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달려간 與野… 업계 “노조가 듣고싶은 말만 하고 떠나”

정임수기자 , 차길호기자 , 홍수영기자

입력 2016-05-24 03:00 수정 2016-08-2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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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정진석-김종인, 1시간 간격 방문

여야가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침체된 부산경남(PK) 경제 살리기 경쟁에 나섰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3일 구조조정이 임박한 조선·해운산업의 본거지인 경남 거제를 방문했다. 국민의당 지도부도 부산에 집결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노조 반발 등으로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조선업 구조조정이 정치권까지 개입할 경우 더욱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거제 조선업종 전체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전 9시 반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찾아 노조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안타깝게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에 대한 특별 대책이 매우 구체적으로 병행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조선업계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당에서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구조조정이 임박한 업종에 대해 정부가 꺼낼 수 있는 특단의 실업대책이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검토 중이며,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1년간 고용유지지원금과 특별연장급여(연장 실업수당) 등이 정부 예산으로 지급된다.

이 자리에 동석한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목에 탁 조여져 있는 세금, 4대 보험, 장애인부담금 문제는 한 번 (징수를)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조선업계에 정부 발주 물량을 공급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오전 10시 반, 이번에는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같은 장소를 찾았다. 김 대표는 2시간 넘게 근로자, 협력업체 대표, 경영진 등을 잇달아 만났다. 변재일 정책위의장, 최운열 김정우 당선자 등 당 경제브레인이 총출동했다. 김 대표는 노조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주요 기업 운영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에 대한 감시”라면서 “대형 기업에 대해 근로자들이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종국에는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기업 경영이 잘못되면 시장 원리에 의해 경영진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기업을 담당한 사람들이 재정적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고 했다. 노조, 협력업체와 각각 45분, 25분간 만난 김 대표는 경영진과는 20분 남짓의 짤막한 오찬만 했다. 김 대표는 “야당엔 집행 능력이 없다”고 하면서도 대주주 지분 소각, 사회안전망 강화 등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날 김 대표와 정 원내대표의 현장 방문은 정부보다 한발 앞서 이뤄졌다. 주무 부처 책임자 중 한 명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아직 현장을 찾지 않았다. 같은 날, 같은 일정을 잡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새누리당은 전날 더민주당 측에 함께 방문하자고 제안했다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은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최고위원회의와 부산지역 경제 현안 간담회를 잇달아 열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지역 상공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필요하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라도 구조조정 후폭풍에 대한 지역경제 대책과 실업, 민생 대책이 뒤따라야 하는데 정부가 잘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계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경제 논리가 엄격하게 적용돼야 할 구조조정에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구조조정 작업이 자칫 ‘산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여야 지도부가 하나같이 대우조선 노조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고 떠났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려면 책임 규명보다는 상황 파악과 해법 제시가 우선돼야 하고 노조, 경영진, 대주주 모두가 손실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 구조조정 작업이 지연되면서 결국 국가 경제 전반에 손실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제=차길호 kilo@donga.com /홍수영·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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