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근이세요?”…‘만남의 광장’으로 변신한 중고거래앱

뉴스1

입력 2021-03-26 10:08 수정 2021-03-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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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캡처

어스름이 내려앉은 ○○역 4번 출구. 휴대전화를 쥔 두 사람이 마주했다. 그들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 서서 잠시 서로를 흘겨봤다. 그렇게 잠깐의 ‘탐색전’이 지나고 두 사람은 다소 난해한 ‘암구호’를 주고받았다. “혹시, 당근이세요?” “네, 당근입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비밀거래 이야기가 아니다. 동네에서 일어나는 흔한 중고거래 이야기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단순 중고거래 역할을 넘어 지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 코로나19 영향 아래 중고거래 시장 ‘도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래 중고거래 플랫폼은 급성장을 이뤄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주요 중고 거래 앱을 1번 이상 이용한 이용자는 1432만명으로 집계됐다. 스마트폰 사용자 3명 중 1명이 모바일 중고거래앱을 이용해본 셈이다.

이용자 연령층도 다양했다. 40대가 28%로 가장 많았지만, 30대 23%, 50대 이상 21%, 20대가 20%를 차지하며 모든 연령대에서 고른 사용량을 보였다.

중고거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확대되며 기존 거래 규모가 작았던 어린이용품, 장난감, 게임, 실내 인테리어 가구의 상품거래가 크게 증가했다”며 “주이용층을 정하기 애매할 만큼 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하게 이용한다”고 말했다. 더이상 중고거래를 ‘마니아’들의 문화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 지역 강점 살려 SNS로 ‘진화’


주목해야 할 점은 당근마켓의 진화다. 당근마켓의 경우 중고거래라는 본역할을 넘어 ‘지역 SNS’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근마켓은 GPS를 통해 사용자의 지역을 인증하고 최대 반경 6㎞ 이내에서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역제한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

지난 9월 당근마켓은 이웃주민 커뮤니티 ‘동네생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당 서비스는 Δ우리동네질문 Δ동네분실센터 Δ동네맛집 Δ동네사건사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용자들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충치 치료 전문 치과를 묻거나, 지하철역에서 잃어버린 물품을 수소문하기도 한다. 가까이 사는 사람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에 더해 최근 당근마켓에선 ‘같이해요’나 ‘해주세요’ 등의 게시물도 다수 작성되고 있다. 한 이용자는 ‘같이해요’ 키워드를 선택해 “혼자하려니 잘 안가게 되는데, 저녁에 한강 달리기팀을 꾸릴 분 계신가요?”라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이용자는 ‘해주세요’ 키워드를 선택해 “집에 행거 설치를 도와주실 분 계신가요?”라고 글을 올렸다. 이 또한 모두 가까이 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브리타임은 학교를 중심으로, 블라인드가 직장을 중심으로 한 SNS라면, 당근마켓은 동네를 중심으로 사람을 모은다”면서 “SNS 교류가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데, 당근마켓은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당근마켓식 만남에 기대·우려 공존

지난 20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선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유재석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시청자들이 꺼린다는 ‘브랜디드 콘텐츠’였지만, 시청자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그들은 ‘중고거래’ 대신 ‘시간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중고거래앱을 통해 만난 의뢰인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도 하고, 자전거 타는법을 가르쳐주기도 하며 중고거래앱의 다양한 사용법을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사람과의 만남이 제한된 상황에서 ‘힐링’을 선사했다는 평이다.

이같은 ‘당근열풍’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신원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과의 만남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다.

실제 지난 23일 당근마켓에는 옥상에 갇힌 자신을 구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한 이용자는 “집 옥상에 올라왔는데 밖에서만 열리는 문이 닫혀서 갇혔다. 와서 열어주실 분 계신가요”라며 거래금액으로 5000원을 제시했다. 물론 이웃주민의 도움으로 옥상에서 탈출하는 훈훈한 결말이었지만, 이용자들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수단이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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