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 “1900개 산업별 맞춤전략 짜야”

세종=김형민 기자 , 세종=최혜령 기자 , 세종=박희창 기자

입력 2022-07-02 03:00 수정 2022-07-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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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 무역적자 진단-해법


올해 상반기(1∼6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103억 달러)가 외환위기로 한국 경제가 휘청거렸던 1997년 상반기(91억6000만 달러)보다 더 커진 것은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했고 환율마저 고공행진을 하며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문제는 지난달 수출 증가율이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내려앉으면서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28년 동안 흑자를 냈던 중국과의 교역에서도 5, 6월 두 달 연속 적자를 봤다. 무역적자 기조가 만성화되면서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6% 달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환율 급등도 무역수지 적자 키워”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올해 상반기 2월과 3월의 소폭 흑자를 제외하면 모두 적자였다. 무역수지가 이처럼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이 크다. 올해 상반기 유가,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7.5%(410억 달러) 늘었다. 국내 산업생산에 핵심 원자재인 비철금속과 철강의 올해 상반기 수입액도 각각 30.2%, 29.7% 불어났다.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 가치 급락)도 무역적자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말 달러당 1180원대였던 환율은 현재 1300원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선 수출 가격이 싸지는 ‘환율 특수’를 누릴 법도 하지만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엔화, 유로화 등이 모두 약세여서 (수출 기업의) 환율 특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22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수출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원-달러 환율은 평균 1206.1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5월까지 10∼20%대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은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보인 것은 2021년 2월(9.3%) 이후 처음이다.

대(對)중국 무역수지도 지난달 12억1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5월(11억 달러 적자)에 이어 2개월째 적자다. 대중 무역수지는 1994년 8월 이후 계속 흑자였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가운데 봉쇄 조치 여파로 시장이 침체되면서 대중 수출은 1년 전보다 0.8% 줄었다.
○ 경제 전문가 6인 “성장률 2.6% 달성 불투명”



본보가 이날 경제전문가 6인을 대상으로 긴급 인터뷰한 결과 무역수지 적자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무역수지 적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주요국의 긴축,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대외 요인이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적자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경제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보다 심각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금융위기 때는 중국이라는 소방수도 존재했고 국제 공조가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분열의 시대’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쳐 이념적 대결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정부가 목표로 한 경제성장률 2.6% 달성은 불가능하거나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 경기도 금리 인상으로 안 좋아질 것”이라며 “2.6%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취약계층, 중소기업 등을 위한 재정 및 세제 지원을 하고,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1980년대 후반 경제위기가 왔을 때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극복했다”며 “한국도 1900개 이상의 산업을 분석해 맞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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