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탄탄”도 맞고 “곳간 비어간다”도 맞다?…발언 진의는

뉴스1

입력 2021-09-09 05:10 수정 2021-09-09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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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안도걸 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1.9.8/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가 재정을 두고 하루 만에 ‘말 바꾸기’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홍 부총리는 “(나는) 초지일관 메시지를 드렸다”면서 “정말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선진국과 비교할 경우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외 신용도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악화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 강등 등 커다란 문제로 비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즉, 홍 부총리가 “곳간이 비어간다” 한지 하루 만에 “재정이 탄탄하다”고 언급한 것은, 모순이라기보다 미래 나라 살림에 대한 걱정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금은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2년 뒤부터는 반드시 정상화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8일 예결위 전체회의. 2021.9.8/뉴스1
새해 예산안을 심사 중인 국회에서는 이번 재정 논쟁을 바탕으로 여야 간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일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0회계연도 예산 결산 심사에 참석해 자신의 논란과 관련한 박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정말 속상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지금과 같이 탄탄한 재정을 유지하려면 늘어난 지출을 언젠가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일관된 주장이었다는 취지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초지일관 메시지를 말씀 드렸는데 한 쪽만 뚝 떨어뜨려서 번복했다 하는 건…(저는 회의를) 지켜보는 국민들께서 잘 이해하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말 바꾸기 논란은 지난 6일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시작됐다.

당시 홍 부총리는 “곳간에 곡식을 쌓아두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의원님은 (곳간에 곡식을) 쌓아두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은)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튿날 홍 부총리는 같은 당 김한정 의원이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라면서 전날 발언에 정정을 요구하자 “재정은 아직까지는 선진국에 비해서는 상당히 탄탄하다”고 해명했다.

이는 홍 부총리가 하루 만에 국가 재정 상태에 대한 진단을 뒤집은 것으로 읽히며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국가 재정을 바라보는 홍 부총리의 시선을 뜯어보면 “재정이 탄탄하다”도, “곳간이 비어간다”도 모두 맞는 말이 된다.

앞서 홍 부총리는 ‘현 재정은 선진국 대비 양호한 상태이기에 확장 기조를 고수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같은 기조를 유지할 수는 없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예컨대 홍 부총리는 내년도 본예산 총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8.3% 늘어난 604조4000억원으로 편성해 제출하면서도, 2023년부터는 지출을 정상화한 뒤 2025년부턴 재정준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 News1
일견 앞뒤가 안 맞는 행보처럼 보일 수 있으나, 각종 지표를 따져보면 틀린 생각은 아니다.

지난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채무 비율은 110.0%로, 한국의 42.1%를 크게 웃돈다. 이와 관련해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 절대 규모 측면에서 GDP 대비 47% 수준이고 OECD 평균이 120%이므로, 선진국과 비교해 본다면 아직까지는 (재정 상태가 양호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 4월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작년 말 48.7%에서 2026년 69.7%로 6년 만에 27.5%포인트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상승 폭이 에스토니아, 영국에 이어 OECD 회원국 3번째다.

홍 부총리는 “채무 증가 속도가 문제”라며 “코로나19 위기로 다른 나라의 채무도 크게 늘었지만 우리 국가채무 비율이 조금 빠르게 증가한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홍 부총리는 오히려 국회를 직격했다. 재정 건전성 악화 속도를 제한할 수 있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1년째 일절 논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홍 부총리는 “늘어나는 국가채무 문제로 인해 (지난해 10월) 재정준칙 도입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1년간 논의가 없었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정준칙이 정부안 대로 도입되면 우리나라는 2025년도부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이에 앞서 2023년부터 재정 지출을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야가 지금껏 재정준칙을 방치한 것은 향후 수년간 이 같은 ‘사실상의 긴축재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기에 여야 모두 대선을 앞두고 몸을 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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