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안리단길’… 의성이 젊어졌다
김성모 기자
입력 2020-12-24 03:00:00 수정 2020-12-24 08:27:50
[전국 159개 시-군 경쟁력 평가]동아일보 미래전략硏-농촌경제硏 공동
의성, 10년새 경쟁력 50계단 껑충
화성시 1위… 수원-성남시 2, 3위
‘청년 스카우트’ 의성 출산율 전국 3위 올해 6월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 수제 맥줏집 ‘호피홀리데이’를 연 김예지 씨가 양조 체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씨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의성 복숭아 수제맥주’ 등 독특한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김예지 씨 제공서울에서 중견기업을 다니던 김예지 씨(29)는 올해 6월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 수제 맥줏집 ‘호피홀리데이’를 차렸다. 낮에는 손님들이 직접 맥주 제조를 체험하는 공방으로, 저녁에는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장은 홍대 앞, 이태원처럼 ‘힙’하게 꾸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내려갔을 때는 ‘의성 복숭아 수제맥주’를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도 많았다. 김 씨는 “캠핑카를 몰고 멀리서 온 고객들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23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전국 159개 시군(서울과 6개 광역시 소속 구 제외)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역경쟁력지수를 평가한 결과 경제력이 강하고 신도시 개발로 인해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는 경기 화성시(1위), 수원시(2위), 성남시(3위) 등 수도권 도시들이 예년과 같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의성군의 ‘안리단길(안계면+경리단길)’처럼 차별화된 ‘동네 콘텐츠’를 가진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평가 결과 의성군은 10년 전 종합점수 최하위권(158위)에 있었지만 올해는 108위까지 올랐다. 특히 문화시설과 녹지 공간 등을 평가하는 ‘삶의 여유 공간’ 점수만 보면 전국 3위였다. 청년층의 활력과 지자체의 노력이 지역사회의 경제 활력 상승, 인구 유입 등의 성과로 조금씩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군 단위 지역으로는 대구 달성군이 가장 높은 순위(8위)에 올랐다. 달성군은 약 3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보건소 시설을 확충하는 등 복지 서비스를 대폭 확대했다고 농경연은 밝혔다.
콘텐츠로 경쟁력 높인 시군
‘비대면 관광’ 성주 경제력 13계단 껑충 경북 성주군이 기획한 여행 프로그램 ‘별의별여행, 성주를 담다’ 참여자가 지역 명소인 성밖 숲 오백년 왕버들나무
앞에서 찍은 사진. 성주군은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린 참여자에게 성주사랑상품권을 지급해 재방문을 유도했다.
성주군 제공영국 웨스트민스터킹스웨이컬리지에서 요리를 전공한 소준호 씨(28)는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서 ‘달빛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4년 전 서울 호텔 등에서 셰프로 일하던 소 씨는 자신만의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서울 대구 등을 놓고 고민하다가 올해 가족이 있는 의성에 식당을 열었다.
메뉴는 의성 마늘을 이용한 ‘갈릭 돈까스’, ‘수제피자’ 등 양식으로 꾸리고,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레시피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소 씨는 “20대 젊은 창업자가 하나둘 모여 ‘안리단길(안계면+경리단길)’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북의 시골 마을인 안계면에도 서울 경리단길처럼 트렌디한 식당 거리가 조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23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발표한 지역경쟁력지수 평가에서 의성군은 전체 108위, ‘삶의 여유 공간’ 부문 3위에 올랐다. 또 올해 처음 발표된 지역재생잠재력지수에서도 높은 점수(6위)를 받았다. 젊은층 유입을 위해 고군분투한 성과다.
농경연의 지역경쟁력지수는 보편적인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로 △생활서비스 △주민활력 △지역경제력 △삶의 여유 공간 등 4개 부문 점수와 지역내총생산(GRDP) 자료를 종합한 것이다. 지역재생잠재력지수는 다자녀가구 비율 등을 반영해 인구 증가 잠재력을 보여준다.
‘대회 마케팅’ 청양 경제효과 200억 올해 1월 충남 청양군 청양군민체육관에서 전국 중고대학교 및 실업 연합 복싱팀이 동계 합동강화훈련을 하고 있다.
1월 13일부터 22일까지 10일간 80여 팀 800여 명의 선수와 지원 인력이 머물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청양군
제공
그동안 의성군은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인구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혀왔다. 위기의식을 느낀 의성군은 ‘청년 유입만이 살길’이라고 보고 공격적으로 유치 계획을 고안했다. 2019년부터는 청년 창업가에게 심사를 통해 3000만∼1억 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또 신식 주택 18채로 구성된 청년 주거지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게 북카페도 조성했다. 이광대 의성군 청년정책계장은 “대출 형식인 타 지자체의 지원책과 달리 의성군은 엄선된 지원 대상에게는 갚지 않아도 되는 순수 지원금을 줄 정도로 적극적인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의성군의 귀농·귀촌 인구는 2010년 518명에서 지난해 1776명(귀농 260명, 귀촌 1516명)으로 전국 2위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출산율도 1.45명에서 1.76명으로 높아져 전국 3위에 올랐다.
