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표 56%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겠다”

이지운 기자 , 신나리 기자 , 박경민 기자

입력 2024-04-23 03:00 수정 2024-04-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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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공론화 시민대표 설문 결과
與野 이견에 내달 29일내 처리 난항



국민연금 개혁안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대표단 10명 중 6명이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3차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공론화위는 지난달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소득보장안’과 내는 돈을 12%로 올리고, 받는 돈은 현행을 유지하는 ‘재정안정안’으로 연금개혁안을 압축해 공론화 숙의토론을 진행했다. 토론 전 진행한 1차 설문조사에선 소득보장안 지지 36.9%, 재정안정안 지지 44.8%로 나타났지만 숙의토론 후 3차 설문조사에선 소득보장안 지지 56%, 재정안정안 지지 42.6%로 역전됐다. 연금특위는 설문 결과를 참고해 최종 연금개혁안을 만든 뒤 다음 달 29일 21대 국회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37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간 입장 차가 여전해 연금개혁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가급적 이번 주 연금특위를 소집해 공론화위 보고를 받고 정치적 결단에 의한 합의를 여당에 촉구하겠다”며 서둘러 입법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반면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여야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입장 표명을 해버리면 (거대 야당이) 힘으로 누르겠다는 소리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1970년생 9%, 2025년생 30% 연금 내야… 미래세대 부담 커져”


[연금개혁 공론화]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는 案’ 채택땐
초반 ‘그대로 받는’ 재정안정 선호… 한달새 ‘더 받는’ 소득보장 기울어
“소득보장 선택땐 누적적자 눈덩이… 세계적 연금개혁 흐름에 역행”
국민연금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55년 기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막기 위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는 연금개혁안을 두 가지로 압축해 시민대표단 500명 앞에서 숙의토론을 진행했다.

연금개혁에 대해 학습한 시민대표단 과반(56%)이 최종 설문에서 선택한 안은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소득보장안’이었다. 이 안은 연금 고갈 시기를 2061년으로 6년 늦출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현행보다 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 망설이던 시민들 ‘소득보장안’에 쏠려

연금특위는 시민대표단을 대상으로 총 3차례 설문을 진행했다. 첫 설문(지난달 22∼25일)에선 내는 돈을 9%에서 12%로 늘리고 받는 돈은 현행을 유지하는 ‘재정안정안’이 44.8%의 지지를 얻어 소득보장안(36.9%)을 앞섰다. 하지만 의제 학습과 13∼21일 4차례 토론을 거친 뒤 결과가 뒤집혔다.

이는 첫 조사에서 ‘잘 모르겠다’며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지 않던 18.3%가 대거 소득보장안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3차 조사에선 1.3%로 대폭 줄었지만 재정안정안을 택한 이들은 1차 조사에서 44.8%, 3차 조사에선 42.6%로 큰 변동이 없었다.

재정안정안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토론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국민 입장에선 본인 부담 대비 받는 돈이 크게 늘어나는 걸 지지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며 “초반에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던 참가자들도 소득보장안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문제없다’고 설득하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소득보장안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토론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50, 60대 중에서 처음엔 얼마 안 내고 많이 받는 것 아니냐며 미안해하던 참가자가 많았다. 그런데 기존에 낸 부분에 대해선 소득대체율 인상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서 소득보장안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 소득보장안 누적 적자 702조 늘어

소득보장안은 연금 고갈 시점을 현행 2055년보다 6년, 재정안정안은 7년 늦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소득보장안의 경우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2093년까지 누적 적자가 현행 대비 702조 원 늘어난다. 반면 재정안정안을 선택하면 2093년까지 누적 적자가 1970조 원 줄어 재정 안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누적 적자가 늘어나는 만큼 미래 세대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보장안은 재정 적자를 악화시키고 미래 세대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세계적 연금개혁 방향에 역행하는 안”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공론화 진행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소득보장안이 선택되면 내년에 태어날 아이들은 평균 29.6%의 보험료율을 부담해야 한다. 이런 정보들이 시민대표단에 제공된 자료에서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 37일 남았지만…여야 합의 미지수

시민대표단의 선택이 곧바로 연금개혁안 최종안이 되는 건 아니다. 김상균 연금특위 공론화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론화 조사 결과는 참고자료이고 국회에서 최종 결정을 할 때 국민 뜻을 이해하고 결정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며 “마지막은 국회의 몫”이라고 했다.

결국 국회 연금특위가 21대 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 29일까지 37일 동안 최종안을 마련해 본회의 통과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여야의 견해차가 여전해 윤석열 정부 ‘3대 개혁’ 중 하나인 연금개혁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공약집에서 “국민 누구나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개혁하겠다”고 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소득보장안이 많은 지지를 얻은 것에 내심 흡족한 반응이다. 국회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 본회의를 다음 달 28일에 개최하자고 국민의힘에 제안했다”며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국회 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세대 간 보험료율에 차등을 두거나 재정 안정화를 위해 법률로 어떻게 정할 건지 등 구조개혁안을 확정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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