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게임에 6년간 문잠근 中, 넉달새 12종 허가

전남혁 기자

입력 2023-03-27 03:00 수정 2023-03-27 03:1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작년 中게임시장 9년만에 역성장
시진핑 3기 출범… 경쟁촉진 나선듯
“자국 게임 경쟁력에 자신감” 분석도



한국 게임에 문을 걸어잠그던 중국 당국이 다시 문호를 개방하며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재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자국 및 외국 게임에 ‘판호’를 발급해 서비스를 허가하는 중국 당국은 이달 20일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 등 국내에서 제작하거나 국내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제작된 게임 5종에 대한 판호를 발급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당국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등 게임 7종에 대한 판호를 발급한 바 있다. 2017년 사드 배치 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의 일환으로 한국산 게임의 문을 걸어잠그던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12건의 무더기 판호 발급에 나선 것이다. 2017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약 6년간 중국이 판호를 발급한 국내 게임은 2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3번째 연임에 따른 중국 지도부 교체 등 정치적 상황과 시장 경쟁 촉진이 판호 개방의 주 배경으로 꼽힌다. 경기 악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둔화된 시장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중국 게임시장 매출은 약 2658억 위안으로, 2965억 위안이던 전년보다 매출이 약 307억 위안(약 5조8000억 원) 감소했다. 최근 9년새 처음으로 역성장에 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감소 추세에 진입한 자국 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외산 게임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중국의 판호 개방이 국내 기업들에 이익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게임 서비스를 좌우하는 판호 발급의 예측 불가능성이 여전하고, 대규모 인력 투입을 앞세운 중국 게임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출시된 중국의 모바일게임 ‘원신’은 출시 2년이 넘어가는 현재까지 국내를 포함해 미국, 일본 시장에서 높은 인기 순위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원신 개발진은 국내 게임사의 2∼3배가 넘는 1000명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 게임사의 개발력이 낮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중국도 ‘완전경쟁시장’으로 돌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호 발급도 경쟁력이 높아진 자국 게임에 대한 당국의 ‘자신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초 발간한 중국 콘텐츠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앞으로 외자 판호 발급이 늘어나 국내 게임이 중국산 게임과 경쟁을 벌인다고 해도, 그 과정이 순탄할 것으로 낙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시장 문호 개방이 한국에 당장 ‘훈풍’이라고 보기는 이르다.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