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서 술은 몇 잔까지? 소주는 왜 안 팔까?[떴다떴다 변비행]

변종국 기자

입력 2022-02-01 14:30 수정 2022-02-0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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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내 음료 및 음주가 많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내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는 폭력 및 폭행 행위에 이어 2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기내 사고입니다. 설 연휴에 약주 한잔을 즐기실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오늘은 항공사 및 승무원들에게 자주 들어오는 ‘기내 음주’ 관련 문의들을 바탕으로 기내 음주 문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 술을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나요?

국제선과 국내선을 구분해야 합니다. 액체류는 기내 반입이 제한된 품목 중 하나입니다. 국제선의 경우 액체류는 100ml 이하로 비닐 지퍼 백에 넣어 1개 정도를 가지고 탈 수는 있습니다. 사실상 술을 들고 기내에 탑승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국내선은 100ml 이상의 액체류도 가능합니다. 용량이 2L 이상이 거나, 70도 이상의 술이 아니라면 반입은 가능합니다. 그래서 술을 개별 용기에 넣어서 탑승을 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술의 반입이 된다고 해서 개별적으로 가져온 술을 마셔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항공사들은 개별적으로 가져온 술을 기내에서 마시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Q.기내에서는 술이 더 빨리 취하나요?

그렇습니다. 기내는 고산지대와 흡사하다고 보면 되는데요. 기내 공기 압력이 떨어지는 만큼 산소 농도도 떨어지게 되는데, 2400m 상공에서의 기압과 산소농도는 해수면의 약 75% 라고 합니다. 미국육군성에서 발간한 ‘고산에서의 행동교본’에도 고도가 높은 곳에서의 음주는 고산증을 악화시키기에 음주를 피하라고 명시돼있다고 합니다. 기내에선 두통과 어지럼증, 피로 등이 빠르게 발생할 수 있고 뇌 활동도 더뎌집니다. 평소 주량대로 마셨지만 기내에서는 몸에 나타나는 반응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기내에서는 왜 소주를 팔지 않나요?


항공사들도 상당히 난감해 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소주를 팔지 않는 이유를 종합해보면 △소주가 다른 술에 비해 취객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른 술에 비해서 냄새가 강하다 △소주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가 기내 주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등이었습니다. 면세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소주 판매 가격이 1500원 안팎인데, 면세를 적용해서 팔기엔 특별한 장점이 없어서 소주를 기내에서 팔지 않는다고 한 항공사도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제주항공이 소주를 기내에서 팔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요. “서비스 확대다. 소주 파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입장과 “기내 음주(이른바 소폭 등) 조장이냐”는 입장으로 나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소주로 불리는 제품들이 기내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Q.기내에 따로 들고 들어온 술을 마셔도 되나요?

안됩니다. 기내에서 제공되는 맥주나 와인 등은 승무원들이 일일이 숫자를 세고 있습니다. 승객들이 얼마나 술을 마시는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개별적으로 가져온 술을 몰래 마시면 승객이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승객들의 안전이 제어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또한 몰래 술을 마시다가 승객의 몸에 이상이 생기면 항공기가 회항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승객들과 항공사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됩니다.

기내 화장실 등에서 몰래 술을 마시다가 적발되는 승객들이 더러 있습니다. 항공사들은 “법적인 처벌은 아니나, 음주 후에 기내 난동 등이 발생하면 항공보안법 위반으로 책임을 져야 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가져온 술을 마시는 건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공통적인 입장입니다. 몰래 들여온 술을 마시다 적발 되면 제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항공 안전을 위해 금지된 음주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Q.기내에서 제공되는 술을 몇 잔까지 마실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제한은 없습니다. 그러나 통상 ‘3잔’ 정도 술을 준다고 합니다. 승무원들은 술을 자주 찾는 승객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승무원들끼리 “OO 좌석 고객님이 술을 많이 드신다”는 정보를 공유하며 기내 안전을 신경 쓰고 있습니다. 3잔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 승무원들이 절주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혈색이나 행동 등에 문제가 없고, 연거푸 마시지 않고 시간을 두고 마시는 경우엔 3잔 이상도 제공합니다. 그러나 승무원들이 음주를 과하게 했다고 판단할 경우 주류 제공을 금지하도록 돼 있습니다.




