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검사인가요?” 궁금할 땐 의사에게 물어보세요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1-12-16 03:00:00 수정 2021-12-1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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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말하는 ‘적절한 의료 기준’
적정 의료기준 모색하는 의사들… ‘현명한 선택’ 캠페인 열고 활동
단순 두통은 영상검사 안하는 등 학회별로 5가지 진료 리스트 선별
의사와 환자 간 신뢰 높이려면, 진료에 대해 묻는 것부터 시작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과잉진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흔히 찍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의학 전문가들이 모여 적절한 의료행위의 기준을 찾는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이 최근 심포지엄을 열었다. 17개 의학회가 모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명한 선택 캠페인의 간사를 맡아서 5년째 활동하는 정승은 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를 만나 적절한 의료 행위에 대해 들어 봤다.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한다.

“현명한 선택은 2011년 미국내과의사학회에서 시작한 캠페인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에 입각해 과잉진료로 인한 환자의 위해를 감소시키는 게 목표다. 어떤 검사나 치료를 하기 전에 환자와 의사가 더 많은 대화를 가질 것도 목표다. 학회별로 5가지 정도의 적정 진료 리스트를 뽑아서 의사와 환자들에게 진료 적정성 문제를 전달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어떤 내용이 도움이 될까.

적절한 진료 및 검사를 하자는 내용의 ‘현명한 선택’ 캠페인을 주도하는 은평성모병원 정승은 영상의학과 교수가 직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현재 대한내과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비뇨의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심장혈관흉부학회 등 5개 학회가 중요한 진료 목록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12개 전문 학회에서도 개발에 나섰다. 예를 들어 증상이 없는 담낭담석 환자에게는 통상 담낭절제 수술을 시행하지 않는다. 수술 후 합병증이 드물게 생길 수 있어서다. 그리고 무증상 세균뇨가 있는 노인에게는 치료 목적의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경우 항생제 치료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조영제 검사를 할 때는 과민반응이 있는지 알기 위한 피부반응 검사를 하지 않도록 한다. 피부 검사가 조영제 과민반응을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통증만 있기 때문이다.

―CT 등도 권고 내용이 있나.

“대한영상의학회에서는 총 5가지를 권고하고 있다. 우선 복통이 없는 환자에게는 통상 일반 복부영상검사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소아의 경우 급성 충수돌기염이 의심될 때, 초음파 검사에서 CT를 권고하기 전까지는 CT를 시행하지 않는다. 같은 부위에 CT 검사가 예정돼 있을 경우에는 일반 촬영을 동시에 처방하지 않는다. 단순한 두통이 있을 경우에도 영상검사를 하지 않는다. 가벼운 발목 염좌가 있는 어른의 경우 발목 X선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 현명한 선택에서 눈여겨보는 과잉진료 검토 사항이 있나.

“대한가정의학회에서 논의 중인 ‘임상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권하지 않는다’가 있다. 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는 모든 소아를 대상으로 비타민D 농도를 측정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가벼운 비타민D 결핍이 있는 무증상 환자가 햇빛을 충분히 쬐고 있을 경우 비타민 D 복용이 건강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말기 대장암 환자에게 치료 목적의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대한대장항문학회 방침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환자는 의사에게 무엇을 요청하면 좋나.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이 받는 검사가 무엇인지 직접 물어보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궁금한 점을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핵심은 △이 검사 또는 치료가 정말 필요한가 △검사나 치료는 어떤 위험이 있나 △더 간단하고 안전한 방법이 있는가 △검사나 치료 없이 관찰하는 것은 어떤가 △진료비용은 얼마인가 등 5가지다. 이런 질문은 의사와 논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질문을 통해 의사와 환자가 서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추가된 12개 학회가 현재 적정 진료 목록 개발의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이미 목록을 개발한 학회들도 추가 개발에 나설 것이다. 현재 미국에선 80개 이상의 전문학회가 현명한 선택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학회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일부 내용은 환자보다 진료를 보는 의사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전문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도움이 되는 내용을 골라 국민들에게 공지하고 홍보하겠다. 이번 캠페인의 참뜻은 의료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적정 진료 목록을 개발하고 보급해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있다. 더 많은 관심을 갖기 바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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