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조 손실끝에 임단협 잠정 합의

동아일보

입력 2013-09-06 03:00 수정 2013-09-0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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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돈으로 봉합’ 올해도 되풀이

현대자동차 노사가 5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 잠정 합의했다.

노사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문용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등 교섭대표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5차 교섭을 열고 3시간 만인 오후 7시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사는 임금 9만7000원 인상, 성과급 350%+500만원 지급, 목표 달성 장려금 300만 원, 주간 2교대제 정착 특별 합의 명목 통상급의 100% 지급 등에 합의했다. 또 1인당 수당 1만원 지원, 품질 향상 성과 장려금으로 통상급의 50%+50만 원 지급, 주거 지원 기금 50억 원 증액, 대출금 한도 2500만 원으로 증액, 미혼자 결혼자금기금 10억 원 증액안 등에서도 접점을 찾았다.

이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1인당 수령액은 통상임금의 500%+현금 850만 원(50만 원 상당 복지 포인트 제외)으로, 2000만 원 안팎이다. 노사는 막판 쟁점이던 노조 간부 고소 고발 및 손해배상 소송 철회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정년 61세로의 연장은 현행 60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정체 및 엔화 약세 등 어려운 경영 여건을 함께 극복하자는 데 노사가 공감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9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잠정합의안의 최종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현대차 노사는 5월 2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5일까지 25차례에 걸쳐 임금 및 단체협상을 한 결과 101일 만에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 노조는 지난달 20일부터 10차례 부분 파업을 했다. 현대차는 노조의 파업으로 차량 5만191대를 만들지 못해 1조22억 원의 생산차질액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금 및 단체협상은 원칙을 고수한 사 측의 ‘판정승’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현대차는 국내 생산 비중이 높아 노사 협상을 벌이면 노조에 끌려 다니기 일쑤였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을 벌충할 여지가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2000년부터 추진해 온 주요 권역별 해외 생산 거점 구축이 지난해 브라질 공장 완공을 통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국내 공장이 멈추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달 기준으로 현대차의 해외 생산 능력은 379만 대로 이미 국내 생산 능력(351만 대)을 넘어섰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해외로 옮겨 노조 파업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 측은 노사 협상 과정에서 이런 점을 부각시키면서 노조를 압박했다.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은 잠정합의안이 나온 뒤 동아일보 기자에게 “임금 부문은 회사의 성과를 노조와 합리적으로 공유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마칠 수 있었다”면서 “노조의 일부 무리한 요구나 조합원 개인의 고소 고발 및 손해배상 소송 철회 등 비공식적인 요청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특히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同數) 구성, 해외 설비투자 시 심의 의결 요구 등은 회사의 고유 권한인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지난달 20일부터 15일간 이어진 노조의 부분 파업에 대해서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는 “이번 합의안 도출은 원칙을 지키며 합리적인 선에서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자동차산업의 노사 관계에 새 지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파업 이후 금전적 보상이 이어지는 협상 과정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어느 쪽에 유리한 결과인지를 따지는 것보다 근본적인 노사관계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울산=정재락 기자·이진석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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