Q. 주류를 잔이 아니라 병 단위로 달라고 하면 주나요?

안 됩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주류는 잔으로 2분의 1 또는 3분의 2 정도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Q.기내에서 음주를 하다 문제가 생기면 처벌을 받나요?

당연합니다. 국내법 상 운항 중 음주로 인한 위해행위를 할 경우 징역 3년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비행기가 계류 중일 때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은 최근에서야 징역형의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음주로 인한 위해행위의 처벌 수위는 고작 벌금 100만 원 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벌금이 500만 원, 1000만 원 등으로 올라가다가 2017년 이후에야 징역형으로 처벌 수위가 올라갔습니다.

해외의 경우엔 처벌 수위가 매우 높습니다.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거나, 해외항공사를 이용하는 경우, 해외로 가고 있는 항공편 등에서 음주로 인한 위해행위를 하면 테러에 준하는 처벌을 합니다. 미국은 2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만 달러(약2억4000만 원)의 벌금형을 내리기도 합니다. 특히 음주를 한 뒤에 무기를 사용해서 위해 행위를 하면 종신형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6년에 괌으로 가는 국적 항공기에서 술 취해 담배 피우고 승무원에게 폭언을 퍼부은 승객에 대해 미국 법원은 징역 1년 6월에 1만5000달러의 벌금, 그리고 추방 조치를 내렸습니다. 2019년 미국 국적 항공기에서 승무원에게 난동을 부리고 앞좌석에 발을 올리는 등의 행위를 한 한국인 음주 난동 승객이 있었습니다. 당시 비행기는 회항을 했는데요. 미국 법원은 해당 승객에게 6개월 징역과 회항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 및 승객들 숙박료 등으로 2억 원의 배상 명령을 내렸습니다.


2016년 팝가수 리처드 막스가 대한항공 기내에서 만취해 난동을 부리는 승객의 제압을 돕기도 했다. 리처드 막스 페이스북 캡처


Q.승무원들이 음주를 하다 걸리면?

개인 승무원 및 항공사 징계 사유입니다. 항공사들은 큰 벌금을 냅니다. 승무원들이나 정비사들은 근무 전 음주 측정을 받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불시 점검을 나오기도 합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2% 이상이면 근무를 할 수가 없습니다.




Q.음주 전 탑승객을 거절할 순 없나요?

가능합니다. 항공보안법에 “항공운송사업자는 음주로 인하여 소란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 탑승을 거절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조사에 따르면 기내 음주 난동 승객의 대부분이 탑승 전부터 술에 취해있었거나, 개인적으로 몰래 들여온 술을 마셨던 것이 문제였다고 합니다.

이에 해외 항공업계에서는 술을 마신 사람을 탑승 시켜도 되느냐가 여전히 논쟁거리입니다. 영국은 2018년 공항에서 술을 덜 팔거나, 라운지나 바(BAR) 등에서 술을 덜 마시게 하자는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면세점이나 BAR 근무자, 공항 경찰, 공항 근무자들이 서로 협력해서 탑승 전 술을 많이 마시거나 특이 행동을 하는 사람을 모니터링 하자는 논의를 한 겁니다. 심지어 BAR에서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여권에 스캔을 해서, 음주를 과도하게 한 경우엔 탑승을 지연 또는 거절하자는 논의까지 했습니다. 보안관들이 공항 BAR 주변에 돌며 과도한 음주자를 감시하는 곳도 있습니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협력해서 음주 승객을 줄여보려 한 것이죠.


그러나 한국은 해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항공사들에게만 많은 책임을 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도 음주 승객을 거절할 수 있는 법이 있지만, “항공운송사업자” 에게만 이러한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공항 경찰과 공항 면세점, 라운지, BAR 등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협력하려는 해외와는 다르게 오로지 항공사에게만 탑승 거절을 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준겁니다.

사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 입장에서 승객의 탑승을 거절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거절 기준이 다르다보니 또 다른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고요. 이에 업계에서는 항공사의 요청이 있으면 공항 내 경찰들이 와서 음주 측정을 한 뒤 경찰 권한으로도 탑승을 제한시키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음주 측정을 항공사의 책임으로만 두지 말고 공항 관련 근무자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영역으로 둬야 한다는 것이죠.

기내 음주로 인한 문제는 항공 안전과 직결됩니다. 적당히 음주를 하는 문화와 절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새해에는 음주로 인한 불미스런 기내 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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