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 고속도 노선변경 놓고 시끌

남경현기자

입력 2017-03-09 03:00 수정 2017-03-0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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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주민들 “직선화” 요구에… 도로공사 뒤늦게 변경안 검토
다른 주민들 “원안대로” 반발


서울∼세종고속도로 9, 10공구 노선 변경을 반대하는 경기 광주시 직동 주민들이 6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목동 주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직동목동 검토노선반대위원회 제공

서울∼세종고속도로를 건설 중인 한국도로공사가 실시설계를 마치고 결정고시까지 끝낸 사업구간의 노선 변경을 뒤늦게 검토하자 피해가 예상되는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결정고시가 끝난 정책을 바꾸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도로공사는 노선 변경을 두고 주민들의 찬반이 갈릴 것이 예상되는데도 변경을 원하는 주민 위주로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하고 운영해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공사는 서울∼세종고속도로(경기 구리시∼세종시 129km)를 2단계로 나눠 공사하고 있다. 1단계인 구리∼안성 구간(71km·14개 공구)을 2022년까지, 안성∼세종 구간(58km)은 2단계로 2025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7조5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문제가 불거진 구간은 경기 광주시 직동과 목동을 연결하는 10공구와 9공구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12월 9일 직동에서 구리시 토평동까지의 10∼14공구에 대해 시공사 선정은 물론이고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를 마치고 도로구역 결정고시를 했다. 나머지 안성에서 직동까지 1∼9공구는 지난해 노선 타당성 조사를 끝내고 현재 실시설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공구와 연결되는 9공구 광주시 목동 주민들을 중심으로 타당성 조사를 마친 노선의 변경을 요구했다. 이 주민들은 지난해 4월 주민설명회를 통해 공개된 노선을 확인하고 재산 및 소음 피해 등이 예상된다며 같은 해 6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주민들은 노선의 직선화를 주장하며 기존 노선을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도로공사는 민원이 제기되자 그해 9월 서울∼세종고속도로 직동∼목동 구간 갈등조정협의회를 발족시켰다. 그러나 전문가, 이해당사자 등 13명으로 구성된 협의회에 참여한 주민대표 5명 중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주민이 4명, 변경에 반대하는 주민은 1명뿐이었다. 협의회는 결정고시가 난 12월 9일이 지난 뒤 기존 노선을 바꾼 변경안을 내놨다. 변경안에 따르면 새 노선은 기존 노선에서 폭이 큰 곳은 500여 m 떨어져 있고, 전체 노선의 4.5km가량 구간이 바뀐다. 광주시가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한 고산지구도 일부 편입된다.

문제는 9공구 노선이 변경되면 이미 도로로 고시된 10공구의 선형까지 바뀌어야 한다는 데 있다. 변경 노선이 지나게 되면 재산, 소음, 조망권에 피해를 볼 노선 주변 주민들과 기업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예상됐음에도 도로공사는 지난달 변경안 검토에 착수했다.

노선 변경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뒤늦게 이를 알고 원안대로 건설해야 한다며 들고일어났다. 10공구 직동 주민뿐만 아니라 목동 내 피해가 예상되는 주민들까지 가세했다. 이들 주민 300여 명은 6일 경북 김천시 도로공사 본사를 찾아가 항의했다. 주민들은 “원칙도 없이 결정이 끝난 노선의 변경을 운운하며 주민들만 분열시키는 도로공사는 즉각 노선 변경안 검토를 중단하라”며 “편파적인 갈등조정협의회도 즉시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일 도로공사 건설처장은 “당초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 위주로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반대하는 주민이 더 참여하는 협의회를 다시 꾸리겠다”며 “반대 민원이 있을 경우 원안 노선 고수가 도로공사의 기본 입장인 만큼 조만간 협의회 논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도로공사가 무책임한 민원 관리로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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