 만에 수출 규모가 60% 이상 늘었다. 지난해 말 K푸드 수출 상위 품목 중 유일하게 미국 시장에서 관세 면제 혜택을 받으면서 김 수출 여건은 더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백화점에서도 외국인 김 매출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김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30% 늘었고, 외국인 고객 매출 비중은 2021년 3% 수준에서 지난해 30%까지 확대됐다. 취급하는 김 상품 수도 2020년 94종에서 지난해 122종으로 늘었다. 김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소매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수산물 유통종합정보시스템(aT KAMIS)에 따르면 마른김(10장) 소매 가격은 2022년 1월 평균 916원 수준이었지만 이달 26일 기준 1555원으로 약 70% 상승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김이 대표 수출 품목으로 떠오른 데다 가격까지 오르면서, 대중적인 김 시장과 별개로 프리미엄 김 시장이 따로 생겨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도·목포=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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