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으로 애플-구글 주식 살래요”

박민우 기자

입력 2023-01-25 03:00 수정 2023-01-25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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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주식계좌 3년새 7배로 급증
작년 설 때 1인 57만원 순매수
국내 삼성전자-해외 테슬라 인기
올해 조사서도 “예금보다 주식”



직장인 이모 씨(39)는 다섯 살 아들이 이번 설 명절에 받은 세뱃돈으로 테슬라 주식을 사주기로 했다. 그는 “작년 설 때는 세뱃돈으로 테슬라 1주를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는데 주식 액면분할에 이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올해는 2주를 사줄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세뱃돈이나 용돈이 들어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유망주를 사줄 생각”이라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한 가운데 세뱃돈 대신 ‘세뱃주식’을 선물하는 부모는 물론이고 직접 세뱃돈으로 주식을 굴리는 미성년 투자자가 늘고 있다. 투자 종목도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우량주에서 테슬라, 애플 등 해외 빅테크로 확대되는 등 이른바 ‘소년개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세뱃주식, 1인당 평균 57만 원

24일 미래에셋증권이 19세 미만 미성년자 주식 계좌를 분석한 결과 소년개미들은 지난해 설 명절이 낀 2월 세뱃주식으로 1인당 평균 2개 종목, 57만 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세뱃주식 가운데 41%가 코스피200에 속했고, 24%는 해외 주식이었다. 국내 주식 중에선 삼성전자가 가장 많았고, 해외 주식은 테슬라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에 개설된 미성년자 주식 계좌는 총 10만8000개로 3년 전인 2019년(1만5000개)과 비교하면 7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린 주식투자 열풍으로 일찌감치 투자에 눈뜬 10대가 늘어난 데다 어린 자녀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세뱃주식을 증여하거나 조기 재테크 교육에 나선 부모가 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긴축에 따른 증시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소년개미들은 여전히 세뱃돈으로 주식에 투자하길 원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고객 9629명과 17∼19세 청소년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청소년 응답자 58%는 주식, 41%는 예금성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또 청소년 응답자의 43%는 이미 본인 명의의 주식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다.

청소년 응답자들이 세뱃돈으로 투자하고 싶은 해외 주식으로는 애플(35%), 구글(23%) 등이 꼽혔다. 반면 부모가 자녀에게 가장 선물해 주고 싶은 해외 주식은 테슬라(40%)였다. 미성년 투자자들이다 보니 직접 운전할 수 없는 차량보다 ‘아이폰’, ‘에어팟’ 등으로 친숙한 애플이나 구글을 눈여겨본 것으로 풀이된다.
○ “세뱃주식, 장기투자로 접근해야”
그렇다면 세뱃돈 투자 성적은 어떨까. 지난해 받은 세뱃돈을 전부 주식에 투자했다면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설 명절 이후 코스피는 11.5% 떨어졌고,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지수도 각각 10.2%, 18.1% 하락했다. 만약 테슬라를 샀다면 주가가 51.6% 폭락해 원금이 반 토막 났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주가가 1년 전보다 크게 내린 만큼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주가가 조정을 많이 받았다”며 “주식시장의 추가 조정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예금보다는 분산된 주식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테슬라와 같은 성장주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장기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1년 정도 단기적으로 본다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를 볼 본토나 홍콩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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