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東 현장]서리풀터널 품은 ‘잠룡’ 방배동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8-04-20 07:00 수정 2018-04-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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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방역 일대 건물은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작은 건물들이 한 곳에 팔려 고층 건물을 세울 수 있는 부지가 확보돼야 하는데 일부 건물을 제외하면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내방역 인근 S공인중개사 관계자)

서초구가 내년 1월 서리풀터널 개통을 앞두고 ‘방배동 내방역 일대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내방역 일대는 ‘폭풍전야’에 휩싸인 모습이다.
○ ‘잠룡’으로 거듭난 내방역 일대… 개발 계획 이달 서울시 승인

서초구는 앞서 방배동 내방역 일대 21만2856㎡를 16개 블록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어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상향하는 ‘방배지구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을 마련해 지난달 22일 열람 공고에 들어갔다. 서초구 관계자는 “해당 계획은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거쳐 이달 중 서울시에 정식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계획을 추진해 내방역 일대를 인근 강남역에 버금가는 지역 경제 중심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구청은 4개 블록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추가로 12개 블록을 특별계획가능구역으로 편성해 단일 지구단위계획으로는 서울시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갖춘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내방역 인근
주요 내용으로는 현재 2·3종 일반주거지역인 역세권 주변이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용적률을 최대 400%로 끌어올리고 건물 면적제한도 완화한다. 그동안 지구중심으로 지정돼 있는 내방역 일대는 개발 제한으로 인근 지역보다 발전이 더뎠다. 20~30년이 넘은 저층 다세대 주택이 부지 전체의 72%를 차지해 가까운 강남역과 대조를 이뤘다.

서초구는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지역 개발을 유도하고 이에 따른 공공용지 기부채납으로 도로와 주차장, 도서관, 어린이집 등 공공기반시설이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화관을 비롯해 소규모 공연장과 백화점, 쇼핑몰, 대형마트 등 각종 문화편의시설 확충도 예상된다. 특히 최고 80m 높이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될 예정으로 낙후됐던 생활 인프라 시설이 대거 보강될 것으로 보인다.
서리풀터널 공사 현장
○ ‘서초구의 꿈’ 서리풀터널 개통… 인근 영향은?

서리풀터널 개통은 내방역 일대 개발의 ‘백미’로 통한다. 37년 동안 단절됐던 방배동과 서초동을 연결시키는 프로젝트로 두 지역 생활권을 보다 긴밀하게 이어준다. 서초구에 따르면 터널이 개통되면 내방역에서 서초역까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25분에서 5분으로 크게 단축될 예정이다. 또한 터널 개통으로 서초대로와 테헤란로가 이어지고 이를 통해 강남 도심 금융·IT 벨트가 동작과 영등포까지 연결돼 새로운 시너지를 발휘할 전망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리풀터널 개통으로 방배 지역이 강남권에서 새로운 경제·문화 중심지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리풀터널은 현재 공정률이 70% 수준으로 지난 1월 2년 3개월 만에 관통공정이 완료됐다. 터널 내부는 폭 2.4m, 왕복 6차로로 만들어지며 보행자와 자전거 겸용도로도 마련된다. 보행자를 위해 투명 방음벽이 설치되며 병렬식 환기 구조가 도입됐다.
서리풀터널 공사 현장
내방역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서리풀터널 개발 호재가 이미 상당부분 부동산 시장에 반영됐다”며 “대형 평수 위주로 구성된 방배e편한세상은 작년에 전용 164.25㎡가 15억6000만 원(8층)에 거래됐지만 올해 1월에는 18억5000만 원(13층)에 매매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방역 인근 뿐 아니라 서초대로가 이어지는 사당역 주변도 터널 개통으로 집값이 들썩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강남권 신흥 중심지 ‘서초로’… 내방역과 시너지 기대 ‘과제는?’

서리풀터널 개통을 앞두고 내방역 일대 주거단지 개발도 활기를 띄고 있다. 서초구에 따르면 이 일대 아파트 15개 단지에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현대건설이 방배5구역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된 바 있고 방배6구역은 작년 12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서초구 관계자는 내방역 인근 아파트 재개발과 인프라 보강이 맞물려 향후 이 일대 주거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인근 개발 프로젝트와 시너지 효과도 눈길을 끈다. 서초구는 이달 초 ‘서초로 지구단위계획안’을 마련해 열람 공고에 들어갔다. 서초역부터 강남역까지 이어지는 서초대로 일대 58만㎡를 여건에 따라 맞춤형으로 용도를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선기부채납 방식을 도입해 토지보상비 부담을 덜면서 도로 재정비가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고도가 묶여 있는 법원단지 일대와 그동안 방치됐던 롯데칠성·코오롱 부지 등 8만㎡는 용적률과 건물 높이 등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서초구는 이번 계획안이 추진되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서초대로 일대가 새로운 지역 중심지로 발돋움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내방역과 서리풀터널, 서초역부터 강남역까지 이르는 서초대로 일대가 대규모 개발을 통해 새로운 강남 중심지로 거듭난다는 설명이다.

