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 좌절됐지만… 현대重, 보름새 3조 수주 ‘순항’

이건혁 기자 , 김성모 기자

입력 2022-01-17 03:00 수정 2022-01-17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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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호황 덕분 큰 충격 없을 듯… 올해 수주 목표액 벌써 15% 달성
합병 염두 지배구조 재편 호재로… 한국조선해양 보유 현금 이용해
차입금 없이 신사업 투자할 수도, 조선 빅3 출혈경쟁땐 타격 가능성





현대중공업그룹이 3년 동안 준비해 온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좌절됐음에도 조선업 호황으로 인해 당장 충격은 받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신규 투자시기를 놓치거나 저가 수주 경쟁이 다시 벌어지면 현대중공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14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일본 공정위에도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 신고를 철회했다. 유럽연합(EU)의 합병 불허에 반발하기보다 일단 발 빠르게 ‘플랜B’로 돌입하는 모양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3년 전과 달리 최근 조선업이 장기 호황을 의미하는 ‘슈퍼 사이클’로 진입하면서 현대중공업 자체적으로 충분한 물량을 수주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서만 보름여 만에 3조 원 상당의 선박을 수주하며, 올해 수주 목표액 약 20조7060억 원(173억 달러)의 약 15%를 확보했다.

합병을 위해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조선업 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재편해둔 점도 호재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조선해양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SK그룹이 설립한 중간지주사 SK스퀘어처럼 한국조선해양이 신사업과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면 성장의 기회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큰 상황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차입금 없이 1조5000억 원의 현금을 보유한 한국조선해양은 신사업에 투자할 여유가 상당하다”며 “이 현금이 신사업 투자에 사용되면 한국조선해양의 정체성 확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초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친환경, 디지털 선박 기술로 조선산업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이끌고, 기술 중심의 엔지니어링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율운항기술 분야, 수소운반선, 이산화탄소운반선 분야 등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액화수소운반선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미국선급협회(ABS)와 선박 자율운항 기술표준 개발, 미국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합작사 설립을 협의하는 등 기술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지주 매출의 약 45%, 한국조선해양 매출의 85%가 조선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를 얼마나 균형 있게 바꾸느냐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좌절로 국내 빅3 조선사의 출혈 경쟁이 다서 벌어질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5일 ‘일본 기업이 괴로운 처지를 벗어날 좋은 기회’라며 “정상적인 경쟁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일본에 플러스”라는 일본 조선업체 관계자의 반응을 전했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가 한국과 중국에 밀려 현재는 점유율이 20%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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