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미래 경쟁력, 리사이클링에 달렸다”

전승훈 기자

입력 2021-06-22 15:00:00 수정 2021-06-23 11: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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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는 환경 리사이클링 소재의 용기가 아니면 생산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화장품 용기의 글로벌 경쟁력은 최첨단 리사이클링 기술에 달려 있습니다.”

경기 김포시에 있는 우성플라테크는 국내 1위의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다. LG생활건강과 같은 국내 화장품 뿐 아니라 로레알, 랑콤, 에스테로더와 같은 글로벌 명품 화장품 회사들도 이 회사가 만든 플라스틱 용기를 쓴다.

허남선(60) 우성플라테크 대표는 고졸 기업인으로서 평생 첨단기술 개발에 힘써 500억대 매출규모의 회사로 키워 온 경영인. 그는 최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하는 167호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화장품은 유리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허 대표는 1999년 창업 후 유리만큼 내화학성이 뛰어내고, 고급스러운 플라스틱 용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끝없는 소재 개발과 성형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그 결과 ‘투명유리 대용 페트 화장품 용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화장품 용기를 플라스틱으로 만들게 된 계기는.

“유리는 추운날씨나 해외배송 중 냉동창고에서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플라스틱 용기는 유리에 비해 무게가 3분의1로 가볍고, 잘 깨지지 않는다. 그런데 페트(PET)는 두꺼워지면 뿌옇게 탁해지는 것이 문제였다. 오랜 실험 끝에 페트를 순식간에 냉각시키는 ‘헤비블로우 성형’ 기술로 두꺼운 PET를 유리병처럼 투명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참고자료(뉴스1 DB) © News1
그가 만든 특수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는 친환경 리사이클링으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 저감’이 핫이슈입니다. 유리는 1200도의 열로 규사를 녹여서 만들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가스와 전기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반면 플라스틱은 220~280도에서 녹습니다. 생수병이나 콜라병을 만드는 페트와 동일한 소재로 만드는 ‘헤비블로우’ 화장품 용기는 100% 리사이클링이 가능합니다.”

허 대표는 플라스틱과 금속 스프링이 섞여 있어 재활용이 불가능했던 화장품 용기의 펌프까지도 100%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럽에서는 2025년부터는 ‘PCR(재활용 가능)’ 플라스틱 소재를 쓴 용기가 아니면 아예 생산허가가 안 나옵니다. 또한 앞으로는 리사이클링 소재를 쓰더라도 색깔이 들어가 있는 것은 분리배출이 안되기 때문에, 모든 화장품 용기가 투명한 용기에 떼기 쉬운 라벨만 붙일 것입니다. 라벨을 떼지 않아도 되도록 PP용기에는 PP라벨을 붙이고, PET에는 PET소재 라벨을 개발해 붙이는 기술도 연구 중입니다.”

우성플라테크는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30% 이상 올랐다. 직접 개발한 친환경 특허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개발한 손세정제가 지난해 7000만개 팔린데 이어, 올해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에 손세정제를 대량공급하기로 계약돼 있다.

허 대표의 우성플라테크는 고졸사원들을 우대하는 직장으로 유명하다. 경영, 회계를 맡고 있는 핵심임원과 개발총과 책임 팀장들은 대부분 고졸사원들이다. 허 대표도 금오공고를 졸업하고 해군하사관으로 복무한 뒤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창업까지 성공한 스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층 이직률이 높은 중소기업과 달리 이 회사는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많다. 이는 ‘3.3.3.1 원칙’이라고 하는 허 대표의 독특한 경영스타일 때문이다. 2001년 법인 정관에 넣은 이 원칙은 회사 이익금의 30%는 직원 복리후생, 30%는 R&D에 투자, 30%는 회사의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 10%는 사회에 환원한다는 원칙이다. 올해 5월1일부터 시행한 직원복지제도에 따르면 △직원자녀 대학학자금 지원(자녀수 관계없이 5년 이상 근속자 100%, 2년 이상 근속자 50%) △직원 결혼축하금 300만원 △직원자녀 출산 첫 아이 200만원, 둘째 300만원, 셋째 500만원 △양부모 모실 경우 연간 240만원 △부모, 형제, 자녀 중 장애가 있는 사람은 연간 24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허 대표는 고교 졸업과 해군복무 후 삼성전자에 입사를 앞두고 있던 중 대성케미칼이라는 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화장품 용기를 처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에서는 20년 이내에 CEO가 될 수 있다”는 당시 회사 대표의 권유로 삼성전자 입사를 포기하고, 1986년 대성케미칼에 정직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그는 1999년에 자기 회사를 창업했다.

“공부는 잘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진학했던 금오공고 동기 중에 35명 정도가 삼성전자에 입사했습니다. 20년 정도 지나니 그 중 절반가량이 임원을 달았다가, 3~4년 후 대부분 퇴사했더군요. 대기업에 입사하지 않고 중소기업을 택했던 것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흙수저가 금수저 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이죠.”

허 대표는 “중소 제조업은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꼭 필요한 분야”라며 “젊은이들에게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중소 제조업 회사에서 적어도 5년 이상 인생을 위해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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