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줄여 월급 그대로… 올려 달랬더니 “나가라” 면박
황성호기자 , 서동일기자 , 이민준기자
입력 2018-01-03 03:00 수정 2018-01-03 03:00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 근무시간은 단축, 명절 상여는 폐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이 시행되면서 각 분야 사용자 측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 경비원과 식당 보조, 청소원 등 상대적으로 소득 규모가 작은 업종에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경비원 의사와 무관하게 휴식시간을 늘리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 근로시간을 줄인 것이다. 야간근무의 경우 최저시급의 1.5배를 지급한다. 송파구 A아파트는 경비원의 휴식을 1시간 늘리는 방법으로 한 명당 인건비를 하루 1만1295원씩 절감하게 됐다. 이 아파트 경비원인 유모 씨(54)는 “원래 매달 186만 원 정도 받았다. 최저임금 인상이 그대로 적용됐으면 17만 원가량 더 받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10만 원 남짓이다. 솔직히 대부분의 경비원은 휴식시간 줄여서 더 일하고 더 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지역 아파트 11곳을 둘러본 결과 4곳에서 경비원 운용방식이 바뀌었다. 2곳은 경비원 휴식시간을 줄였다. 1곳은 경비원 근무시간 축소를 검토 중이다.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는 설과 추석 때 지급하는 상여금 총 50만 원을 없앴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 정모 씨(60)는 “경비 업무로 생계를 유지하는 서민들에게 50만 원도 큰돈이지만 어쩔 수 없다. 아파트 주민 중에는 관리비가 버거울 정도로 어려운 분도 있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종업원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그 대신 가족들을 파트타임으로 동원하는 등의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 강북구에서 해물탕 식당을 운영하는 손영희 씨(55·여)는 “조만간 종업원 근무시간을 12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상된 임금을 못 주겠다고 나오는 곳도 있다. 서울 도봉구의 한 빌딩에서 청소원으로 일하는 김모 씨(70·여)는 1일 관리인에게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급여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가 면박을 당했다. 관리인은 “그런 거 요구할 거면 당장 그만둬라. 빌딩 청소하려는 사람 줄 서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월급 90만 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김 씨는 “일자리를 잃을까 봐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일자리 안정자금은 ‘그림의 떡’
중소기업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화장품 제조업체 A사는 올해부터 정규직 직원 160명의 상여금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기본급의 400%였던 상여금을 300% 수준으로 줄인 것. 비정규직 직원에게 주는 상여금은 아예 없앴다. A사의 한 직원은 “노동조합조차 없는 중소기업 직원들은 회사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대책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일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직원이 30명 미만인 기업에서 월급 190만 원이 안 되는 직원을 채용하면 한 사람당 13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월급이 200만 원에 못 미치는 직원이 드물어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에서 외국인 노동자 12명을 고용하고 있는 B산업은 최근 중기부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려다 지원 자격이 안 돼 포기했다. B산업 이모 대표(66)는 “주조나 표면처리 등 뿌리산업은 주말 특근이 많아 직원들 월급이 대부분 200만 원을 넘어 지원 대상이 안 된다. 공단 협력업체 중 일자리 안정자금 받았다는 기업을 찾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서동일·이민준 기자
2일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비원의 근무시간 조정 안내가 붙어 있다. 이 아파트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줄이기 위해 경비원의 휴식시간을 기존보다 하루 40분 늘리는 방법으로 근무시간을 줄여 경비원 월급은 종전과 비슷한 160여만
원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일 서울 송파구 A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공고문 한 장이 붙었다. 아파트 경비원의 휴식시간을 늘린다는 내용이다. 지난해까지 이 아파트 경비원은 야간근무 중 5시간 반을 쉬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휴식이 1시간 늘었다. 얼핏 복지 향상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비용 탓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휴식시간을 늘린 것이다.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6.4% 오른 7530원(시급)이 되면서 부담이 커지자 아파트 차원에서 경비원 근무시간을 줄인 것이다.○ 근무시간은 단축, 명절 상여는 폐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이 시행되면서 각 분야 사용자 측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 경비원과 식당 보조, 청소원 등 상대적으로 소득 규모가 작은 업종에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경비원 의사와 무관하게 휴식시간을 늘리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 근로시간을 줄인 것이다. 야간근무의 경우 최저시급의 1.5배를 지급한다. 송파구 A아파트는 경비원의 휴식을 1시간 늘리는 방법으로 한 명당 인건비를 하루 1만1295원씩 절감하게 됐다. 이 아파트 경비원인 유모 씨(54)는 “원래 매달 186만 원 정도 받았다. 최저임금 인상이 그대로 적용됐으면 17만 원가량 더 받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10만 원 남짓이다. 솔직히 대부분의 경비원은 휴식시간 줄여서 더 일하고 더 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지역 아파트 11곳을 둘러본 결과 4곳에서 경비원 운용방식이 바뀌었다. 2곳은 경비원 휴식시간을 줄였다. 1곳은 경비원 근무시간 축소를 검토 중이다.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는 설과 추석 때 지급하는 상여금 총 50만 원을 없앴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 정모 씨(60)는 “경비 업무로 생계를 유지하는 서민들에게 50만 원도 큰돈이지만 어쩔 수 없다. 아파트 주민 중에는 관리비가 버거울 정도로 어려운 분도 있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종업원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그 대신 가족들을 파트타임으로 동원하는 등의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 강북구에서 해물탕 식당을 운영하는 손영희 씨(55·여)는 “조만간 종업원 근무시간을 12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상된 임금을 못 주겠다고 나오는 곳도 있다. 서울 도봉구의 한 빌딩에서 청소원으로 일하는 김모 씨(70·여)는 1일 관리인에게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급여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가 면박을 당했다. 관리인은 “그런 거 요구할 거면 당장 그만둬라. 빌딩 청소하려는 사람 줄 서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월급 90만 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김 씨는 “일자리를 잃을까 봐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일자리 안정자금은 ‘그림의 떡’
중소기업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화장품 제조업체 A사는 올해부터 정규직 직원 160명의 상여금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기본급의 400%였던 상여금을 300% 수준으로 줄인 것. 비정규직 직원에게 주는 상여금은 아예 없앴다. A사의 한 직원은 “노동조합조차 없는 중소기업 직원들은 회사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대책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일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직원이 30명 미만인 기업에서 월급 190만 원이 안 되는 직원을 채용하면 한 사람당 13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월급이 200만 원에 못 미치는 직원이 드물어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에서 외국인 노동자 12명을 고용하고 있는 B산업은 최근 중기부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려다 지원 자격이 안 돼 포기했다. B산업 이모 대표(66)는 “주조나 표면처리 등 뿌리산업은 주말 특근이 많아 직원들 월급이 대부분 200만 원을 넘어 지원 대상이 안 된다. 공단 협력업체 중 일자리 안정자금 받았다는 기업을 찾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서동일·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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