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짓눌려, 금융일자리 年2만개 사라진다

김재영 기자 , 조은아 기자

입력 2018-11-12 03:00:00 수정 2018-11-12 13: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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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금융이 강한 경제 만든다]
세계는 금융허브 경쟁 숨가쁜데 국내금융, 관치-규제 묶여 뒷걸음
4년새 외국社 8곳 철수-사업 축소… 금융 취업자 8만4000명이나 줄어


“홍콩, 싱가포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겠다.”

2003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이런 포부를 담은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이 꿈은 옛 추억의 그림자가 됐다. 외국 금융사를 유치하기는커녕 최근 4년간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등 8곳이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줄였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9월 발표한 ‘세계 금융 중심지’ 순위에서 서울은 33위로 6개월 만에 6계단 하락했다.

세계 각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의 족쇄 안에 가뒀던 금융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한 핀테크의 급부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세계 유수의 기업과 스타트업이 맞붙는 격전장이 됐다.

하지만 국내 금융산업은 여전히 관치와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뒷걸음질치고 있다. 소비자 보호는 강화하면서도 혁신의 물꼬를 열어주는 합리적 규제가 요구되지만 정치권과 당국은 금융규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다. 정부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고 인사에 개입하는 관행도 바뀌지 않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선 금융산업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이명박 정부의 ‘메가뱅크’,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 등 역대 정부는 성과와는 별개로 금융업 육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선 금융을 산업화하기보다는 규제의 대상이나 다른 산업을 지원하는 ‘서비스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금융 홀대론’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비판을 피할 순 없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보다는 관치와 규제에 순응해 손쉬운 돈벌이에만 안주하고 있다. 평균 임기가 2, 3년에 그치는 CEO들은 장기 전략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금융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은 줄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50%에서 지난해 4.96%로 떨어졌다. 금융업 취업자도 2013년 87만5000명에서 지난해 79만1000명으로 줄어 4년 새 일자리 8만4000개가 사라졌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금융은 국가 경제를 이끌 핵심 서비스 산업”이라며 “과도한 규제를 허물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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