청년 창업가들도 군의 지원과 군 공무원들의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달빛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소 씨는 “또래 창업가들이 안계면에 맥줏집, 비누 공방 등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빈집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레스토랑을 열었다”며 “사람들이 한 지역에서 밥을 먹고 쇼핑도 할 수 있어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시골 경쟁력’에 대해서도 의견을 쏟아냈다. 김 씨는 “한 양조사가 맥주 재료인 생(生)홉 농사를 의성에서 짓고 있는 것을 알게 됐고, 나 역시 이를 고려하고 있다”며 “서울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지역 특산물 재배나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화를 실천해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2년 전 지역경제력 점수에서 52위를 차지했던 경북 성주군은 이 항목에서 39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관광과 체험상품 개발 덕분이다. 성주군은 최근 코로나 시대에 발맞춘 비대면 관광 상품 ‘별의별여행, 성주를 담다’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2∼5명 단위 소규모 여행객이 지역 내 유명 여행지 12곳을 선정하고, 동선이 최대한 많이 겹치지 않게 관광 일정을 조정한 일종의 자유 여행 상품이다. 성주군 측에서 식사, 체험, 카페, 숙박 등 여행 쿠폰과 방역 물품이 담긴 여행 키트를 사전에 보내줬다.
스포츠 마케팅으로 지역 경제를 견인한 곳도 있다. 충남 청양군은 지난해 전국 복싱팀 동계합숙 강화훈련을 시작으로 도쿄 올림픽 출전 복싱 국가대표팀 최종 선발대회까지 전국 및 도단위 대회 54건을 군 내에서 개최했다. 이 덕분에 선수 및 임원 등 4만2180명(2019년)의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이한주 청양군 문화체육관광과 주무관은 “스포츠 마케팅으로 200억 원의 직간접 경제유발 효과를 거뒀다”며 “청양군은 전국 각지에서 2시간 내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 요충지로, 전국 규모의 스포츠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앞으로 이를 더 많이 홍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의성, 10년새 경쟁력 50계단 껑충
화성시 1위… 수원-성남시 2, 3위

23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전국 159개 시군(서울과 6개 광역시 소속 구 제외)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역경쟁력지수를 평가한 결과 경제력이 강하고 신도시 개발로 인해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는 경기 화성시(1위), 수원시(2위), 성남시(3위) 등 수도권 도시들이 예년과 같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의성군의 ‘안리단길(안계면+경리단길)’처럼 차별화된 ‘동네 콘텐츠’를 가진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평가 결과 의성군은 10년 전 종합점수 최하위권(158위)에 있었지만 올해는 108위까지 올랐다. 특히 문화시설과 녹지 공간 등을 평가하는 ‘삶의 여유 공간’ 점수만 보면 전국 3위였다. 청년층의 활력과 지자체의 노력이 지역사회의 경제 활력 상승, 인구 유입 등의 성과로 조금씩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군 단위 지역으로는 대구 달성군이 가장 높은 순위(8위)에 올랐다. 달성군은 약 3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보건소 시설을 확충하는 등 복지 서비스를 대폭 확대했다고 농경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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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로 경쟁력 높인 시군

메뉴는 의성 마늘을 이용한 ‘갈릭 돈까스’, ‘수제피자’ 등 양식으로 꾸리고,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레시피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소 씨는 “20대 젊은 창업자가 하나둘 모여 ‘안리단길(안계면+경리단길)’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북의 시골 마을인 안계면에도 서울 경리단길처럼 트렌디한 식당 거리가 조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23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발표한 지역경쟁력지수 평가에서 의성군은 전체 108위, ‘삶의 여유 공간’ 부문 3위에 올랐다. 또 올해 처음 발표된 지역재생잠재력지수에서도 높은 점수(6위)를 받았다. 젊은층 유입을 위해 고군분투한 성과다.
농경연의 지역경쟁력지수는 보편적인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로 △생활서비스 △주민활력 △지역경제력 △삶의 여유 공간 등 4개 부문 점수와 지역내총생산(GRDP) 자료를 종합한 것이다. 지역재생잠재력지수는 다자녀가구 비율 등을 반영해 인구 증가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의성군의 귀농·귀촌 인구는 2010년 518명에서 지난해 1776명(귀농 260명, 귀촌 1516명)으로 전국 2위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출산율도 1.45명에서 1.76명으로 높아져 전국 3위에 올랐다.
청년 창업가들도 군의 지원과 군 공무원들의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달빛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소 씨는 “또래 창업가들이 안계면에 맥줏집, 비누 공방 등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빈집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레스토랑을 열었다”며 “사람들이 한 지역에서 밥을 먹고 쇼핑도 할 수 있어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시골 경쟁력’에 대해서도 의견을 쏟아냈다. 김 씨는 “한 양조사가 맥주 재료인 생(生)홉 농사를 의성에서 짓고 있는 것을 알게 됐고, 나 역시 이를 고려하고 있다”며 “서울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지역 특산물 재배나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화를 실천해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스포츠 마케팅으로 지역 경제를 견인한 곳도 있다. 충남 청양군은 지난해 전국 복싱팀 동계합숙 강화훈련을 시작으로 도쿄 올림픽 출전 복싱 국가대표팀 최종 선발대회까지 전국 및 도단위 대회 54건을 군 내에서 개최했다. 이 덕분에 선수 및 임원 등 4만2180명(2019년)의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이한주 청양군 문화체육관광과 주무관은 “스포츠 마케팅으로 200억 원의 직간접 경제유발 효과를 거뒀다”며 “청양군은 전국 각지에서 2시간 내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 요충지로, 전국 규모의 스포츠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앞으로 이를 더 많이 홍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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