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장애는 없다”… 보조기구 도움으로 게임 속에선 ‘펄펄’

지민구 기자

입력 2023-12-11 03:00 수정 2023-12-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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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계, 장애인 ‘게임 접근성’ 확산
자체기술 개발로 맞춤형 장비 지원
해외선 법 제정돼 복지제도로 정착
2년 전 국내 발의됐지만 국회 계류


지난달 27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에이트랙) 연구실에서 유광열 연구원이 ‘안경 마우스’를 활용해 슈팅 게임을 해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제공

“오, 정말 좋은데요? 손목도 안 아프고요.”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의 한 다세대주택. 다리와 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인 한종문 씨(51)는 감탄사를 계속 내뱉었다. 그는 온라인 액션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을 보조 기기의 도움을 받아 즐기던 중이었다. 왼쪽 손목으로 방향 레버를 조작하며 캐릭터를 움직이고 오른쪽 손가락으로는 큼지막한 버튼을 눌렀다. 한 씨는 제법 복잡한 기술까지 구현해 냈다.

에이트랙은 같은 달 13일 지체장애인 한종문 씨 집에 네 종류의 보조 기기를 설치해 온라인 게임을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름다운재단 제공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에이트랙) 연구원 2명은 이날 한 씨의 PC에 4개의 게임 보조 기기를 차례대로 설치했다. 기기별 구체적인 사용법도 알려줬다. 연구원들은 앞서 한 씨를 두 차례 만나 신체적 특징과 주로 즐기는 게임을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글로벌 기업 등이 개발한 게임 보조 기기를 구해 한 씨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한 것이다.

한 씨는 “예전엔 콘솔 게임이 너무 하고 싶어서 직접 버튼 같은 부품을 사서 만들어본 적도 있다”며 “전문가들이 개인 맞춤형으로 기기를 설치해 주시니 너무 좋다”고 했다.

10일 카카오게임즈에 따르면 올해 에이트랙을 통해 총 35명의 장애인에게 게임 보조 기기가 지급됐다. 카카오게임즈가 기금을 후원하고 아름다운재단과 국립재활원이 사업 운영과 자문 역할로 참여한 사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을 경험해 본 장애인 249명 중 84.3%가 ‘여가 목적으로 즐기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3.9%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최우수 카카오게임즈 ESG팀장은 “게임은 이미 누구나 즐기는 ‘문화생활’로 자리 잡았다”며 “장애인들도 불편함 없이 게임에 접근 가능한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에선 이런 ‘게임 접근성’이 법제화돼 하나의 복지제도 형태로 자리잡았다. 모든 온라인 게임이 장애인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법(CVAA)’은 미국에서 2013년 10월부터 시행됐다. 법은 게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기능과 기기를 개발할 때 장애인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서비스 종료 조치나 벌금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콘솔 ‘엑스박스’를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장애인을 위해 게임의 글씨 크기와 색상 등을 정해둔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외부에 공개한 뒤 주기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보조 기기도 직접 개발했다.

국내에선 2021년 4월 장애인 게임 접근성 개선을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의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여전히 계류 중이다. 카카오게임즈와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게임업체들은 자율적으로 게임 접근성 사업과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장애인 게임 접근성 개선 방안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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