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재규어 F타입 쿠페 “나네 나네 맛나네 스포츠카 맛나네”

동아경제

입력 2014-07-18 10:55 수정 2014-07-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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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가속력, 풍부한 배기음, 미끈한 차체에 모두의 시선을 이끌만한 희소성까지 스포츠카의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춘 자동차가 있다. 강렬한 붉은색 컬러와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을 때 가슴 깊숙이 전달되는 두려움과 묘한 쾌감까지 스포츠카의 진정한 맛을 느끼는데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서울 강남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포르쉐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수억 원을 지불하고도 1년을 넘게 기다려야 고귀한 자태를 볼 수 있는 이탈리아 태생의 슈퍼카들에 관한 것은 더욱 아니다.

스포츠 세단만을 고집스럽게 만들어 왔으며 향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역사 속에 스포츠카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브랜드가 최근 내놓은 2인승 스포츠카에 관한 이야기다.
브랜드 내에서 75년 이상 이어온 스포츠카 혈통을 계승하고 최신 첨단기술이 집약된 모델 ‘재규어 F타입 쿠페’를 시승했다.

F타입 쿠페는 역대 양산형 재규어 모델 중 가장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갖추고 재규어의 전설적 스포츠카 E타입의 혈통을 이어받은 모델이다. 이 모델의 추가로 재규어는 XK에 이어 스포츠카 라인업을 더욱 확대했다.

지난해 8월 2인승 컨버터블 F타입을 국내 첫 출시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거의 1년 만에 이 모델의 쿠페 버전 F타입 쿠페를 내놨다. 이 차는 지난해 11월 LA오토쇼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됐으며 국내에는 지난 5월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국내에는 사양에 따라 쿠페, S쿠페, R쿠페 등 세 가지 라인업으로 출시됐으며 먼저 출시된 컨버터블에 없던 고성능 R모델이 추가된 점이 특징이다.

각 모델의 성능은 최상위 R쿠페의 경우 5.0리터 V8 수퍼차저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69.4kg.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2초에 불과할 정도로 슈퍼카 버금가는 폭발적 가속력을 지녔다.

쿠페와 S쿠페에 탑재된 3.0리터 V6 수퍼차저 엔진은 각 모델별로 최고출력은 340마력과 380마력을, 최대토크는 45.9kg.m과 46.9kg.m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시간은 5.3초와 4.9초다.

경쟁모델로 지목될 포르쉐 911과 비교해선 카레라가 350마력, 카레라S가 400마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는 각각 39.8kg.m, 44.9kg.m을 발휘해 배기량이 더 작은 F타입 쿠페가 출력에선 부족하지만 토크에선 앞서는 모습이다. 또한 F타입 쿠페가 보다 다양한 라인업으로 선택기준을 넓혔다는 부분과 가격에서 앞선다.
시승모델은 중간트림의 S쿠페로 붉은색 외장에 누가 봐도 스포츠카로 인식될 디자인이다.

F타입 쿠페의 키를 한손에 쥐고 있으니 무한한 상상력에 빠져든다. 일단은 녀석의 성능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승 동선을 짜는데 머리를 굴렸다. 시간은 모두가 잠든 새벽을 선택했다. 언제나 교통체증으로 붐비는 도심에서 스포츠카의 진정한 맛을 즐기는 데는 그 방법뿐이다. 한적한 도로에서 과속과 난폭운전을 하겠다는 결심보다는 가속감과 여유로운 주행을 통해 차량의 특성을 충분히 즐기기로 했다.

새벽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고요했다. 붉은색 F타입 쿠페에 올라 센터페시아 부근 황금색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엄청난 배기음이 적막감을 깨뜨렸다. 창문을 모두 닫고 있었음에도 소리의 파장이 가슴까지 느껴질 정도다.
고급 가죽 소재로 마감된 실내는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됐다. 스포츠카의 특성상 화려하지만 단순한 배열로 각종 기기의 직관적 사용을 위해 용도에 따라 그룹화 시킨 부분이 눈에 띈다. 여기에 크롬과 어두운 색상의 알루미늄으로 마감된 소재들은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특히 스타트 버튼과 패들 시프트, 다이내믹 모드 스위치는 황금색 컬러로 처리해 강렬한 동력 성능을 시각적으로 전달했다.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으며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차량의 성능과 맞먹는 스티어링 휠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심야의 도심은 어디를 가더라도 고요하다. 3.0리터 6기통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속성은 1730kg의 차체를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8단 퀵시프트 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손실 없이 즉각적으로 바퀴에 전달한다.
S쿠페와 R쿠페에만 기본 장착된 어댑티브 다이내믹 시스템은 차체의 움직임과 스티어링 휠의 위치를 측정해 댐퍼의 강도를 조정함으로써 제어력과 민첩성을 향상시킨다. 특히 F타입 쿠페의 장점으로 지목할 만한 부분은 코너링에서 운전자의 예상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여 주는 조향감도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강원도 인제서킷에서 맛봤던 F타입 컨버터블보다 무게감은 더했지만 민첩성은 여전했다.

코너에서 차체는 도로에 밀착이라도 된 듯 역동적이지만 안정적이 주행이 가능했다.
잘 달리고 잘 멈추고 잘 돌아나가니 이 이상 재밌는 모델은 없다. 더구나 때에 따라 강력한 배기음이 운전자는 물론 주변의 시선을 단번에 끌 수 있으니 묘한 쾌감마저 자극한다. 스포츠카의 특성상 운전석에 오를 때 마다 극도의 집중이 필요해 장시간 운전은 심신을 피곤하게 한다. 하지만 일단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 연료게이지에 붉은 불을 확인하기 전까지 쉽게 자리를 뜰 수 없는 묘한 중독성을 지닌 모델이다.

재규어 F타입 쿠페의 가격은 쿠페 9840만 원, S쿠페 1억1440만 원, R 쿠페 1억715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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