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공 받은 자와 못 받은 자’… 둘로 쪼개진 세종시 공무원들

정순구 기자

입력 2021-06-16 03:00 수정 2021-06-1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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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공폐지 입법예고에 뒤숭숭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사무관 A 씨는 요새 선배들과의 식사가 달갑지 않다. 세종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뒤 늘 부동산이 식사 자리의 화제가 되지만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 논란 이후 특공 제도가 폐지되면서 무주택자인 A 씨로선 희망이 꺾였기 때문이다. A 씨는 “이미 특공에 당첨돼 집값이 많이 오른 선배들을 보면 박탈감이 든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경제부처 고참 과장 B 씨는 종종 젊은 사무관들 눈치를 본다. 그를 포함해 같은 과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70%가 특공을 받았지만 나머지 30%는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B 씨는 “최근 들어온 공무원들은 세종시 아파트 매입은커녕 전셋값 마련도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종시 특별공급 제도 폐지가 결정된 이후 특공에서 소외된 젊은 공무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요즘 공무원은 ‘특공을 받은 자’와 ‘특공을 못 받은 자’로 나뉜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 특공 폐지에 젊은 공무원 박탈감
15일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이달 9일 세종시 특공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가 시작된 뒤 일주일 동안 약 200개의 입법의견이 제출됐다. 올 들어 국토교통부 소관 입법예고 133건 가운데 입법의견이 100개가 넘은 것은 처음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방지를 위한 법률 개정안에 입법의견이 96건 제출된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입법의견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특공 폐지에 대해 반발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공 폐지 관련 입법의견은 “(편법, 불법으로) 특공을 받은 몇몇 때문에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나” 등 특공 폐지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실제 편법으로 특공을 받아 재산을 불린 사례가 적지 않다. 세종시의 한 공무원 부부는 4년 전 결혼했지만, 올 초 혼인신고를 했다. 부부가 되면 특공을 한 번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미룬 뒤 각각 한 채씩 특공을 받은 이른바 ‘쌍특공족’ 사례다. 불법은 아니지만 특공 제도의 취지와 다른 편법 행위다. 한 공무원은 “세종시에 자원해서 전근한 교사 중에는 특별공급을 받고 나서 곧바로 다른 지역으로 전근 간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특공 받은 공무원 모두를 ‘죄인’ 취급하는 분위기가 억울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경제부처 C 과장은 “2014년 특공을 받을 당시만 해도 세종에선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했다”며 “정부 방침으로 세종에 내려오면서 서울 송파구 아파트를 팔았는데, 가격은 세종보다 송파구 아파트가 훨씬 많이 올라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 “특공 폐지 후 대안 마련해 달라”
무주택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특공 폐지 이후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분양 시 당해 지역 우선공급 비중을 높여 달라는 의견이 많다. 특공 제도가 폐지될 경우 젊은 공무원들이 세종시 내 아파트를 사는 방법은 사실상 청약뿐이다. 하지만 세종시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의 경우 지역 거주자 우선 공급 비율이 50%에 불과하다. 행복도시(세종시)가 국토 균형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전국구 도시’라는 이유다.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를 제외하고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는 일반분양 물량 100%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우선 공급된다.

전문가들은 세종 이전기관 종사자들의 주거 안정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대안 없이 무작정 특공을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공을 유지하되 일정 기간 내 세종시 외의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당첨을 취소하는 ‘환매조건부’를 도입하거나 일반분양 당해지역 우선공급 비율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며 “무작정 특공 폐지를 밀어붙이면 공무원 사회 내부의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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