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 사장 “연말 단체예약 50건 넘게 취소… 더 버틸 힘이 없다”

이소연 기자

입력 2021-12-17 03:00 수정 2021-12-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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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자영업자 반발]
방역 강화에 소상공인들 또 한숨


16일 서울 은평구의 한 식당에 ‘4인, 21시까지’라는 안내문구가 적혀 있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기로 함에 따라 18일부터 전국적으로 사적 모임은 4명까지, 식당·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연말에 잡아둔 단체회식 예약을 취소하는 전화가 오전부터 빗발치고 있어요. 현재까지 50건 넘게 취소됐네요. 단체회식 예약 건수로 연말연초를 나는데… 이제 더는 버틸 힘이 없습니다.”

16일 낮 12시 15분경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고깃집. 점심식사 시간인데도 4인 테이블 14개가 마련된 식당 안은 손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이 식당을 운영해온 김모 씨(36)는 “단체회식 예약이 집중되는 연말 대목을 바라보며 버텼는데 4인 인원 제한 때문에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며 “당장 이달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 인건비와 임차료도 내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16일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47일 만인 18일 0시부터 사적 모임 인원을 최대 4인,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하는 고강도 방역대책을 내놓자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방역대책이 발표된 이날 오전부터 전국 식당가에는 기존에 예약해뒀던 단체회식을 취소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자영업자들은 “이대로라면 연말에 식당 문을 여는 게 손실”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2층 규모의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65)는 “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직원 1명을 추가로 뽑았는데 거리 두기가 강화돼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인건비마저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지난해 초 19명이던 직원을 4명으로 줄였다. 그런데도 월 1000만 원이 넘는 임차료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소상공인 대출 7000만 원까지 받았다. 이 씨는 “빚까지 내서 겨우겨우 2년을 버텼는데 또다시 인원과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이제는 어떻게 버텨야 할지 살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7000명대를 웃돌며 강도 높은 거리 두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영업제한으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제대로 보상해주겠느냐며 우려했다. 경남 창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창수 씨(48)는 “자영업자들도 지금 같은 확산세에서는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거리 두기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자영업자가 겪은 손실을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는 정부를 어떻게 믿고 따르겠느냐”고 했다.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조치로 소상공인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는 ‘손실보상법’이 국회에서 올 7월 통과돼 이 씨가 받게 된 보상액은 82만 원. 이 씨는 “코로나19 전과 매출을 비교해보니 올 7∼9월 1800만 원가량의 손실을 봤는데 정부가 준 돈은 고작 80여만 원이었다. 이 돈으로는 한 달 관리비 100만 원도 못 낸다”며 “정부만 믿고 버텼는데 이제는 폐업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단체는 정부의 영업제한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2일 서울 도심에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자대위)는 “방역 실패의 책임을 자영업자에게 떠넘기는 거리 두기 방침을 더는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집회 강행 방침을 내놨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등 6개 소상공인단체가 포함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측은 다음 주 중 식당과 카페 문을 닫는 ‘단체 파업’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대표는 “지난 2년간 정부의 방역대책을 믿고 따른 결과 자영업자들은 수천만 원의 빚을 진 채 벼랑 끝에 섰다”며 “전국 6개 자영업단체 소속 100만여 개 업소에서 일시에 영업을 중단하는 단체행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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