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창업자 퇴장에 엇갈리는 평가…“생태계 활력” vs “책임경영 외면”
지민구 기자
입력 2023-07-11 20:03 수정 2023-07-11 20:06
김봉진 창업자. 2018.10.16. 뉴스1
‘모바일 플랫폼 스타트업 창업자의 퇴장이 시작됐다.’
플랫폼 배달의민족의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설립한 김봉진 창업자가 7일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실상 회사를 떠나겠다는 뜻을 밝히자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같은 반응이 나왔다. 2010년부터 모바일 플랫폼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일궈 온 창업자들이 지분 매각을 거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시기가 다가왔다는 것이다.
11일 IT 업계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이미 2019년 12월 우아한형제들의 경영권 지분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직후부터 주요 보직 사임 등을 검토했다. 당시 DH에서 지분 인수 조건으로 경영 체계가 안정될 때까지 창업자가 일정 기간 대표와 의장직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면서 김 전 의장의 퇴임도 미뤄온 것으로 전해졌다.
창업자가 인수합병(M&A) 또는 기업공개(IPO)로 보유 지분을 매각하거나 회사를 성장시킨 뒤 경영 현장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것은 IT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이른바 ‘인터넷 벤처 1세대’로 불리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모두 현재 이사회 의장은 물론이고 이미 사내이사직도 내려놓은 상태다. 공통적으로 회사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후배 기업가 지원을 통해 IT 생태계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전 의장도 우아한형제들을 통해 후배 창업자 지원이나 사회 공언, 디자인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7일 사내 메일을 통해 “좋아하는 디자인 일을 (계속 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싶다”고 했다.
벤처 창업인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에 대한 업계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성공한 창업자가 다른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서면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과 “책임 경영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김 전 의장처럼 성공한 창업자가 회사에서 한 발 물러서 있다가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실험을 하고 후배 기업가를 돕는 것은 생태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IT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법적 책임이나 사회적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창업자는 각각 동일인(총수) 지정 문제나 ‘플랫폼 갑질’ 논란에 휘말린 시기에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해 비판을 받았다. IT 업계 관계자는 “창업자들이 회사 성장 후에도 경영에 깊게 참여하다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난받는 일을 피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스타트업 창업자가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는 일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콘으로 성장해 IPO 등을 준비하고 있는 모바일 플랫폼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플랫폼 유니콘으로는 야놀자,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컬리(마켓컬리), 직방 등이 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키운 주요 창업자들도 40대에 접어든 만큼 기존과 같은 경영 체계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창업 생태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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