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현의 신차명차 시승기]제네시스 EQ900 진짜 매력과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동아경제

입력 2015-12-22 07:30 수정 2015-12-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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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어 보니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EQ900’에 거는 소비자들의 기대와 관심은 예상보다 높고도 컸다. 영업일 기준 12일 만에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하고, 요즘도 하루 수백 대의 계약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값비싼 대형 세단이 사전계약에서 이렇게 불티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현대차 입장에서 볼 때 더욱 고무적인 것은 고객층이 젊어지고, 외산차 보유자들이 넘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판매통계를 보면 이전 에쿠스와 비교해 고객의 평균 연령은 2.2세(55.1세)가량 젊어졌고, 외산차에서 넘어온 소비자는 20%로 기존 에쿠스 보다 7%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과거 법인의 구매 비율이 77%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이제는 개인(34%), 법인(29%), 리스․캐피탈(27%), 렌터카(10%) 등 다양한 소비자들이 선택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EQ900의 어떤 점이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일까. 직접 차를 타고 달리며 장단점을 따져봤다. 시승차는 람다 3.3 터보엔진을 얹은 3.3 T-GDi 프레스티지 모델로, 1억1100만 원짜리다.
#디자인이 과연 아우디를 닮았나?
EQ900의 디자인은 ‘동적이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전면부는 단단한 느낌의 크레스트(Crest) 그릴에 어댑티브 풀LED(발광다이오드)를 적용한 헤드램프로 웅장하게 꾸몄다. 측면은 플래그십 모델답게 길고 곧게 뻗은 캐릭터 라인에 대형 아웃사이드 미러, 앞을 길게 뒤를 짧게 한 비율로 역동성을 부여했다. 후면은 풀LED 리어램프와 트윈 머플러로 마무리해 화려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완성했다.

현대차는 최근 아우디의 디자인을 닮아간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특히 과거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피터 슈라이어가 현대차 디자인까지 총괄하면서 이런 말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완성해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특히 EQ900은 이전 에쿠스 디자인에 비해 한결 젊어지고, 2세대 제네시스를 쫒아 패밀리룩을 만들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장애물에 편안하고 정숙성 높인 기함을 만들라”
현대차가 강조한 EQ900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탑승자를 배려한 한국형 승차감과 정숙성’이다.

“우리나라만큼 과속방지턱이 많은 나라도 없다. 도로 사정도 좋은 편이 아니라서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만만치가 않다.”(현대차 고위 관계자)

실제로 외산차 특히 유럽 차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고전하는 것 중에 하나가 과속방지턱과 노면에 대한 적응이다.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타고 넘지 못하고 ‘통통’ 튀거나, 거친 노면 소음을 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시험․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은 EQ900 개발과정에서 “차별화를 위해서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차를 쫒기 보다는 장애물을 넘을 때도 편안하고, 정숙성을 높인 현대차만의 기함을 만들어라”는 특별주문을 했다고 한다.

우선 뒷좌석에 앉아 서울 강남의 주택가를 천천히 돌아봤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과속방지턱을 연속으로 넘어도 탑승자에게 전해지는 충격은 크지 않았다. 시속 30km까지 속도를 높여도 마찬가지였다. EQ900에 최초로 적용된 '제네시스 어댑티브 컨트롤 서스펜션(GACS)'은 서스펜션 내부에 내장형 밸브를 넣어 최적의 승차감을 구현했다.

도심 주행을 마치고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마트자세제어시스템 버튼을 눌려 운전자의 키와 몸무게 등을 입력하자, 시트가 저절로 최적의 포지션을 찾아 몸을 잡아줬다.
#편안한 승차감에 역동적인 핸들링까지
서울 도심을 벗어나 춘천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올랐다. 내비게이션과 크루즈컨트롤을 켜자 고속도로주행지원시스템(HDA)이 작동했다. 앞차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라갔고, 어느 순간 스티어링 휠을 놓자 15~30초가량(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앞차의 궤적을 쫒아갔다. 계속 놓고 있으면 나중에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음이 울린다. 자율주행시스템이다. 차간거리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차선과 옆에서 지나는 차량까지 인지해 달린다. 만약 운전자가 옆에서 오는 차를 보지 못하고 무리하게 차선 변경을 시도하면 차체자세제어장치가 제동을 걸어 충돌을 방지한다.

현대차는 EQ900을 개발하면서 ‘안락하지만, 운전이 재미있는 차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편안하고 균형 잡힌 주행감성과 고속에서도 안전한 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에서 편안한 승차감과 민첩한 핸들링은 서로 상반된 단어로, 동시에 양립하기 힘들다. 실제로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조여 핸들링 수준을 높이면 승차감이 떨어지고, 반대로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세팅하면 승차감은 좋아지지만 핸들링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에서는 이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정숙성도 수준급, 연비는 아쉬워
하지만 EQ900는 기존 현대차가 보여 줬던 주행성능보다 한 단계 높아졌다. 편안한 승차감을 가졌으면서도 급커브나 초고속영역에서도 자세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특히 커브길 롤링이나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앞뒤로 출렁이는 것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강한 차체와 어댑티브컨트롤서스펜션의 조화에서 오는 주행안정감이다.

주행 중 관심을 끌었던 또 하나는 수준급의 소음과 진동(N.V.H) 억제능력이다.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흡수하기 위해 중간이 비어있는 알로이 휠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고, 도어 3중 실링 웨더스트립, 이중접합차음글라스를 썼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연비다. 시승차가 HTRAC(전자식 AWD)과 19인치 휠을 적용했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공인연비 7.8km/ℓ로는 경쟁차를 압도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가격은 7300만~1억1700만 원.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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