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거리 50cm가 생사좌우…윈터타이어 인식 갈아끼울 것”

동아일보

입력 2012-12-28 03:00 수정 2012-12-31 17:0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한국타이어 이상무 팀장

20일 대전 유성구 장동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에서 이상무 PC개발3팀장이 윈터타이어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실제 사고에서 제동거리 50cm는 운전자나 보행자의 생사를 좌우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성능이 좋은 타이어를 개발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이유입니다.”

20일 대전 유성구 장동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타이어의 제동능력을 실험하는 프로파일 측정실의 레일 위에서 타이어가 빠르게 돌고 있었다. 타이어에 실리는 무게는 최대 2560kg, 속도는 시속 250km까지 설정해 실제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윈터타이어(겨울용 타이어) 개발을 총괄하는 이상무 PC개발3팀장(41)은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팀장을 포함한 PC개발3팀 15명은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전체 650여 명인 중앙연구소 연구원들 중 가장 바쁘다. 국내에서 윈터타이어의 주행실험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이때뿐이기 때문이다.

레이싱타이어를 만들던 이 팀장은 2006년부터 윈터타이어 개발을 맡아 경쟁 상대를 따라잡느라 고군분투했다. 당시 윈터타이어 시장은 브리지스톤, 미쉐린, 콘티넨탈 등 해외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었다. 한국타이어는 1969년 국내 최초로 윈터타이어를 만들었지만 세계 시장에 내놓을 대표 모델이 마땅치 않았다.

타이어 위에 새기는 트레드 패턴(표면의 요철 무늬)부터 재질의 배합까지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먼저 윈터타이어의 핵심인 빙판길 제동능력 확보에 승부를 걸었다. 실패를 밥 먹듯 반복했다. 타이어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2000여 개의 시제품을 만들었다. 이 팀장은 “일반 타이어와 같은 내구성을 확보하면서 저온에서 제동력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테스트를 위해 해외 시험장을 찾았을 때는 외국 타이어업체들과의 신경전이 만만치 않았다. 외국 연구진 주변을 지나가기만 해도 “엿보지 마라”며 고함을 질렀다. 외국 업체의 견제 속에서 마침내 2009년 출시한 윈터타이어 ‘아이스베어 W440’이 독일의 권위 있는 자동차 운전자 클럽인 ‘ADAC’의 성능 테스트에서 종합평가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윈터타이어는 해외 시장이 주 무대다. 지난해에는 2010년보다 48.3% 증가한 5965억 원의 매출을 올려 글로벌 총 매출의 9.2%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내 매출에서 윈터타이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아직 겨울철 제동거리를 크게 줄여주는 윈터타이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이 팀장은 “눈이 쌓이지 않은 노면이라도 영상 7도 이하로 떨어지면 윈터타이어의 성능이 일반 사계절용보다 높아지기 시작해 영하의 기온에선 큰 차이를 보인다”며 “일반 타이어보다 가격이 10∼30% 비싸지만 사고를 줄여주는 효과를 생각하면 적은 비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등 유럽 상당수 국가에서는 겨울철에 윈터타이어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인식이 저조해 안타깝다”며 “한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