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랭피아와 우르비노의 비너스

노트펫

입력 2017-03-22 16:07 수정 2017-03-22 16:0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프랑스 화가 마네의 ‘올랭피아’입니다.

올랭피아의 얼굴을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하녀를 최순실씨로, 꽃다발을 ‘주사기 꽃다발’로 바꿔 패러디한 그림 ‘더러운 잠’이 국회에서 전시되면서 더 유명해진 그림입니다.

그 시대(1865년)에도 난리가 났었습니다. 침대에 벗고 누워있는 ‘인간 여성’을 처음으로 그렸기 때문이죠.

“침대위에 있는 벌거벗은 매춘부를 그리다니 말이 되냐” “그림은 본받을 만한 신이나 역사, 훌륭한 인물을 그려야 되는 거야”

“여인의 벗은 몸은 이브나 비너스, 헤라, 아테네 등 여신만 대상으로 하는 전통을 뭉개버렸어” 사람들은 몹시 흥분해 마네를 비난했습니다.

“왜, 나만 가지고 그래” “나는 티치아노가 그린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흉내 냈을 뿐인데” “티치아노 그림은 명화라고 감탄하며 감상하면서, 내 그림은 음탕하다고 비난하는 이유가 뭐야 ?”

마네는 1853년 피렌체를 방문해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본 뒤 올랭피아를 그렸습니다.

“실제 모델이 고급매춘부잖아. 귀에 꽃은 난초와 발아래 있는 검은 고양이는 무슨 의미야?” 사람들은 이 그림을 암컷 원숭이, 저속한 매춘부, 추함의 요약으로 비하해 불렀습니다.

마네의 항변을 사람들은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살롱전에 출품된 올랭피아는 구석방의 높은 곳에 걸렸습니다. 그림을 훼손하려는 관람객들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서죠.

“그건, ...” 마네는 독백했습니다. “하여간 사실이잖아. 우리들이 그렇게 살고 있잖아. 많이 켕기냐?” 마네도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매독으로 고생했습니다.

마네는 시대를 풍자하기 위해 매춘을 상징하는 장치들을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손님이 전해준 것으로 보이는 꽃다발, 귀에 꽃은 난초 한 송이, 삐딱하게 한 짝만 걸친 신발.

고상한 척하면서 뒤로는 호박씨를 까는 상류사회의 성적방종과 위선을 묘사 했습니다. 마네의 그림에 있는 검은 고양이는 매춘의 상징입니다.

검은 고양이는 때로는 마녀의 상징으로 때로는 매춘부의 상징으로 쓰였습니다. 교황 그레고리 9세가 ‘고양이는 악마의 분신이다. 무조건 죽이고 키우는 사람도 처벌한다’는 내용의 칙서를 발표(1233년)한 이후 유럽에서 고양이는 동네북 신세가 됩니다.

사실 티치아노의 그림도 마네의 그림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고상한 상징을 배치했을 뿐이죠. 상징을 떠나 침대위에 있는 여자의 나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우르비노의 비너스가 올랭피아보다 훨씬 고혹적입니다. 살포시 내려 보는 눈동자, 중요부위를 가린 손, 질감이 느껴지는 몸매 등.

티치아노도 매춘부를 모델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매춘부들의 유행을 반영해 금발로 머리를 꼬고 이마를 크게 드러냈습니다.

침대위에 비너스를 그린, 최초의 침대위의 누드화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몇 가지 상징을 배치해 세간의 비난(?)을 비켜갔습니다.

냥이와는 완전히 다른 대접을 받는 멍이를 비너스의 발치에 그려 넣습니다. 개는 주인에게 복종하는 충성스러운 동물입니다. 침대에 있는 멍이는 정절을 상징합니다.

부부가 서로 결혼의 의무를 저버리지 말고 정절을 지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부부 침실을 장식하고 있는 작품에서 멍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결혼식 그림에도 멍이가 곧잘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여인의 발치에서 꼬리를 세우고 눈을 치켜뜬 냥이와 다소곳이 잠든 멍이의 모습이 두 작품의 운명을 가르는 상징들이죠.

비너스를 주제로 한 작품은 다산의 상징으로 귀족들의 침대 방을 장식했습니다. 이 작품도 신혼방을 장식하기 위해 주문제작되었습니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장미꽃은 이 여인이 신화속의 비너스임을 상징합니다. 뒤에 있는 하녀들은 여인의 외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손님이 보낸 꽃을 들고 있는 흑인하녀와 대비됩니다. 냥이와 멍이 말고도 이런 상징의 차이로 비너스와 매춘부로 갈립니다.

비너스가 정절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이러니 합니다. 비너스의 열정과 바람기가 붉은장미를 만들었기 때문이죠. 다음에는 멍이가 등장하는 비너스와 아도니스를 통해 사랑에 빠진 비너스를 살펴보겠습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