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문화] 재공연 거듭하는 ‘믿고 보는 공연’ 모아보니…

김지영기자

입력 2018-11-02 16:10 수정 2018-11-0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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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2014년 초연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창극 최초로 5년 연속 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국립창극단의 레퍼토리 기대작이 됐다.

레퍼토리란 일정 기간을 두고 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리는 공연을 가리킨다. 초연에 그치지 않고 재공연을 거듭하는 작품들이다. 그만큼 공연을 찾는 관객들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레퍼토리 작품들을 올가을에도 무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믿고 보는 공연’들로 자리 잡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흥행이 검증돼 들여온 해외 작품보다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창작물에 주목했다.


●재공연 이어지는 창작뮤지컬, 명작이 된 연극들

7일 공연이 시작되는 창작뮤지컬 ‘더 데빌’은 고전 명작인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삼았다.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가 주가대폭락 사태로 실의에 빠졌을 때 선과 악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X화이트’와 ‘X블랙’이 파우스트를 두고 내기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2014년 초연 때 ‘파격적인 창작극’과 ‘난해한 작품’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재공연 때 2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고 관객점유율도 91%를 기록했다. 당시 40% 가까운 관객이 재관람을 했을 만큼 마니아층이 두껍다. 올해는 5인조 라이브밴드가 공연에 함께해 강렬한 음악적 효과가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3월 1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초연 당시 97회 공연 중 70회 매진을 기록하면서 큰 흥행을 거둔 작품이다. 대학로에서 ‘휴&윌 콤비’로 유명한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만든 작품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들이 주인공이다. 재즈음악을 즐기는 로봇 올리버와 똑똑하지만 냉소적인 로봇 클레어가 교류하면서 인간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섬세한 감정들을 배워 나간다. 13일부터 내년 2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연극 무대엔 재공연이 10~20년 넘게 계속되면서 명작의 반열에 올라선 작품들이 적잖다.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는 29년째 대학로를 지켜온 작품이다. 대통령 취임특사로 풀려난 ‘더 늘근 도둑’과 ‘덜 늘근 도둑’이 노후대책을 하겠다며 높으신 ‘그분’의 미술관에 있는 금고를 털고자 들어갔다가 붙잡히는 내용이다. 1989년 동숭연극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큰 사랑을 받아온 이 연극은 부조리한 이 시대의 ‘큰도둑’들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날선 입담으로 관객들의 지지가 이어졌다. 8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

2004년 충북 청주시에서 초연된 창작극 ‘염쟁이 유씨’도 지금까지 3000회가 넘는 공연, 6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대표적인 레퍼토리 연극이 됐다. 평생 남의 시신을 수습해온 ‘염쟁이’ 주인공이 마지막 염을 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로 1명의 배우가 15개 배역을 소화하면서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7일부터 12월 9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시어터.

●국악, 현대무용도 ‘믿보공’ 잇따라

관객층이 제한적이었던 공연이 레퍼토리로 자리 잡아 가는 것도 눈에 띈다. 이들은 대부분 관객들로부터 ‘믿보공(믿고 보는 공연)’이라는 평가를 얻는데 성공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쓰리 볼레로’는 안무가 김용걸 김설진 김보람이 모리스 라벨의 클래식 작품 ‘볼레로’를 저마다의 해석으로 편곡한 춤 무대다. ‘현대무용은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넘어선 작품으로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CJ토월극장에서 공연했을 때 매진을 기록했고 지난달 재공연 때도 매표율이 높아 1회 차 공연이 추가됐다. ‘현대무용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참 재미있었다’ ‘내년에도 또 만나길 기대한다’는 관객들의 관람후기가 이어졌다. 11월에는 안동문화예술의전당(17일), 밀양아리랑아트센터(24일)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국립국악원이 제작한 국악극 ‘꼭두’는 골동품 장수에게 넘겼던 할머니의 꽃신을 되찾기 위해 어린 남매가 4명의 꼭두(망자(亡者)를 저승세계로 인도하는 나무인형)와 함께 떠나는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무대에선 연기자와 국악연주자, 무용수들이 저승 세계를 표현하며, 스크린에서는 현실 속 이승세계를 담은 영화가 상영된다. 지난해 초연 때 영화와 국악의 만남으로 주목받으면서 20회 공연 중 8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전체 객석점유율은 90%에 달했다. 국악 단일 공연으로는 규모가 제법 큰 12억5000만 원이라는 제작비가 들어갔고 중화권 스타배우 탕웨이의 남편이자 영화 ‘만추’로 잘 알려진 김태용 감독이 처음 연출한 국악 공연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올해는 16~2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재공연한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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