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반대표에도 다수결로 투자 결정… SK의 ‘이사회 경영 실험’
곽도영 기자
입력 2021-10-14 03:00 수정 2021-10-14 03:05
이사회 중심경영 속도내는 SK㈜
올초 SK㈜ 영문 사명 변경때도… 이사회 하루 더 열어 끝장 토론
이사회 중심, ESG 경영 흐름 중…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 혁신 핵심
이찬근 이사 “한국 재계도 이사회가 제동 걸 수 있는 구조로”

#1. 올해 8월 SK㈜ 이사회가 열렸다. 경영진이 ‘H사’에 대한 투자를 제안해 열린 이사회였다. 수년 전 투자한 것에 더해 추가로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SK㈜ 지분 18.4%를 보유한 1대 주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는 전략적 투자자를 우리가 유치해 주는 게 좋겠다”며 반대했지만 7명의 이사가 찬성하면서 SK㈜는 추가 투자를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 지난달 SKC 이사회에서는 영국 음극재 기업 ‘넥시온’과의 합작투자 안건이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배터리 소재 사업 확대 자체는 동의하지만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경영진이 추진하는 투자 안건을 이사회가 부결시킨 것은 국내 대기업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SK그룹의 ‘이사회 중심 경영’ 실험이 재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글로벌 산업계 및 투자업계에서 지배구조를 기업 평가의 주요 요인으로 주목하는 가운데 SK그룹이 이사회를 최고경영자(CEO) 평가와 보수, 주요 경영사안 의결 등 의사결정의 중심으로 삼는 실험에 나섰다.
이사회는 상법이 정한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대기업에 대해 이사회는 형식적 추인 기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런 구조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흐름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은 글로벌 ESG 경영 흐름 중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의 혁신을 위한 핵심 요소다. 그룹 내 이사회 중심 경영 실험을 이끄는 SK㈜에서 2018년부터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이찬근 이사는 “투자 지주회사로 해외 투자자와 접점이 많은 SK㈜가 지배구조에서 글로벌 표준 도입 속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한국 재계에도 이사회가 대주주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구조가 발전해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그간 지배구조와 관련해 한국 기업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고 본 게 사실”이라며 “이제 이런 시각을 우리 스스로 없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SK㈜의 영문 사명 변경 당시에도 이사회에서 치열한 논의가 벌어졌다. 경영진은 ‘SK홀딩스’를 ‘SK Inc.’로 변경하는 안을 제안했지만 사외이사 쪽에서 ‘SK&컴퍼니’를 제안하는 등 다른 의견들이 나왔다. 하루 종일 토론했는데도 결론이 나지 않자 이사진은 즉흥적으로 이사회를 하루 더 열기로 했다. 결국 추가 조사와 끝장 토론을 통해 ‘SK Inc.’로 합의에 도달했다.

해외 기업들은 창립자나 CEO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거나 회사 외부 인사들이 이사회에 참여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에릭 슈밋 전 알파벳(구글 모회사) 회장은 소프트웨어 회사 ‘노벨’ 출신으로 외부 영입된 뒤 창업자들을 대신해 10년간 구글을 이끌다 2017년 말 “이제는 알파벳이 진화할 시기”라며 알파벳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했다. 애플 이사회엔 구글, 항공사 보잉,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외부 출신 경영자들이 포진해 있다. 끊임없는 외부 수혈, 이사회 내 협치가 기업의 건강한 발전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사업본부장은 “최근 주요 기업들의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흐름은 긍정적이다. 지속적으로 거버넌스 이슈 개선을 위해 외부 자문과 내부 감시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올초 SK㈜ 영문 사명 변경때도… 이사회 하루 더 열어 끝장 토론
이사회 중심, ESG 경영 흐름 중…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 혁신 핵심
이찬근 이사 “한국 재계도 이사회가 제동 걸 수 있는 구조로”

#1. 올해 8월 SK㈜ 이사회가 열렸다. 경영진이 ‘H사’에 대한 투자를 제안해 열린 이사회였다. 수년 전 투자한 것에 더해 추가로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SK㈜ 지분 18.4%를 보유한 1대 주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는 전략적 투자자를 우리가 유치해 주는 게 좋겠다”며 반대했지만 7명의 이사가 찬성하면서 SK㈜는 추가 투자를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 지난달 SKC 이사회에서는 영국 음극재 기업 ‘넥시온’과의 합작투자 안건이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배터리 소재 사업 확대 자체는 동의하지만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경영진이 추진하는 투자 안건을 이사회가 부결시킨 것은 국내 대기업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사회는 상법이 정한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대기업에 대해 이사회는 형식적 추인 기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런 구조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흐름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은 글로벌 ESG 경영 흐름 중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의 혁신을 위한 핵심 요소다. 그룹 내 이사회 중심 경영 실험을 이끄는 SK㈜에서 2018년부터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이찬근 이사는 “투자 지주회사로 해외 투자자와 접점이 많은 SK㈜가 지배구조에서 글로벌 표준 도입 속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한국 재계에도 이사회가 대주주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구조가 발전해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그간 지배구조와 관련해 한국 기업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고 본 게 사실”이라며 “이제 이런 시각을 우리 스스로 없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SK㈜의 영문 사명 변경 당시에도 이사회에서 치열한 논의가 벌어졌다. 경영진은 ‘SK홀딩스’를 ‘SK Inc.’로 변경하는 안을 제안했지만 사외이사 쪽에서 ‘SK&컴퍼니’를 제안하는 등 다른 의견들이 나왔다. 하루 종일 토론했는데도 결론이 나지 않자 이사진은 즉흥적으로 이사회를 하루 더 열기로 했다. 결국 추가 조사와 끝장 토론을 통해 ‘SK Inc.’로 합의에 도달했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사업본부장은 “최근 주요 기업들의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흐름은 긍정적이다. 지속적으로 거버넌스 이슈 개선을 위해 외부 자문과 내부 감시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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