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K그룹 “직장인 아닌 오너될 사람 모여라”… 61명 공채

동아일보

입력 2014-06-25 03:00 수정 2014-06-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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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피자’ 무기로 청년 해외창업 싹 틔워

왼쪽부터 MPK그룹 신입사원인 최한얼, 장재영, 박혜민, 박창일 씨.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사업체 오너가 되고 싶은 분은 도전하세요.”

미스터피자, 마노핀 등을 운영하는 외식업체 MPK그룹은 올 4월 홈페이지에 색다른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띄웠다. ‘충실한 직장인’이 아닌 젊은 예비 창업주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갖춰야 할 자격은 ‘창업에 꿈을 가진 영어·중국어 능통자’.

오래 회사를 다닐 사람보다는 해외에 나가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을 뽑겠다는 채용 공고에 1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고, 최종 61명이 선발됐다. 전체 직원 400명 수준인 회사 규모를 감안할 때 많은 수다. 지난해 공채에서 15명을 뽑았던 것에 비하면 4배에 달한다.

이들은 왜 입사를 지원했을까. MPK는 왜 사표를 내고 창업에 나서겠다는 신입사원을 많이 뽑았을까. 신입사원 장재영(29), 최한얼(28), 박창일(28), 박혜민 씨(23)와 정우현 MPK 회장을 만나 이유를 들어봤다.


○ 중국 외식업 시장에 젊음 걸어

신입사원들이 해외 창업에 젊음을 걸어보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외식사업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박창일 씨는 “다양한 재료로 서양과 다른 우리만의 피자문화를 만든 것이 다른 나라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MPK그룹은 중국 현지 반응이 좋아 미스터피자 매장을 현재 30여 개에서 연내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박혜민 씨는 “내가 아는 중국 친구들은 한국 프랜차이즈를 고급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인식하고 있다.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국내 매장이 500개 정도 되니까 중국에선 향후 최대 5000개까지 매장을 열 수 있다. 국내 훈련 뒤 중국 매장에 가 노하우를 전하는 소대장 역할을 할 사람이 많이 필요해 채용을 늘렸다”고 말했다. 그는 “월급 받으며 계속 일할 사람보다는 미스터피자에서 노하우를 배워 외국 현지에서 창업을 하려는 사람을 뽑았다”며 “미스터피자 브랜드이든, 다른 브랜드이든 창업에 나선 직원에게 지원금도 주면서 회사의 영역을 넓혀 갈 것”이라고 말했다.


○ “청소 설거지부터 시작해도 CEO가 최종 꿈”


신입사원 중 상당수는 이미 창업을 해봤거나 해외경험이 풍부해 현지 사정에 밝은 이들이다. 최한얼 씨는 중국 유학시절 대학가 근처에서 가수 싸이 탈을 쓰고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며 호떡을 팔았다. 최 씨는 “당시 중국 직장인 평균 월급에 해당하는 만큼 돈을 벌었다. 중국에서 요식업 아이템만 잘 찾으면 성공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장재영 씨는 대학시절 집 근처에 있는 불암산 밑에서 등산객을 대상으로 음료수를 팔아 용돈을 벌었다고 했다.

이들은 입사 이틀째인 24일부터 현장경험을 쌓기 위해 매장에 곧바로 투입됐다. 설거지 청소 등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1년 안에 매장 하나를 책임질 수 있는 최고 매니저로서 역량을 길러야 한다. 그런 뒤 해외로 파견될 예정이다. 일반 기업체 같으면 말끔한 정장을 입고 회사에서 신입교육을 받을 때, 이들은 매장 유니폼을 대신 집어 들었다. 1년 뒤 낯선 중국 땅에서 식당을 운영할 일이 두렵지 않은지 물어보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다이내믹한 상황을 즐기는 게 젊음 아닌가요. 지금은 허드렛일부터 시작해도 10년 후엔 해외사업의 CEO가 돼 있을 겁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찾아 나선 것처럼 우리 회사가 처음 진출하는 나라에 첫발을 디디는 게 꿈입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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