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목숨 달린 일, 너트 하나에 다 걸었다
동아일보
입력 2012-07-02 03:00 수정 2012-07-02 08:29
국내 최대 자동차용 너트 전문 제조업체 삼진정공
지난달 29일 충남 천안시에 있는 자동차용 너트 전문제조업체 삼진정공 관계자는 기자에게 회사를 설명하던 중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생각하고 일한다”고 말했다. 사람 손톱만 한 너트를 만드는 제조업체치고는 소감이 사뭇 비장했다.
하지만 자동차 설계도 곳곳을 짚으며 너트가 쓰이는 곳을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자동차에서 너트가 하는 역할을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었다. 자동차용 너트는 차를 움직이고 멈추게 하는 구동 및 제동 장치는 물론이고 차체, 엔진, 변속기 등 안 쓰이는 곳이 없었다. 너트가 제 역할을 못하면 언제든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 자동차 산업 성장과 함께한 삼진정공
삼진정공은 천안과 울산 공장에서 월평균 3억5000만 개의 너트를 만드는 국내 최대 너트 제작업체다. 종류만 2000가지가 넘는다. 천안 공장의 한 생산라인에서 쏟아져 나오는 너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동전교환기에서 쏟아지는 동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1973년 설립될 당시만 해도 삼진정공은 경운기나 베어링(자동차 바퀴와 차체를 연결하는 구동축)을 파는 일을 주로 했다. 그러다 창업주인 어윤홍 회장이 일본에서 너트 제작 기계를 들여와 건설자재용 너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 현대자동차 ‘포니’가 나오면서 자동차용 너트로 사업 경로를 바꾼 게 지금의 삼진정공이다.
삼진정공은 1978년 현대차, 대우차와 너트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안정적인 매출 노선을 확보한 데 이어 기아차에도 1989년부터 너트를 공급하는 국내 최대 너트업체로 우뚝 섰다. 최철규 삼진정공 부사장은 “우리 삼진정공은 한국 자동차 산업과 함께 성장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경기의 흐름을 타는 자동차 산업이지만 너트라는 경쟁 상품은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회사를 굳건히 지켜줬다. 국내뿐만 아니라 르노, GM 등 해외로도 공급처를 다변화하며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체력도 키웠다. 삼진정공의 매출은 2001년 513억 원에서 지난해 1524억 원으로 3배로 늘었다. 사세(社勢)가 커지면서 공장도 2007년 인천 남동공단에서 천안으로 옮겨왔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 수출이 늘면서 삼진정공도 매출 폭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18%가량 성장한 18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 성공의 열쇠는 ‘기술 공유’
삼진정공이 너트 하나만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생산 공정의 혁신 덕택이다. 누구나 쉽게 모방할 수 있는 너트만 만들어서는 경쟁자들에게 금세 추월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생산 공정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2005년 독일 설비제작업체 스트라이커와 ‘태핑(tapping)’ 기술 제휴를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태핑은 너트 안에 홈을 파는 작업으로 너트 제작 기술의 핵심이다. 기존 생산방식이 스프링으로 너트를 밀어주는 스프링 방식이었다면 삼진정공은 기술 제휴를 통해 원형 철판이 돌아가며 너트를 미는 ‘캠 형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생산량이 약 2배로 늘었고, 스프링 노후화에 따른 장비 교체도 필요 없게 됐다.
어진선 삼진정공 사장(사진)은 “중국 업체들의 도전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는 것 또한 기술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너트 생산 자체에는 큰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지만 불량품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중국 업체들이 아직 따라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어 사장은 “중국 업체들이 우리를 따라오려면 10∼15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런 자신감을 토대로 삼진정공은 내년부터 중국 진출을 본격화한다. 현재 건설하는 베이징 공장은 내년 3월부터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해외 경쟁사들에도 기술 견학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삼진정공은 “회사 설립 당시 어 회장이 일본에서 너트 제작 기술을 배우려다 많은 고생을 했다”며 “자신 같은 고생을 하지 않게 어 회장이 특별히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도 1년에 약 스무 차례 중국, 동남아 등 각지에서 너트 제작 기술을 배우기 위해 삼진정공을 방문한다.
