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바닥 기는데 외식비는 뜀박질

정임수기자

입력 2016-01-29 03:00 수정 2016-0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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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소비자물가상승률 0.7%에도 외식비는 전년보다 2.3% 올라
소고기 등 축산물 가격 급등 영향… 소주값도 올라 서민부담 커질듯


직장인 이모 씨(38)는 최근 자주 가던 서울 광화문의 회사 앞 식당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7000원이던 소고기국밥의 가격이 8000원으로 올라 있었다. 이 씨는 “야근이 많아 하루에 두 끼는 외식을 해야 하는데 이제 밥 사먹기가 무섭다”며 “다들 불경기라고 하는데 음식값은 계속 오른다”고 한숨을 쉬었다.

소비자물가는 0%대로 바닥을 기는데도 외식비는 치솟아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고기 등 재료값과 인건비가 유난히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7%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지만 외식비는 전년보다 2.3% 올랐다. 2014년(1.4%)보다 오히려 상승폭이 커졌다.

외식비는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9%나 된다. 따라서 전체 물가는 통상 외식비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경기가 부진하고 물가상승률이 둔화됐는데도 이례적으로 외식비만 급등세를 보였다.

여기엔 돼지고기, 소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급등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축산물 가격은 3.4% 올라 최근 5년간 평균 상승률(1.0%)을 크게 웃돌았다. 소, 돼지 사육 마릿수가 줄어든 데다 유행병이 발생한 탓이다. 이 여파로 지난해 갈비탕 가격은 4.2% 치솟았고 삼겹살(3.1%), 설렁탕(3.0%), 돼지갈비(2.6%), 불고기(2.0%)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식당의 인건비 부담도 외식비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음식업종 1인당 임금 상승률은 2.3%로 2014년(1.0%)보다 크게 높아졌다. 인건비는 음식점 총 투입 비용의 21%를 차지해 그동안 식당 종업원 임금과 외식비는 대체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도 이 같은 외식비 상승세가 계속돼 서민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소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다 최저임금이 올해 8.1% 인상되면서 임금도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소주 출고가격이 5.5% 이상 인상돼 올해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소주 값도 일제히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강욱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올해 수요 부진이 이어지겠지만 소주 가격 등 공급 측면에서 비용 상승압력이 계속돼 외식비 상승폭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물가에도 외식비가 오르면서 지표상 물가와 체감 물가 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은은 경기 부침에 영향을 덜 받는 ‘경기 비(非)민감품목’들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져 이런 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전기료·담뱃값·주차료·급식비·통신비 등 경기 비민감품목 200개가 근원인플레이션(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상승률)에 기여한 비율은 지난해 56%로 2001∼2010년 평균(32%)보다 훨씬 높아졌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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