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의 총파업 앞둔 국민은행, 경영진 사의 표명…노사 갈등 ‘점입가경’

뉴스1

입력 2019-01-04 17:59 수정 2019-01-0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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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 일괄 사직서 제출 vs “책임 전가에 불과”
노사 모두 “끝까지 협상 여지 있다” 대화 창구 열어둬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총파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달 27일 전 조합원 참여로 진행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조합원 1만1990명 중 1만1511명(96.01%)이 찬성해 2000년 이후 19년만에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오는 8일 2000년 이후 19년 만의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 KB국민은행 노사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경영진은 일괄 사직서를 제출했고, 노조는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다만 노사 모두 대화의 여지는 남겨뒀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부행장과 전무, 상무, 지역영업그룹 대표 등 54명은 이날 오후 허인 행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사직서에는 오는 8일 예정된 파업으로 영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못할 경우 사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영진은 “고객의 실망과 외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노조가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는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식과 원칙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노조의 반복적인 관행과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사임 표명 이유를 밝혔다.

경영진은 전날(3일) 와이즈넷(인트라넷)에 임금 인상 관련 협상 상황, 다른 은행과의 임금 수준 비교치 등을 올리고, 사내방송을 통해 파업 자제를 호소한 데 이어 일괄 사표까지 제출하는 배수진을 쳤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곧장 입장문을 통해 “사의 표명이지, 아직 사표 수리도 되지 않았을뿐더러 정작 이번 임단협 파행과 노사갈등을 일으킨 최고경영자는 사의 표명이 아니라 책임조차 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표 수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직서는 언제든 번복할 수 있고, 직원과 노조가 무책임하게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단지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이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다만 노사 양측 모두 막바지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노조는 “협상 요구에도 사측이 전혀 응하지 않았지만 끝까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영진 역시 “고객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데 노사의 뜻이 다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며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끝까지 노조와 대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파업의 주요 쟁점은 경영성과급이다. KB노조는 사측에 성과급 300%를 요구했지만 국민은행 측은 70%를 내세웠다. 노조 측은 국민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70%의 성과급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유니폼 폐지에 따른 피복비 100만원(연간) 지급도 주장했다.

그러나 고임금의 은행원들이 파업에 나서는 것에 대해 세간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2017년 기준 국민은행 직원 평균 연봉은 9100만원으로 억대에 육박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파업은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진행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파업의 명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과 KB노조는 지난 9월 18일 이후 대표자 교섭을 포함해 약 15차례 만났지만 최종 결렬됐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쳤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2일에도 협상했지만, 여기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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