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 바다 보이거나 마당 있는 집이 인기”[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허진석 기자

입력 2023-06-24 03:00 수정 2023-06-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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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거주 결합한 새 주거문화 꿈꾸는 ‘리브애니웨어’
여행사에서 일하며 ‘한달살기’ 관심… 뜻 맞는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창업
1년 이하의 단기 거주 숙소 임대… 국내외 숙소 1만채 넘게 등록
태국 치앙마이 등 해외로도 진출… “주거 체험 다양화 돕는 플랫폼”


리브애니웨어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어졌다. 오른쪽부터 김지연 대표이사와 김중현 최고기술책임자, 김민주 최고상품개발책임자. 김 대표이사는 “원하는 곳이 있으면 손쉽게 계약해 ‘일상 같은 여행, 여행 같은 일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한 달쯤 어디서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은 같은 기간의 여행과는 다른 욕망이다. 일상생활을 하지만 낯선 곳에서 여유롭게 지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낯섦을 만끽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어디 조용한 데 가서 한 달쯤 살다 오세요’라는 권유가 있다면 누구도 뿌리치기 힘들 것이다. 그만큼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욕구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부터 제주도나 외국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숙소를 구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외국에 있는 해당 숙소를 직접 보고, 잘 모르는 현지 계약 관행을 따라 계약을 해야 했다. 한 달 살 숙소를 구하기 위해 미리 한 번 다녀오는 수고를 해야 할 정도였다.

리브애니웨어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이 모여 ‘한 달 살기’에 특화된 풀옵션 숙소를 단기 임대해주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달 초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아기 유니콘’에 선정됐고, 지난달에는 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리브애니웨어 사무실에서 만난 김지연 대표이사(32)는 “거주와 여행이 결합된 새로운 여행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이에 맞춘 전문 서비스는 부족한 것을 기회로 보고 창업했다”며 “살아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자신의 취향과 경제적 여건에 맞는 숙소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했다.

●앱부터 만들어 예비 수요자 반응 보고 창업

리브애니웨어는 2020년 6월 설립됐다. 김 대표는 여행을 좋아해서 세종대 관광경영학과로 진학했다.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에 졸업 후 온라인 여행 플랫폼 회사에 취직했다. 외식 전문 빅데이터 서비스 회사와 여행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회사에서 마케팅과 해외영업의 경험을 쌓았다. 김 대표는 “5년간의 여행 관련 업무와 대학 재학 시절부터 관심 있게 봐 온 여행 트렌드의 변화를 볼 때 ‘한 달 살기’ 수요는 작지만 분명해 보였다”고 창업 배경을 밝혔다.

뜻이 맞는 직장 동료 2명과 창업을 준비했다. ‘한달살기’ 앱부터 먼저 만들어 소비자 반응을 살폈다. 국내외에서 한 달 살기를 하기 괜찮은 집들을 직접 발굴해 무료로 소개하는 콘텐츠들을 올렸다. 유일하게 운전면허가 있던 김 대표가 강원도를 수없이 오가는 수고를 하며 숙소 주인들을 만나 등록을 설득했다. 김 대표는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집주인에게 연락해 허락을 받고, 추가 정보를 확보하느라 밤을 새우는 일도 많았다”며 “그래도 우리가 올린 정보를 보고 실제로 묵어보겠다는 소비자들이 생기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공동창업자인 김중현 최고기술책임자(32)는 한국방송통신대 컴퓨터과학과를 나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여러 회사에서 여행 관련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했다. 공동창업자인 김민주 최고상품개발책임자(CPO)는 여러 온라인 여행사에서 여행 상품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회사를 설립한 때는 국내에 코로나가 유입된 지 5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김 대표는 “코로나 사태가 길게 갈 줄 몰랐다. 결국은 전화위복이 됐다. 당초 태국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외국에서 한 달 살기를 편히 할 수 있도록 하려던 계획을 국내 여행지로 초점을 맞춰 사업을 더 빨리 활성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사업 아이템보다는 창업자들에게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창업자들의 역량과 태도가 괜찮으면 사업 아이템은 언제든 전환될 수 있다고 여긴다.