다만 서울시는 해당 계획안과 관련해 세부 내용 협의가 없었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롯데칠성·코오롱 부지 개발 규제 완화 등은 사전논의와 전문가 자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서초구에 주민열람공고를 다시 진행하도록 공문을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초구가 무리하게 개발 계획을 남발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서울시가 서초로 지구단위계획안에 제동을 걸면서 내방역 개발 차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초구 관계자는 “서초로 지구단위계획과 달리 내방역 개발 계획은 서울시와 합의를 거쳐 수립된 사안”이라며 “사업 추진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화룡정점’ 방배 도시재생 플랜… 서초구, 철도셔틀 도입 등 맞춤 개발 추진

서초구가 내방역 일대와 서초로 개발을 추진 중인 가운데 18일에는 방배권역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 ‘도시재생’ 계획까지 발표했다. 노후된 방배 지역 일대에 철도셔틀을 도입하는 등 맞춤형 개발 사업을 오는 2025년까지 7년간 추진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종합 마스터플랜 이름은 ‘블루밍 방배플랜’으로 정했졌다. 꽃이 피어나듯 낙후된 지역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이 계획은 방배 지역 교통과 주거 환경, 경제 등 각 분야별 사업이 연계된 것이 특징이다. 세부적으로는 철도셔틀 신설과 미니 센트럴파크 조성, 생태육교 설치, 재건축 구상, 노후시장 정비 등 5개 중점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철도셔틀 신설의 경우 지하철 7호선 내방역과 2호선 서초역을 순환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을 도입한다. 인천공항 셔틀트레인에서 착안한 프로젝트로 지난 2016년부터 진행된 연구용역을 거쳐 도출된 결과다. 서초구에 따르면 철도셔틀 도입 시 예상 이용수요는 월 평균 최소 14만 명 이상으로 내방역과 서초역을 5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미니 센트럴파크는 방배동 뒷벌어린이공원 일대 약 1만2000㎡ 부지에 유럽스타일 광장 및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뒷벌어린이공원 부지 5800㎡와 인근 방배6구역 재건축에 따른 공원조성 계획부지 5400㎡를 묶어 주민 커뮤니티 공간과 지역 명소로 가꾼다는 전략이다. 인근 방배동 카페골목 상권 활성화 방안도 계획에 포함된다. 향후 방배동 카페골목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오는 7월 중 서울시 심의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서초구 측은 전했다.

우면산 도시자연공원과 방배근린공원을 잇는 남부순환로에는 ‘생태육교’가 설치된다. 이를 통해 우면산을 시작으로 방배근린공원과 서리풀공원을 거쳐 반포한강공원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생태육교는 내년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2년 준공 예정으로 40년간 방치됐던 방배동 성뒤마을 주거단지 조성사업과 연계해 추진된다.

재건축에 따른 기부채납 공공용지를 활용한 인프라 확충도 이뤄진다. 현재 방배동 지역은 공동주택 7개 구역, 단독주택 6개 구역, 가로주택정비 2개 구역 등 총 15개 구역에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지역 일대 주거환경이 개선될 전망이다. 서초구는 향후 갖춰질 다양한 공공기여시설이 중복되지 않게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부지와 맞닿은 서초대로변에는 저층 연도형 상가를 배치해 테라스형 카페거리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1~2층 저층 상점이 대로변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형태로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초구는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해 거리 경관을 프랑스 파리처럼 낭만적인 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노후시장 정비 사업은 방배 중앙시장 건물 부지에 선진형 복합상가를 조성하도록 유도해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로하스 거리 조성과 도시 경관 개선, 포켓주차장 및 공영주차장 확대 등을 통해 지역 주민 편의를 개선할 방침이다.

서초구는 이번 마스터플랜이 서리풀터널 개통 사업과 방배지구중심 지구단위계획, 성뒤마을 공영개발, 서리풀 지구단위계획 등 각종 개발 사업과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방배동 일대 지역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이번 계획은 관 중심이 아닌 주민 주도 도시재생 사업의 첫 걸음”이라며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구축되면서 방배동 일대 삶의 질이 향상되고 더불어 서초구 전체 지역 환경이 한 단계 발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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