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인간 선택한 英 14세 소녀 200년 후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

신수빈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6-12-02 03:00 수정 2016-12-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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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조직 냉동, 어디까지 가능하나

냉동인간을 보관하는 액체 질소용기. 알코어생명재단 제공
 “저는 지금 죽지만 200년 안에 다시 살아 돌아올 거예요.”

 11월 17일 영국 말기암 환자인 14세 소녀 JS(영문 이니셜)가 가족에게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소녀는 최초로 법정 싸움 끝에 냉동인간이 됐다. 소녀는 냉동보관을 반대하는 아버지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고, 영국 고등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현재 소녀의 시신은 미국 냉동보존연구소,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가 담긴 용기에 보관돼 있다. 소녀의 변호를 맡은 조 플릿우드 변호사는 “JS는 냉동보존에 대해 충분히 알아본 뒤 선택했고 재판부는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JS가 냉동인간의 길을 선택한 건 언젠가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 자신이 치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 생명체 전체를 장기간 얼렸다 해동한 사례가 없어 논란을 낳고 있다.

 1946년 프랑스 생물학자 장 로스탕은 글리세롤을 이용해 개구리의 생식세포를 얼리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세포를 그대로 얼리면 세포액이 얼며 부피가 늘어나고, 이때 얼음 결정이 세포막을 찔러 세포가 손상된다. 하지만 세포액을 글리세롤로 바꿔 넣어 얼리면 얼음 결정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사람 같은 고등동물의 세포도 손상을 입지 않게 냉동할 수 있다. 물의 결정 형성을 막는 ‘DMSO’라는 용액을 넣어 세포액이 얼지 않도록 막는다. DMSO와 세포 배양액을 섞고, 그 안에 세포를 넣은 뒤 온도를 1분에 1도씩 떨어뜨려 얼린다. 천천히 얼려야 얼음 결정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세포나 조직을 넘어 장기나 개체 전체를 냉동보관하는 일은 좀 더 복잡하다. 혈액을 모두 빼고 혈관에 DMSO를 섞어 만든 부동액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냉동인간 업체들은 회원이 있는 각 지역에 응급요원을 두고 회원의 사망 즉시 혈액을 부동액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거친 냉동인간이 무사히 되살아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DMSO는 상당한 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세포나 작은 조직은 모든 부분을 균등하게 얼리고 녹일 수 있었던 반면 장기나 개체에선 부피가 커 늦게 얼고 늦게 녹는 부분이 생기는 것도 문제다. 이 과정에서도 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몇 해 동안 JS처럼 냉동인간이 되려는 사람의 수는 점점 늘고 있다. 2000년 당시 미국의 냉동인간 회사 ‘알코어생명재단’엔 약 40구의 냉동인간이 보관돼 있었으나 15년 뒤 그 수가 3배가량으로 늘었다. 2016년 9월까지 148구의 시신이 맡겨졌으며 1101명이 사망 후 냉동인간이 되겠다며 회원으로 가입했다.

 박한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냉동조직은행장은 “냉동 보존액의 독성과 불균등한 냉동, 두 가지가 가장 큰 문제”라며 “세포나 조직은 일부가 손상돼도 이식 후 회복이 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냉동인간의 경우 일부 세포의 손상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수빈 동아사이언스 기자 sb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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