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마운틴 라이언' 세 마리의 사연
노트펫
입력 2018-08-27 09:08 수정 2018-08-27 09:10
[노트펫] 미국의 야생 생태계에서 먹이 피라미드의 맨 위를 차지하고 있는 동물로는 마운틴 라이언, 그리즐리, 늑대가 있다.
이 가운데 마운틴 라이언(Mountain Lion)은 한국인들에게는 생경한 이름일 수 있다.
한국에서는 퓨마(Puma)로 더 잘 알려진 이 동물은 밥캣(Bob cat), 캐나다 스라소니(Canadian Lynx) 같은 미국에 사는 다른 야생 고양잇과동물을 덩치 면에서 압도한다.
미국인들은 간단히 라이언(Lion)이라고 종종 부른다.
미국에서는 늦가을은 사냥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그런데 사냥꾼들이 잡고 싶은 동물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힘을 가지거나, 당당한 체구를 가진 것들이다.
예를 들면, 성체 기준 수백 킬로그램을 훌쩍 넘는 사슴인 무스(Moose)나 엘크(Elk) 같은 것들이다. 특히 머리에 큰 뿔이 있는 수컷들은 과시욕이 있는 사냥꾼들에게는 좋은 타깃이다. 그리즐리, 흑곰, 마운틴 라이언 같은 포식자들도 인기가 높다. 사냥꾼들은 이런 포식자를 사냥하여 박제하거나, 트로피로 만들어 거실이나 사무실에 걸어 놓고 감상하는 것을 꿈꾼다.
필자는 사냥 같은 다른 동물의 목숨을 빼앗아야 하는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왜 하는지 이해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사냥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마치 낚시꾼이 월척을 자랑하듯이 그가 사냥한 곰이나 무스를 자랑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물론 그런 사냥들은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이루어 진 것이다.
최근 필자는 여러 곳에서 박제 마운틴 라이언을 보았다. 일부는 박제하기 위해 사냥되었고, 일부는 사고사를 당한 것이다. 그 사연들을 소개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것 같아서 소개해본다.
미국 북부 몬태나(Montana)는 인구가 적고, 야생동물이 많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사냥꾼들이 많이 모인다.
사냥을 좋아하는 한 사냥꾼이 운영하는 식당에는 그가 사냥한 흑곰과 마운틴 라이언이 전시되어져 있다.
멋모르고 방문해서 그곳에서 식사까지 해야 했던 필자는 식사하는 내내 박제된 동물을 보면서 ‘이런 것을 왜 전시하나’ 하는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텍사스 댈하트(Dalhart)에는 텍사스의 역사를 소개하는 XIT박물관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볼 것이 많은 그곳에서 뜻밖에도 마운틴 라이언 박제를 볼 수 있었다.
퓨마가 죽은 이유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가축을 잡으러 왔기 때문이었다. 소중한 가축을 지키기 위해 맹수를 사살해야만 하였던 농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었지만, 마운틴 라이언의 죽음은 그래도 안타깝기 그지없게 느껴졌다.
마지막 마운틴 라이언은 그랜드 캐년에서 과속 차량에게 로드킬 당해 지금은 공원 내 규정 속도 준수를 위한 교육 차원에서 구내매점에서 전시되는 것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에서 보았던 박제 라이언 중에서 가장 공익적인 목적으로 활동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실수로 자신의 천수(天壽)를 누리지 못하고 죽은 것을 보니 마음이 편치는 않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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