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빚투 개미’ 부메랑… 주식 강제처분 7월까지 6만건, 4800억

박민우 기자

입력 2021-09-08 03:00 수정 2021-09-08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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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10곳, 반대매매 4834억
‘급등후 조정장’ 2~3월에 몰려… 대출 상환 많은 종목, 하락률 커
신용거래융자 규모 25조원 달해, “지난달 하락장에도 쏟아졌을듯”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가 이를 갚지 못해 주식을 강제 처분당한 ‘반대매매’ 규모가 48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25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지난달 하락장 이후에도 반대매매가 쏟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주가 하락이 계속되면 반대매매도 급증할 수밖에 없어 ‘빚투’(빚내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10개 증권사(미래에셋 NH투자 한국투자 삼성 KB 키움 대신 유안타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에서 개인투자자의 신용공여 반대매매 규모는 4834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반대매매 건수(5만9891건)는 6만 건에 육박했다.

월별로 보면 2월(818억 원)과 3월(876억 원)의 반대매매 규모가 컸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코스피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급등할 때 ‘빚투’에 나섰다가 2, 3월 지수가 조정을 받자 반대매매를 당하거나 자발적으로 상환에 나선 개미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 초 3,200 선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탔던 코스피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 등의 여파로 2, 3월 큰 변동 폭을 보이며 횡보세를 이어갔다. 이 여파로 증권사에서 신용공여를 많이 받았다가 상환한 상위 종목 대부분이 이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주가가 급락하자 증권사들이 대출을 회수하기 위해 반대매매에 나섰거나 투자자들이 손절에 나서면서 대출을 갚았다는 뜻이다. 신용공여 반대매매는 통상 매수한 날 가격보다 30% 이상 주가가 빠지면 발생한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월 대출 상환 상위 5개 종목인 기아(―11.48%) 삼성전자(―4.84%) SK이노베이션(―9.39%) 셀트리온(―7.75%) LG전자(―13.82%) 등은 일제히 하락했다. 3월에도 대출 상환 규모가 컸던 SK이노베이션(―15.93%)과 SK케미칼(―33.55%)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국내 증시가 연일 급락세를 이어간 지난달에도 신용공여 반대매매가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3∼20일 코스피는 3.5%(110.78포인트) 급락하며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조정장이 계속되면 빚투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반대매매를 당해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연초 19조 원대였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18일 25조6112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이달 들어서도 25조 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거래융자가 25조 원 수준까지 불어난 상황에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반대매매 규모도 역대급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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