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올라도 일자리 잃으면 무슨 소용” 불안한 알바생들
황성호기자 , 강승현기자 , 조응형기자
입력 2018-01-02 03:00 수정 2018-01-02 03:00
‘최저임금 7530원’ 시행 첫날 표정
1일 새벽 서울 성북구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직원 현모 씨(35)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부터 최저임금이 올라 좋지 않으냐”고 질문한 기자가 머쓱해졌다. 현 씨는 평일 야간에 10시간씩 근무한다. 매달 약 120만 원을 번다. 인상된 최저임금 7530원(시급)을 적용하면 현 씨는 한 달에 20만 원가량을 더 번다. 하지만 현 씨는 최저임금 인상이 달갑지 않다. 지금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는 “운영이 어려워지면 사장 가족들이 가장 먼저 동원되는 게 편의점이다. 인건비 부담을 느끼면 아르바이트를 줄이는 게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 알바생들 “일자리 불안정해질 것”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날 서울의 편의점과 주유소 카페 등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18명을 만났다. 이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이 팽팽히 엇갈렸다. 9명은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며 반겼다. 나머지 절반은 “일자리가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부정적 반응을 보인 9명 중 7명은 “아르바이트생이 줄줄이 해고당할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실제 이날 새벽 확인한 편의점 22곳 중 업주가 직접 카운터에서 일하는 곳이 절반인 11곳에 달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편의점 업주 김모 씨(58·여)는 “야간 근무는 급여가 주간의 1.5배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감안하면 감당하기가 어렵다. 본사에서 가져가는 수수료는 변한 게 없어 결국 내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최대한 내 힘으로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 모집 자체가 줄었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이윤주 씨(24·여)는 “워킹홀리데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주말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했지만 뽑는 곳이 거의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워킹홀리데이는 해외에서 여행하면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다.
부정적인 응답자 9명 중 2명은 “최저임금이 올라도 손에 쥐는 돈은 결국 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주가 인건비 지출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일 것이라는 얘기다. 동작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조유진 씨(21·여)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최근 잇달아 ‘근무시간 축소 통보’를 받았다. 나도 곧 일하는 시간을 줄이라는 말을 들을까 봐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정부 공약에도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전형수 씨(41)는 “시급을 1만 원 받는 것보다 일자리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산업계는 ‘인건비 줄이기’ 경쟁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산업계는 인건비 절감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편의점업계는 인건비 부담이 큰 심야 영업을 포기하는 가맹점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전국 9200여 개 점포 중 약 1600개 점포가 이미 심야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 ‘편의점 무인화’ 바람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들은 올해 최대 경영 위협 요인으로 ‘인건비 상승’을 꼽았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2965곳을 상대로 올해 채용계획을 물은 결과 “채용계획이 없다”(41.3%),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했다”(40.6%)는 내용의 답변이 대다수였다.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씨(66)는 “정부가 일자리 늘리는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역부족일 것이다. 상황을 지켜본 뒤 채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강승현·조응형 기자
지난해보다 16.4% 오른 최저임금 시급 7530원이 적용된 1일 아르바이트하는 시민들의 모습.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역대 최고
인상 폭을 기록한 이번 최저임금을 받는 대상은 약 463만 명이다. 뉴시스·윤솔 기자 solemio@donga.com
“시급이 1만 원이든, 10만 원이든 일을 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어요?”1일 새벽 서울 성북구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직원 현모 씨(35)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부터 최저임금이 올라 좋지 않으냐”고 질문한 기자가 머쓱해졌다. 현 씨는 평일 야간에 10시간씩 근무한다. 매달 약 120만 원을 번다. 인상된 최저임금 7530원(시급)을 적용하면 현 씨는 한 달에 20만 원가량을 더 번다. 하지만 현 씨는 최저임금 인상이 달갑지 않다. 지금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는 “운영이 어려워지면 사장 가족들이 가장 먼저 동원되는 게 편의점이다. 인건비 부담을 느끼면 아르바이트를 줄이는 게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 알바생들 “일자리 불안정해질 것”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날 서울의 편의점과 주유소 카페 등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18명을 만났다. 이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이 팽팽히 엇갈렸다. 9명은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며 반겼다. 나머지 절반은 “일자리가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부정적 반응을 보인 9명 중 7명은 “아르바이트생이 줄줄이 해고당할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실제 이날 새벽 확인한 편의점 22곳 중 업주가 직접 카운터에서 일하는 곳이 절반인 11곳에 달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편의점 업주 김모 씨(58·여)는 “야간 근무는 급여가 주간의 1.5배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감안하면 감당하기가 어렵다. 본사에서 가져가는 수수료는 변한 게 없어 결국 내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최대한 내 힘으로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 모집 자체가 줄었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이윤주 씨(24·여)는 “워킹홀리데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주말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했지만 뽑는 곳이 거의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워킹홀리데이는 해외에서 여행하면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다.
부정적인 응답자 9명 중 2명은 “최저임금이 올라도 손에 쥐는 돈은 결국 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주가 인건비 지출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일 것이라는 얘기다. 동작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조유진 씨(21·여)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최근 잇달아 ‘근무시간 축소 통보’를 받았다. 나도 곧 일하는 시간을 줄이라는 말을 들을까 봐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정부 공약에도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전형수 씨(41)는 “시급을 1만 원 받는 것보다 일자리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산업계는 ‘인건비 줄이기’ 경쟁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산업계는 인건비 절감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편의점업계는 인건비 부담이 큰 심야 영업을 포기하는 가맹점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전국 9200여 개 점포 중 약 1600개 점포가 이미 심야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 ‘편의점 무인화’ 바람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들은 올해 최대 경영 위협 요인으로 ‘인건비 상승’을 꼽았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2965곳을 상대로 올해 채용계획을 물은 결과 “채용계획이 없다”(41.3%),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했다”(40.6%)는 내용의 답변이 대다수였다.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씨(66)는 “정부가 일자리 늘리는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역부족일 것이다. 상황을 지켜본 뒤 채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강승현·조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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