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헬기서 랜턴 비춰 응급수술하는 현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18-11-06 03:00 수정 2018-1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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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나는 몸신’ 6일 200회 특집
이국종 교수, 응급헬기 실태 증언



채널A 건강 프로그램인 ‘나는 몸신이다’ 200회 특집을 맞아 ‘몸신 특별주치의’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과장(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사진)이 출연한다. 그는 방송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야간 헬기에서 환자의 가슴을 절개해 직접 심장 마사지를 하는 긴박한 순간을 공개한다.

이국종 교수에 따르면 한 중년 남성 환자가 교통사고로 다발성 손상을 입은 채 야간에 소방헬기로 이송되다가 심장이 멈췄다. 출혈이 많아 가슴 부위를 두 손으로 압박하기보다 가슴을 절개해 심장을 직접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어둠 속 헬기 안에서 조명을 환하게 밝히면 헬기 조종에 방해가 된다는 점이었다.

결국 이 센터장이 “불 좀 켜주세요”라고 절박하게 수차례 외치고 랜턴을 비추면서 어둠 속에서 급하게 환자의 가슴을 절개하고 심장 마사지를 시작했다. 다행히 환자는 생명을 구했지만 야간에도 응급시술이 가능한 닥터헬기가 없다는 사실에 이 센터장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외상환자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며 “야간에 헬기를 띄우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설령 헬기를 띄운다 해도) 야간 비행 시 수술용 조명 하나 없이 치료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때 치료를 받았으면 살 수 있는 환자가 죽는 ‘예방 가능한 환자의 사망률’은 한국의 경우 30%에 이른다. 반면 일본은 10%, 미국 메릴랜드주는 2%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이 센터장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 강북 한 소방서의 헬기장 폐쇄 문제를 지적했다. 강북에서 유일하게 헬기 착륙시설을 갖춘 A소방서가 2015년 갑자기 민원 등의 이유로 헬기장을 폐쇄했다. 그 대신 중랑천에 헬기장을 만들었는데, 유도등이 없어 야간 이착륙이 힘든 데다 착륙장 옆에 자전거길이 있어 사람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소방서에선 ‘지역 주민들 민원 때문에 (헬기장 이전이)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지역 주민들은 ‘(소방서가 관리하기) 귀찮아 옮겨 놓고 우리 핑계를 댄다’고 하더라. 사람들은 대부분 남 핑계만 댄다. 낙후된 시민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성숙한 시민을 만들려면 국가가 한 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미국은 주한미군이 한 명이라도 크게 다치면 계급과 상관없이 본토에서 중환자실 수준의 시설과 장비를 갖춘 보잉 747기 크기의 에어 앰뷸런스를 보낸다. 한국은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회 특집 방송은 6일 오후 9시 반부터 90분간 방영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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