●“화장실 비데 옵션까지 세세하게 설명”
숙소를 빌리는 기간으로 보면 리브애니웨어는 에어비앤비와 직방의 중간쯤에 있다. 1∼2박 정도의 단기 여행이나 출장보다는 길고, 1년이나 2년 단위로 집을 빌리는 주택 임대의 중간쯤에 있는 것이다. 리브애니웨어에서는 일주일과 보름, 한 달 정도의 단위로 숙소를 빌리는 것이 가능하다. 형식은 단기임대차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리브애니웨어가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빌리고, 그걸 소비자에게 전대하는 형식이다. 물론 소비자는 그 동네를 찾아갈 필요 없이 앱에서 간단하게 전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원하는 지역과 시기, 예산, 편의시설 조건 등을 올려두고 숙소를 제안받을 수도 있다.

한 달가량을 사는 집은 2∼3일 지내는 호텔과 달리 입지나 설비가 더 중요하다. 바다가 보이는지, 숲이 근처에 있는지, 마당이 있는지, 워케이션(휴가지에서 일하는 방식)이 가능한 설비가 있는지 등 수요에 따라 세세하게 구분해 소개한다. 공통적으로는 주방과 세탁시설이 잘 구비돼 있어야 한다. 김 대표는 “세탁기나 세탁시설이 없으면 주변 가까운 곳에 코인세탁소라도 있어야 한 달 살기에 불편함이 없기에 그런 점을 세세하게 살펴 등록한다”고 했다. 적지 않은 기간을 살아야 하기에 개인의 취향이나 편의성에 맞춘 옵션이 많은 편이다. 반려동물 동반 여부와 주차 방식은 물론이고 화장실에 비데가 갖춰져 있는지까지 살펴서 선택할 수 있다.

●“1개월 비용 17만∼2893만 원까지 다양”



리브애니웨어에서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숙소,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주택, 이층 단독 주택 등 수요자 취향에 맞춘 숙소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대부분의 숙소에는 조리 기구와 세탁기는 물론이고 그릇과 수저까지 구비돼 있다. 리브애니웨어 제공
한 달 살기 숙소를 제공하는 곳이 리브애니웨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교적 빠른 시간에 인지도를 넓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아기 유니콘에도 선정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현재 1만1000여 채의 국내외 숙소가 등록돼 있고, 앱 다운로드는 누적 130만 건이다. 작년 거래액은 140억 원으로 그 전년에 비해 4배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비교적 빠른 성장에 대해 “다양한 숙소를 보유하고, 숙소 선택을 편리하게 만든 앱의 사용 편의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리브애니웨어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지역은 제주도이고 다음이 강원, 서울, 경남, 경기 등의 순이다. 구체적인 지역으로는 강원 속초와 고성, 강릉, 서울, 제주 서귀포, 제주 애월, 경남 거제와 통영 등의 순이다.

리브애니웨어에 따르면 1개월 기준 평균적인 숙소 판매가는 원룸이 100만 원대, 독채는 200만 원대, 바다 전망의 아파트는 150만 원대다. 가장 비싼 숙소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방 3개짜리 고급 아파트로 2893만 원에 올라 있고, 가장 저렴한 곳은 태국 치앙마이 산띠탐에 있는 원룸으로 17만 원에 나와 있다. 김 대표는 “국외 진출은 이제 시작 단계로 최근 태국 치앙마이에도 직접 진출했다”며 “이번 투자 유치로 해외 진출에 보다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원하는 곳이 어디든 한 달쯤 살아볼 수 있게”
한 달 살기 트렌드는 기존 숙박업계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호텔 체인이나 제주도의 호텔 등에서도 한 달 숙박 브랜드를 준비하거나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금의 한 달 살기는 장기근속휴가자나 프리랜서, 퇴직자, 주부와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주 이용자다.

김 대표는 관광지나 시골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도 동네를 손쉽게 옮겨가며 사는 세상을 꿈꾼다. 휴가지에서 일하는 워케이션 문화를 넘어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는 주거문화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있냐는 발칙한 상상이다. 실제로 자신이 서울에서도 홍익대 입구 근처와 양재동, 대치동을 몇 개월 단위로 옮겨다니며 산 경험이 있다. 김 대표는 “몇 개월이라도 그 동네에 가서 살아보니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그 동네에 살아볼 때만 알 수 있는 시간대별로 다른 산책로 풍경이라든지 동네의 소소한 맛집을 누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런 세상이 되려면 단기임대 주택도 연 단위 임대 가격에 별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 김 대표는 단기임대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등록 주택이 더 많아지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다. 김 대표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거의 모든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문화가 가능할까 생각하지 않았느냐”며 “합리적 비용으로 여행과 주거가 결합된 생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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