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추석 귀성 대신 “해외여행” “단기알바”
최원영 기자
입력 2023-09-25 03:00 수정 2023-09-25 04:40
성인 51% “고향 방문 계획 없다”
“부모님 미리 만나고 장기 여행”…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 2.7배로 급증
하루 15만원 구직 사이트 북적
“친척들과는 영상통화로 안부 나눠”

“부모님은 언제든 뵐 수 있지만 이런 ‘황금연휴’는 드물잖아요. 이번 연휴에 유럽에 열흘 동안 다녀오려고 연초부터 준비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6)는 추석 연휴 첫날인 28일 경기 안양시 부모님 댁에 들른 후 29일부터 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미리 부모님에게 양해를 구한 뒤 올 초 비행기 표까지 끊어놨다. 김 씨는 “연차를 나흘 쓰려고 했는데 임시공휴일이 생겨 하루 아낄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사흘 휴가를 낼 경우 최대 12일까지 쉴 수 있는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가족 친지들과 시간을 보내는 대신 여행을 떠나는 젊은층이 적지 않다. 인천국제공항에는 벌써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인천공항 측은 23일 하루 동안 약16만5000명이 공항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 하루 평균 인천공항 이용객은 6만여 명에 불과했다.
국내 여행을 오래 떠나는 경우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이시은 씨(28)는 올 4월 결혼 후 처음 맞는 명절임에도 양가를 찾지 않고 대신 남편과 28일부터 제주도에서 ‘일주일 살기’를 하기로 했다. 이 씨는 “여행에 앞서 지난 주말 양가 부모님을 미리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며 “양가 부모님 모두 ‘명절에 가족이 모두 모여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고 연휴를 자유롭게 활용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반대편에는 다른 이유로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 청년들이 있다. 취업 준비를 하거나 추석 연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려는 이들이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대학생 조모 씨(23)는 전남에 있는 큰집을 방문하는 대신 28∼30일 거주지 인근 대형마트에서 하루 10만 원씩 받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조 씨는 “30만 원이면 한 달 생활비의 3분의 1가량”이라며 “가뜩이나 고물가 때문에 힘든데 주머니 사정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친척들과는 영상통화로 명절 안부를 나눌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부천시에서 자취를 하는 직장인 주해연 씨(22)도 대구 본가에 내려가는 대신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다. 주 씨는 “물가와 출퇴근 교통비가 계속 올라 월 생활비가 5만 원씩은 더 든다”며 “하루 15만 원 이상 벌 수 있는 알바를 찾으며 구직 사이트를 검색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더 이상 ‘명절 귀성’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온라인 조사 전문 기관 피앰아이가 성인 남녀 3000명을 조사한 결과 과반인 51.2%가 “고향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 국민이 민족대이동을 하던 과거와 달리 명절을 재충전 등 개인 시간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며 “여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6번의 명절을 비대면으로 지낸 영향도 크다”고 진단했다. 또 “앞으로 귀성을 ‘언제든 가능할 때 하면 되는 것’으로 보는 인식은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부모님 미리 만나고 장기 여행”…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 2.7배로 급증
하루 15만원 구직 사이트 북적
“친척들과는 영상통화로 안부 나눠”

“부모님은 언제든 뵐 수 있지만 이런 ‘황금연휴’는 드물잖아요. 이번 연휴에 유럽에 열흘 동안 다녀오려고 연초부터 준비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6)는 추석 연휴 첫날인 28일 경기 안양시 부모님 댁에 들른 후 29일부터 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미리 부모님에게 양해를 구한 뒤 올 초 비행기 표까지 끊어놨다. 김 씨는 “연차를 나흘 쓰려고 했는데 임시공휴일이 생겨 하루 아낄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사흘 휴가를 낼 경우 최대 12일까지 쉴 수 있는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가족 친지들과 시간을 보내는 대신 여행을 떠나는 젊은층이 적지 않다. 인천국제공항에는 벌써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인천공항 측은 23일 하루 동안 약16만5000명이 공항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 하루 평균 인천공항 이용객은 6만여 명에 불과했다.
국내 여행을 오래 떠나는 경우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이시은 씨(28)는 올 4월 결혼 후 처음 맞는 명절임에도 양가를 찾지 않고 대신 남편과 28일부터 제주도에서 ‘일주일 살기’를 하기로 했다. 이 씨는 “여행에 앞서 지난 주말 양가 부모님을 미리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며 “양가 부모님 모두 ‘명절에 가족이 모두 모여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고 연휴를 자유롭게 활용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반대편에는 다른 이유로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 청년들이 있다. 취업 준비를 하거나 추석 연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려는 이들이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대학생 조모 씨(23)는 전남에 있는 큰집을 방문하는 대신 28∼30일 거주지 인근 대형마트에서 하루 10만 원씩 받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조 씨는 “30만 원이면 한 달 생활비의 3분의 1가량”이라며 “가뜩이나 고물가 때문에 힘든데 주머니 사정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친척들과는 영상통화로 명절 안부를 나눌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부천시에서 자취를 하는 직장인 주해연 씨(22)도 대구 본가에 내려가는 대신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다. 주 씨는 “물가와 출퇴근 교통비가 계속 올라 월 생활비가 5만 원씩은 더 든다”며 “하루 15만 원 이상 벌 수 있는 알바를 찾으며 구직 사이트를 검색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더 이상 ‘명절 귀성’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온라인 조사 전문 기관 피앰아이가 성인 남녀 3000명을 조사한 결과 과반인 51.2%가 “고향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 국민이 민족대이동을 하던 과거와 달리 명절을 재충전 등 개인 시간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며 “여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6번의 명절을 비대면으로 지낸 영향도 크다”고 진단했다. 또 “앞으로 귀성을 ‘언제든 가능할 때 하면 되는 것’으로 보는 인식은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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