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의 식량은 어떻게 만들어질까…‘항공유의 세계’ [떴다떴다 변비행]

변종국기자

입력 2021-09-20 07:45:00 수정 2021-09-20 09: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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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에 사용되는 항공유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경유나 휘발유 등과 차이가 있습니다. 만드는 방법도 그리고 항공유를 보관하고 또 운반하는 방법이 조금 다른데요. 항공유는 비행기를 띄우는 동력일 뿐 아니라, 항공기를 탑승하는 고객들과도 밀접하게 연관 돼 있습니다.


● 항공유의 탄생

항공유는 휘발유나 경유, LPG, 중유처럼 원유를 증류해서 생산합니다. 원유를 가열하면 끓는점이 낮은 물질이 증발하고, 이를 냉각해서 각종 기름을 분리해 내는데요. 원유를 끓이면 가장 가벼운 LPG가 먼저 생성되고, 휘발유, 나프타, 등유, 경유 등의 순서로 분리가 됩니다. 여기서 항공유는 등유(KEROSENE)를 가공해서 만듭니다. 등유를 뽑아낸 뒤 추가 공정이 들어가는 데요. 부식을 일으키는 황이나 냄새를 유발하는 성분 등을 제거해 냅니다. 항공기는 자동차와 달리 기압과 온도가 낮은 척박한 환경에서 운항을 하기 때문에, 정전기 방지제, 빙결방지제, 산화방지제 등 첨가제를 넣습니다. 그래서 가격도 자동차 기름 보다 비쌉니다.

항공유에도 종류가 많습니다. 가솔린을 기반으로 한 항공유도 있고, 등유를 기반으로 한 항공유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항공 여객기에서는 등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JET A-1’이라는 이름의 항공유가 쓰입니다. 여객기 대부분 JET A-1을 사용한다고 보면 되는데요. 군용으로 사용되는 항공유도 다릅니다. 대표적인 군용 항공유가 ‘JP-8’인데요. 여객기 보다 더욱 척박한 환경(높은 압력, 화재 위험 등)을 견뎌야 하기에 여객기에 사용되는 기름 보다 가격도 비싸다고 합니다.


● 항공유의 품질

항공유는 품질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비행중에 연료에 문제가 생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제적으로 항공유 품질 관리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원유를 가공할 때부터 항공유 급유가 이뤄지기 전 까지 매 단계마다 검사를 합니다. 항공유의 품질과 안전성 관리를 위해 지켜야 하는 규격 또는 항목이 3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특히 하늘에서는 기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저온에서의 항공유 안전성을 특별히 신경을 습니다.


● 항공유의 운반과 주유 방법

항공유를 만들면 공항으로 어떻게 옮길까요? 크게 3가지입니다. 선박과 기름을 운반하는 탱크로리, 그리고 송유관(파이프라인)을 이용합니다. 탱크로리는 타원형의 통을 달고 다니는 원유 운반 트럭입니다. 지방 또는 군소 공항은 탱크로리가 항공유를 운반하곤 합니다. 항공유의 수요가 많은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송유관을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항공유 제조사인 SK에너지가 인천공장에서 항공유를 만들면, 이를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 연결된 수십 킬로미터 길이의 송유관을 통해 옮깁니다. 이렇게 공항으로 이동된 항공유는 공항 주기장 바닥에 있는 원유 저장 탱크나 지상에 있는 원유 저장소 등으로 옮겨집니다.

여객기는 날개에 연료 탱크가 있습니다. 급유를 할 때는 탱크로리 또는 공항 땅 속에 있는 원유 저장 시설 배관에 호스를 연결해서 급유를 하게 됩니다.


● 항공유 계약 및 결제는?

국내에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 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크게 4곳의 항공유 제조업체가 있습니다. 항공사들은 한 업체랑만 계약을 맺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항공유의 공급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정유사 여러 곳과 계약을 맺는다고 하는데요. 항공유의 가격은 글로벌 유가를 기준으로 책정하지만, 계약하는 기간과 양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항공유 결제도 급유를 할 때마다 결제를 하는 건 아니고, 신용 거래를 하거나 일정 기간 마다 정산을 해서 결제를 하는 등 항공사 및 정유사 상황에 따라 방법을 달리한다고 합니다.


● 유류할증료

항공사들의 운영비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항목이 항공유입니다. 항공유 가격이 오를 때마다 항공사들은 울상일 수밖에 없죠. 고유가 시대였던 2008년엔 항공업계가 크게 몸살을 앓았습니다. 이에 항공사들은 승무원 및 고객들의 짐과 수하물 무게를 낮추자는 캠페인까지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항공기 무게가 낮을수록 항공유 사용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말 그대로 ‘기름 한 방울이라도 더 아끼자’는 목적에서 실시한 캠페인이었습니다. 고유가 시대에는 항공사들의 주가 또한 하락세를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고유가 때문에 항공사 간 인수 및 합병 진행이 안돼서 항공사가 파산 위기에 몰린 적도 있습니다.

항공유 가격은 고객들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유류할증료 때문인데요. 유류할증료는 항공사들이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서 운임에 부과하는 할증료입니다. 싱가포르 항공유의 가격을 기준으로 1달마다 유류할증료가 결정이 됩니다. 항공유 가격이 오르면 할증료도 오르고, 항공유 가격이 내려가면 할증료가 내려가죠. 저유가 시대에는 할증료가 0원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지난해 유례없는 저유가 시대였습니다. 저유가 시대에는 유류할증료가 없다보니, 운임이 낮아져서 항공 수요가 늘어나곤 합니다. 항공사들에게는 ‘장사하기 정말 좋은 시기’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항공기 운항이80% 이상 중단되면서 좋은 시절을 누리지 못했죠.


●항공기 운항 중단에 항공유 재고관리 비상

코로나19는 항공사 뿐 아니라 항공사에 항공유를 공급하는 정유사들에게도 힘든 시기였습니다. 항공유 소비가 대폭 줄어들면서 항공유 재고 관리에 비상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항공유 마시러 가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항공유가 남아돌아 문제였다고 합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지만, 항공유를 만들어 이를 보급하는 능력은 글로벌 수준입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 기준 보다 더욱 강력하게 항공유 품질 등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믿고 타셔도’ 됩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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