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 최강자 소니는 왜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만들었나[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입력 2023-07-13 11:00 수정 2023-08-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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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치형 가정용 게임기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판매된 게임기는 무엇일까요? 패미콤? 메가드라이브? 닌텐도 위? 다 아닙니다. 바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입니다.
지난 2022년 2월 해외 비디오 게임 매체인 IGN에 따르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2는 현재까지 누적 1억 5,900만 대가 판매되어, 콘솔 게임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게임기로 기록됐습니다.
역대 거치형 가정용 게임기 판매 2위 또한 1억 1천 7백만 대가 판매된 ‘플레이스테이션 4’로 집계되어, 이 두 플레이스테이션의 판매량을 더하면 ‘슈퍼 마리오’로 유명한 닌텐도의 패미콤(6,200만 대)이나 슈퍼패미콤(4,900만 대), 닌텐도 64(3,300만 대)를 아득히 넘어서니 대단한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소니의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 출처=소니
이처럼 소니는 90년대 중반에 플레이스테이션을 출시한 후 현재까지 가정용 게임기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Xbox)와 닌텐도의 스위치 등과 함께, 전 세계 게임기 시장을 3 등분하여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죠.

80년대와 90년대 초만 해도 TV와 워크맨 같은 전자기기 업체로 유명했던 소니는 왜 게임기를 출시했으며, 또 어떻게 게임업계의 강자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요?

사실 소니가 처음 게임기 시장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그 누구도 성공을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슈퍼패미콤’으로 시장을 장악한 닌텐도와 ‘메가드라이브’로 만만치 않은 기세를 자랑했던 세가가 소니의 참전에 대해 코웃음을 치는 상황이었죠. 실제로 소니 내부에서도 가정용 게임기 제작에 반대하는 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이런 소니가 글로벌 게임사로 발을 내딛을 수 있던 것은 1975년도에 소니에 입사한 쿠타라기 켄(久夛良木健) 덕분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쿠타라기 켄 / 출처=소니

쿠타라기 켄은 1983년도부터 1988년도에 우연히 소니 정보처리연구소 소속 시절, 방송국용 실시간 3D 특수 효과(VFX) 시스템인 ‘시스템 G’의 데모 영상을 보고 깊은 인상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 엄청난 3D 효과가 가정에서 구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늘 머리 한쪽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런 쿠타라기 켄에게 게임사업의 기회를 준 것은 다름 아닌 닌텐도였습니다. 소니는 이전부터 닌텐도의 패미콤 게임기에 PCM 사운드 시스템을 공급하면서 교류해 왔는데, 이후 닌텐도와 교류를 확대하여 차세대 게임기에 CD-ROM을 제휴해서 공급하기로 했었죠.

소니는 CD-ROM 개발을 위해 엄청난 돈을 들였지만, 어째서인지 닌텐도는 소니와의 제휴를 깨버리고 맙니다. 대신 필립스와의 전격 제휴를 발표한 닌텐도 앞에서, 뒤통수를 맞은 소니의 오가 노리오 대표가 격분한 것은 당연지사. 쿠타라기 켄을 부른 오가 노리오 대표는 자체 게임기 제작을 천명하게 되고, 플레이스테이션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기 시작하죠.

쿠타라기 켄은 자신의 평생 염원이었던 게임기 개발을 하면서, 기존의 게임기 하드웨어 개발사들이 2D 베이스의 기기를 만드는 것과 달리, 늘 머리에 있던 3D 특수 효과에 대한 기억을 살려 3D에 특화된 가정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을 만들게 됩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개발사들이 2D 게임만을 고집하고 있던 때라 게임을 만들어줄 외부 개발사를 모집하기가 힘들었지만, 오락실이나 게임센터 등에서 세가의 3D 대전 게임인 ‘버추어 파이터’가 인기를 얻으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게임업계에 급격한 3D 물결이 몰아쳤고, 여기에 쿠타라기 켄은 150만 엔이라는 저렴한 개발 장비 가격과 함께 프로그래머들의 개발 부담을 덜기 위한 꾸준한 라이브러리 지원 등을 통해 외부 게임개발사를 200곳 넘게 확보하면서 소프트웨어 공급에서도 승기를 잡게 됩니다.

엄청난 인기를 얻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 출처=소니
드디어 1994년 12월, 플레이스테이션이 정식 출시됩니다. 닌텐도의 야마우치 히로시 사장은 ‘저런 게 50만 대 이상 팔리면 물구나무서서 걸어간다’며 비웃었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은 출시 첫날 전국에 줄을 서며 초회물량 10만 대가 하루에 동이 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후 플레이스테이션은 라이벌이었던 세가의 세가새턴을 압도하며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게 되고, 1996년 2월에 스퀘어에서 ‘파이널 판타지 7’를, 1996년 말에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 7’까지 가져오면서 완전한 차세대 게임기 대전의 승자로 자리 잡게 됩니다.

물론 게임기를 출시했다고 해서 끝은 아니었습니다. 소니는 꾸준히 게임기를 개량하여 출시했고, 또 북미에서는 가격을 과감하게 낮춘 염가판 기기를 내놓는 등 승기를 잡기 위한 활동을 지속했습니다. 또 가전기기의 왕자로 군림했던 소니는 광고에도 탁월함을 보여서, 누구나 기억하기 쉬운 제스처나 효과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어진 플레이스테이션 2의 출시로 소니는 역대 최고의 판매량을 달성하며 전 세계 가정용 게임기의 전성기를 열었습니다. 이후 플레이스테이션 3과 4를 지나, 플레이스테이션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 19년이 지난 현재는 플레이스테이션 5까지 출시됐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의 최신작 플레이스테이션 5
이 플레이스테이션 5 또한 2023년 3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 4,000만 대가 출하되었을 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죠.

소니는 이제 게임업계에서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거인이 되어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소니는 이후 어떻게 게임기 사업을 이끌게 될까요? 이를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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