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속도와 온도[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33〉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입력 2024-11-26 11:31 수정 2024-11-26 22:37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임순례 ‘리틀 포레스트’ 중
한겨울 눈길을 헤치고 혜원(김태리)은 고향의 빈집으로 내려온다. 차디찬 그 집에 혜원은 난로를 피우고 눈밭을 헤쳐 실해 보이는 배추를 뽑아와, 팔팔 끓인 배추된장국에 밥을 지어 맛있게 먹는다. 그 순간 차가운 집도, 그 집처럼 몸도 마음도 추웠던 혜원도 따뜻한 온기로 채워진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첫 도입부를 채우는 이 장면은 이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를 압축해서 담아 놓는다.
시험에도 떨어지고 남자 친구와도 소원해진 혜원은 그 현실이 겨울이다.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은데 삶의 온도는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무작정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에게 초등학교 동창이자 절친이었던 은숙(진기주)이 왜 돌아왔냐고 묻는다. 그러자 혜원은 말한다. “배가 고파서.” 눈길을 헤치고 돌아온 그가 먼저 따뜻한 밥 한 끼부터 챙겨 먹은 이유다. 그런데 혜원이 고픈 건 허기뿐일까. 돌아온 혜원을 환대해 주는 절친 재하(류준열) 역시 지방대를 졸업하고 서울에 취직했지만 상사의 폭언이 일상인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고향으로 돌아와 영농 후계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가 혜원에게 지나가듯 한마디를 던진다.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그 말에 혜원은 정작 중요한 일을 외면하고 그때 그때 열심히 사는 척해 온 자신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흔히들 열심히 사는 게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도 어째서 나아지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바쁘게 열심히 사는 ‘속도’의 삶이 우리를 따뜻하게 채워주는 건 아닐 수 있다. 한겨울 눈길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와 배추된장국에 밥 한 그릇 챙겨 먹고 온기를 느끼는 혜원의 모습이 새삼스러워지는 도시의 계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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