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탄핵집회때 소매치기 잡은 이효리 친오빠

황성호기자 , 구특교기자

입력 2017-03-20 03:00 수정 2017-03-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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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감사패… “상금은 기부”

이국진 씨(왼쪽)와 이 씨의 아들인 조카를 안은 이효리 씨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이국진 씨 제공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나온 사람들로 도심이 가득했던 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 가수 이효리 씨의 친오빠 이국진 씨(44)는 무수한 사람들 사이에서 A 씨(62)가 60대 여성의 배낭에 손을 넣는 모습을 목격했다. 국진 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볼일을 보러 잠시 외출을 나온 참이었다. 지갑을 손에 넣은 A 씨가 인파 속으로 사라지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국진 씨는 “지금 뭐하는 거야. 도둑이다! 경찰 불러요”라고 소리치며 A 씨를 붙잡았다. 그 순간 A 씨는 한쪽 손에 든 지갑을 다른 손으로 재빠르게 넘긴 후 은밀히 배낭에 다시 집어넣었다.

이어 그는 착용했던 틀니를 갑자기 입에서 빼고는 “젊은 사람이 나를 때리려 한다”며 오히려 국진 씨를 모함했다. 상황은 국진 씨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주변이 어수선해서인지 국진 씨가 되레 A 씨를 폭행했다는 거짓말도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국진 씨는 도망가지 못하게 A 씨를 꼭 부여잡고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국진 씨와 A 씨를 경찰서로 데리고 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국진 씨가 소매치기 현행범 체포에 도움을 준 공로를 인정해 상금과 함께 감사패를 최근 전달했다고 19일 밝혔다. A 씨가 다시 지갑을 배낭으로 집어넣는 모습을 피해자의 친구가 목격했던 것이다. 다른 목격자들도 잇달아 나타났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A 씨도 그제야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경찰은 “A 씨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신문지와 태극기를 들고 소매치기를 한 것으로 봐서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진 씨는 “당시 곁에 있던 어머니가 굉장히 놀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며 “당연한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을 받으려고 한 행동도 아니고 해서 동생에게 이번 일을 따로 말하지는 않았다. 받은 상금은 기부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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