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급한 불’은 껐지만… 98% 中의존 못바꾸면 제2사태 우려

세종=송충현 기자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 박효목 기자

입력 2021-11-11 03:00 수정 2021-1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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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대란]中 요소 1만8700t 들여오기로

소량 생산되는 요소수 10일 오후 경기 안산시의 한 공장에서 요소수가 생산되고 있다. 이 업체는 요소수를 하루 평균 150t가량 생산했지만 최근 요소 확보가 어려워진 뒤 하루 5∼10t가량만 생산하고 있다. 안산=뉴스1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기존 계약물량인 요소 1만8700t을 들여오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끄게 됐다. 하지만 차량용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의 97.6%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선 언제든 중국발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요소처럼 국민 생활과 밀접하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별도로 관리하고 수급 위험신호를 감지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차량용 요소수 2, 3개월 치 추가 확보

10일 정부에 따르면 중국에서 들어오는 요소 1만8700t은 국내 기업들이 이미 중국과 계약해둔 물량이다. 차량용은 1만300t, 산업용은 8400t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차량용 요소 300t이 18일 중국 현지에서 한국행 배에 실릴 예정이다. 지난달 15일 중국의 수출 규제 이후 처음 반입될 물량이다. 차량용 요소 1만300t으로는 요소수 3090만 L를 만들 수 있다.

정부는 민간기업이 보유한 차량용 요소수 1561만 L의 재고도 확인했다. 이미 발표한 호주, 베트남 수입 물량과 중국 물량, 국내 재고를 더하면 약 2, 3개월 치 차량용 요소수를 확보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국내 보유량을 감안하면 2, 3개월 공급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용으로 사용될 요소도 내년 초까지 물량이 확보돼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올해 말까지 동계작물 재배에 필요한 요소 비료 수요량은 1만8000t으로 이미 확보된 완제품 물량(3만5000t)보다 적다고 밝혔다. 내년 1, 2월 공급 가능 물량도 9만5000t으로 예상 수요량(4만4000t)보다 많다.

민간기업도 요소수 확보에 나섰다.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은 이날 차량용 요소 1100t을 중국에서 추가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 인도는 중국의 규제 한 달 전 수입 늘려


급한 불은 껐지만 특정국에 의존하는 현재의 공급망 체계로는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수입품 1만2586개 중 특정 국가 의존도가 80%를 넘는 품목이 31.3%(3941개)에 이른다.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신규 요소 수입계약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미 들여오기로 한 기존 계약물량도 수출 검사 신청부터 완료까지 약 2주가 걸리는데 중국 측 사정에 따라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수출을 통제했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고 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출 전 검사를 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사실상 통제하고 있음에도 발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에 대해 경제 보복을 가할 때도 “보복 조치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요소수 대란의 원인이 중국과 호주의 외교 갈등이라는 점에서 향후 ‘경제안보’ 측면의 대응 체계의 중요성은 더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공급망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이 자국 의존도가 높은 물자를 압박용 카드로 쓸 수 있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해외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 어려운 품목이라면 정부가 위험신호를 빨리 인지해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처럼 중국에 요소를 의존하는 인도는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 한 달 전 이미 요소 수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팡정선물연구원 등에 따르면 인도는 9월에 요소 82만 t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9월 중국의 요소 수출량(109만 t)의 약 75%를 인도가 가져간 것이다.

○ 청와대 ‘요소수 대란 언론 탓’ 논란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늦었지만 정부가 지난주부터 굉장히 빨리 움직여 단기간에 대응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관련 정보를 더 빨리 의미 있게 받아들여 예측하고 준비했어야 한다는 점은 뼈아프게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도 한 번 짚어보기로 했다”며 늑장 대응을 사실상 인정했다.

하지만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언론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요소수) 비축 물량을 갖고 있고 대비가 돼 있는데 ‘대란’이라며 (언론이) 자꾸 국민 불안을 부추기니 매점매석이 일어나고 수급 차질이 생기는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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