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진정한 ‘수소경제’로 가려면, 생산비 낮추고 해외의존 줄여야

이건혁 산업1부 기자

입력 2021-10-25 03:00:00 수정 2021-10-25 17: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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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총아 ‘수소 에너지’ 과제

지난달 9일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수소연료전지 기반 자율주행 콘셉트 차량 ‘트레일러 드론’이 전시장에서 시범 주행을 하고 있다. 수소시장 선점을 위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이건혁 산업1부 기자

《“수소경제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7일, 문재인 대통령)

고교 화학시간에 배우는 원소 주기율표의 원자번호 1번 수소(H). 우주에서 가장 존재량이 많고, 생물의 생존에 꼭 필요한 물(H₂O)을 구성하는 수소가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기업 관계자, 관료, 대통령, 국제기구 수장들까지 수소가 미래라고 말한다. 수소경제를 건설하면 미래 경쟁력 확보는 물론 탄소중립, 기후변화 등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장밋빛 계획의 이면에는 늘 그림자가 함께하는 법. 수소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수소의 생산부터 운반, 보관, 저장, 소비까지 ‘수소경제’라는 단어 속에는 한국 경제의 체질이 대대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 2050년 3000조 원 시장…탄소중립 달성 핵심 떠올라


수소경제 규모는 어느 정도까지 커질까. 수소 관련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인 수소위원회가 올해 2월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50년 글로벌 수소경제 규모는 2조5000억 달러(약 2950조 원)다. 2020년 대비 7∼8배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에너지 수요의 18%, 석유 기준으로는 132억6000만 배럴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려는 준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1973년 1차 석유파동이 발생하자 각국은 석유 의존을 줄일 대안 중 하나로 수소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수소에 대한 관심은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안 청정에너지로 급부상했다. 2003년 미국 주도로 IPHE(국제수소연료전지경제파트너십)가 창설되면서 수소에 대한 각국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한국은 수소경제 구축에 적극 대응하는 국가 중 하나다. 1998년부터 수소연료 전지 연구에 나선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전기차 ‘투싼ix’를 내놓았고, 진화된 수소전기차 넥쏘를 앞세워 현재 세계 수소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수소경제 생태계를 함께 키우기 위해 9월 ‘코리아 H₂ 비즈니스 서밋’을 열고 43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은 데 이어 이달 7일 국내 수소 사용량을 현재 22만 t에서 2050년 2700만 t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수소선도국가 비전’을 추가로 발표했다.


○ 탄소 배출 없는 ‘그린 수소’ 키워라


수소경제를 키우겠다는 청사진이 나오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역설적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 난제다.

수소는 물질 특성상 자연 상태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물 또는 메탄(CH₄)에서 분해해 내야 한다. 메탄을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그레이 수소’의 경우 수소 1kg에 이산화탄소 11kg이 배출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수소 생산량 7000만 t 중 76%가 이 공정에 따라 만들어졌다. 수소가 탄소 배출의 주범이 된 셈이다. 석탄을 가스화해 추출하는 수소, 정유 및 철강 산업에서 부수적으로 생산되는 수소가 나머지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완전히 포집하는 ‘블루 수소’, 아예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그린 수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그린 수소’는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으로 꼽힌다. 물을 분해하기 위한 전기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기 때문이다. 수소위원회 등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그린 수소의 비중은 2030년에야 10%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30년 블루 수소와 그린 수소로 전체 수소 사용량의 절반을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소 생산 비용도 문제다. 현재 국내 수소 충전소에서 수소 가격은 1kg에 평균 약 8400원. 현대차 넥쏘 6kg 탱크를 완전 충전하는 데 5만 원 정도가 든다. 수소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생태계 확대를 통한 대량 생산 체계 구축과 함께 기술 발전을 통해 생산 비용 자체가 떨어져야 한다.

각국 정부는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린 수소의 생산 가격은 현재 1kg당 평균 6달러 안팎이다. 맥킨지는 기술의 발전과 재생에너지 단가 하락 등에 힘입어 전 세계 수소 평균 가격이 60% 이상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 수소 시대에도 에너지 수입 불가피…대책 마련해야


한국은 재생에너지에서도 ‘에너지 빈국’이다. 자연환경 영향에 따른 일조량, 바람 세기 등 때문에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경쟁국들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그린 수소 생산 가격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에 따르면 현재 평균 6달러 안팎인 그린 수소의 1kg당 생산 비용이 2050년에도 최소 3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반면 미국은 최저 1.2달러로 추정됐으며, 중국과 캐나다 등도 1달러 선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맥킨지는 한국과 일본이 2050년에도 수소 ‘수입국’에 머물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생산된 수소를 수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수소경제가 구축되면 에너지 자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수소 비즈니스 서밋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이 수소 생산과 활용은 물론 수입, 유통, 보관 등까지 전방위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소 생산가격이 싼 지역의 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물론 수소를 안전하고 손실 없이 운반하기 위한 선박과 냉각 및 보관 기술까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소로 철강 제품을 만드는 기술인 ‘수소환원제철’을 연구 중인 포스코는 호주 가스기업과 그린 수소 생산 및 운반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들은 액화수소 운반선, 수소를 운반하기 위한 암모니아 추진선 등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1조3000억 원을 투자해 수소연료전지 공장 건설에 나섰다.

기업들은 수소경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목표(NDC) 강화처럼 탄소 배출을 줄이라는 압박만 할 때가 아니다”라며 “수소경제에 엄청난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도 예산과 제도를 충분히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혁 산업1부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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