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연합’인가 ‘KCGI’인가… 명분 잃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반대’ 목소리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0-11-18 09:28:00 수정 2020-11-18 09: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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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던 이른바 ‘조현아 3자 연합(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의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8월까지 3자 연합은 한진그룹 이슈 대부분에 대해 ‘주주연합’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일부 KCGI 명의)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관련 내용은 모두 사모펀드 KCGI 명의로만 공식 입장문을 내고 있다. 공식 채널이 KCGI로 일원화 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3자 연합 결속력이 약화됐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산업은행 등장에 다급해진 KCGI… 연합 대신 독자노선 택했나


이런 가운데 KCGI는 17일에도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산업은행이 유례없는 지원으로 조원태 회장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부실 떠넘기기 식의 졸속 매각이라고 주장했다. 조 회장이 무자본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며 이례적이고 실효성 없는 방식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3자 연합은 그동안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조용히 장기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산업은행과 한진칼이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KCGI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기 직전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제안하고 이후 거의 하루 한 번씩 공식 입장을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6일 정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인수 결정에 따라 한진칼은 KDB산업은행에 5000억 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3000억 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약 10%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이번 투자와 관련해 현행 한진그룹 경영진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17일 한진칼과 산업은행은 투자합의서를 체결하면서 한진칼이 이행해야 할 7가지 의무를 명시하기도 했다.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진그룹 일가나 경영진이 약정을 어기거나 이행을 거부할 경우 5000억 원의 위약금을 물고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조항도 합의서에 명시됐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3자 연합 및 기타주주와도 의견을 같이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국내 항공 산업 재편을 통한 생존이라는 명제에서 추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영은행인 산업은행이 현 경영진 대신 항공사 운영 경험이 없는 사모펀드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또한 최근 조 단위 손실로 이슈가 된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KCGI는 다급해진 모습이 역력하다.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번 인수·합병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더욱이 KCGI를 제외한 3자 연합 두 축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 측 움직임이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어 연합 불화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도했던 KCGI… “나는 되고 한진칼은 반대”

일부에서는 생존 갈림길에 선 국내 항공 산업을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범국가적 정책을 추진하는데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이번 인수·합병과 관련해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결정이라며 항공 산업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해 신속하게 통합을 진행한다고 강조했지만 KCGI가 ‘밀실야합’이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KCGI가 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직접 나선 바 있는데 바이러스 사태로 업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 산업을 넘어 국가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우려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를 도모했던 KCGI가 막상 국내 항공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아시아나항공 위기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며 존경받는 회사를 만들겠다면서 항공사 경영권을 노린 회사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위기와 함께 찾아온 국내 항공 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장 어렵더라도 생존을 위한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데 KCGI는 오로지 이익 극대화를 위해 범정부적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직접 시도한 적이 있는데 자신들이 주주인 한진칼이 자회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는 것은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꾸준히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린 이유가 산업 생존이나 발전보다 이익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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