천안=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삼진정공에서 만드는 너트 종류만 2000가지가 넘는다. 충남 천안과 울산에 있는 두 공장에서 월평균 생산하는 너트만 3억5000만 개로 국내 최대 규모다. 천안=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자동차에는 차종에 따라 2만∼3만 개에 이르는 부품이 들어간다. 차 부품이라고 하면 엔진이나 바퀴처럼 덩치 큰 부품부터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너트처럼 작은 부품도 차량의 안전한 주행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다. 지난달 29일 충남 천안시에 있는 자동차용 너트 전문제조업체 삼진정공 관계자는 기자에게 회사를 설명하던 중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생각하고 일한다”고 말했다. 사람 손톱만 한 너트를 만드는 제조업체치고는 소감이 사뭇 비장했다.
하지만 자동차 설계도 곳곳을 짚으며 너트가 쓰이는 곳을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자동차에서 너트가 하는 역할을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었다. 자동차용 너트는 차를 움직이고 멈추게 하는 구동 및 제동 장치는 물론이고 차체, 엔진, 변속기 등 안 쓰이는 곳이 없었다. 너트가 제 역할을 못하면 언제든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 자동차 산업 성장과 함께한 삼진정공
삼진정공은 천안과 울산 공장에서 월평균 3억5000만 개의 너트를 만드는 국내 최대 너트 제작업체다. 종류만 2000가지가 넘는다. 천안 공장의 한 생산라인에서 쏟아져 나오는 너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동전교환기에서 쏟아지는 동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1973년 설립될 당시만 해도 삼진정공은 경운기나 베어링(자동차 바퀴와 차체를 연결하는 구동축)을 파는 일을 주로 했다. 그러다 창업주인 어윤홍 회장이 일본에서 너트 제작 기계를 들여와 건설자재용 너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 현대자동차 ‘포니’가 나오면서 자동차용 너트로 사업 경로를 바꾼 게 지금의 삼진정공이다.
삼진정공은 1978년 현대차, 대우차와 너트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안정적인 매출 노선을 확보한 데 이어 기아차에도 1989년부터 너트를 공급하는 국내 최대 너트업체로 우뚝 섰다. 최철규 삼진정공 부사장은 “우리 삼진정공은 한국 자동차 산업과 함께 성장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경기의 흐름을 타는 자동차 산업이지만 너트라는 경쟁 상품은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회사를 굳건히 지켜줬다. 국내뿐만 아니라 르노, GM 등 해외로도 공급처를 다변화하며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체력도 키웠다. 삼진정공의 매출은 2001년 513억 원에서 지난해 1524억 원으로 3배로 늘었다. 사세(社勢)가 커지면서 공장도 2007년 인천 남동공단에서 천안으로 옮겨왔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 수출이 늘면서 삼진정공도 매출 폭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18%가량 성장한 18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 성공의 열쇠는 ‘기술 공유’
삼진정공이 너트 하나만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생산 공정의 혁신 덕택이다. 누구나 쉽게 모방할 수 있는 너트만 만들어서는 경쟁자들에게 금세 추월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생산 공정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2005년 독일 설비제작업체 스트라이커와 ‘태핑(tapping)’ 기술 제휴를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태핑은 너트 안에 홈을 파는 작업으로 너트 제작 기술의 핵심이다. 기존 생산방식이 스프링으로 너트를 밀어주는 스프링 방식이었다면 삼진정공은 기술 제휴를 통해 원형 철판이 돌아가며 너트를 미는 ‘캠 형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생산량이 약 2배로 늘었고, 스프링 노후화에 따른 장비 교체도 필요 없게 됐다.
어진선 삼진정공 사장(사진)은 “중국 업체들의 도전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는 것 또한 기술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너트 생산 자체에는 큰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지만 불량품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중국 업체들이 아직 따라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어 사장은 “중국 업체들이 우리를 따라오려면 10∼15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런 자신감을 토대로 삼진정공은 내년부터 중국 진출을 본격화한다. 현재 건설하는 베이징 공장은 내년 3월부터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해외 경쟁사들에도 기술 견학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삼진정공은 “회사 설립 당시 어 회장이 일본에서 너트 제작 기술을 배우려다 많은 고생을 했다”며 “자신 같은 고생을 하지 않게 어 회장이 특별히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도 1년에 약 스무 차례 중국, 동남아 등 각지에서 너트 제작 기술을 배우기 위해 삼진정공을 방문한다.
천안=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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