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를대로 오른 물가…상승률 꺾였다지만 체감은 ‘글쎄’
뉴스1
입력 2024-12-26 15:58 수정 2024-12-26 15:59
[2024 韓경제 결산]②올해 1~11월 누계 물가 상승률 2.3%
4년 전과 비교하면 14.1% 오른 셈…“환율 향후 최대 관건”
올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상승률이 1%대 초중반까지 둔화하며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물가의 수준 자체가 올라간 만큼 상승률 둔화를 체감한다는 목소리는 크지 않은 모습이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2% 부근에서 안정될 것이란 게 현재 주요 대내외 기관의 전망이지만,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위험 요인이 적잖단 분석이 나온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통계청은 오는 31일 ‘2024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한다. 올해 1~11월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지난해 같은 기간(3.6%)보다 1.3%포인트(p) 하락했다.
월별로 보면 올해 1월 2.8%에서 2월과 3월(각 3.1%) 상승률이 반등한 이후 물가는 꾸준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7월 상승률(2.6%)이 전월(2.4%)에 비해 확대되긴 했으나 이후 9월(1.6%)에는 1%대까지 떨어졌다. 10월(1.3%)과 11월(1.5%)도 1%대로 안정세를 보이는 게 현재 국내 물가의 상황이다.
12월 실적치 공개만을 남긴 현재로서도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이달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12월 한 달의 물가 상승률이 연간 실적에 큰 변동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음에도 이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1~11월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1(2020년=100)이다. 달리 말하면 4년 전인 2020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올해 물가가 14.1% 더 높다는 의미다.
즉 재작년 연간 물가 상승률이 5.1%에 달하고, 지난해(3.6%)에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물가 수준 자체가 몇 년 새 크게 올라버린 셈이다.
실제 체감물가 지표상으로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쉬운 물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1월 기준으로 1.6% 오르는 데 그쳤으나, 이 중 상승률이 10%를 웃돈 품목만 16개에 달했다.
무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62.5%가 올랐으며, 호박(42.9%), 김(35.0%), 오이(27.6%), 시금치(27.0%), 상추(25.5%) 등도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저가 상품의 가격이 고가 상품에 비해 높이 오르는 이른바 ‘칩플레이션’(cheapflation)도 서민들의 물가 둔화 체감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칩플레이션은 값이 싸다는 뜻의 ‘칩’(cheap)과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분위 저가 상품의 전년 대비 가격 상승률은 16.4%에 달한 반면, 4분위 고가 상품의 가격 상승률은 5.6%에 그쳤다. 저가 상품에는 국내산 재료보다 수입 원자재가 많이 사용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 정국 등의 불확실성 확대는 내년도 물가 경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달러·원 환율은 145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달러·원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현재 주요 기관의 내년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 안팎이지만, 향후 정치적 국면에 따라 달성이 요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환율이 1430원으로 유지될 경우 내년 물가상승률은 1.95%로 0.05%p 정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물가 상승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미국의 경우 경기가 좋아지면서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비용이 커져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라며 “환율이 향후 물가 상승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뉴스1)
4년 전과 비교하면 14.1% 오른 셈…“환율 향후 최대 관건”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음식점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올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상승률이 1%대 초중반까지 둔화하며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물가의 수준 자체가 올라간 만큼 상승률 둔화를 체감한다는 목소리는 크지 않은 모습이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2% 부근에서 안정될 것이란 게 현재 주요 대내외 기관의 전망이지만,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위험 요인이 적잖단 분석이 나온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통계청은 오는 31일 ‘2024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한다. 올해 1~11월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지난해 같은 기간(3.6%)보다 1.3%포인트(p) 하락했다.
월별로 보면 올해 1월 2.8%에서 2월과 3월(각 3.1%) 상승률이 반등한 이후 물가는 꾸준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7월 상승률(2.6%)이 전월(2.4%)에 비해 확대되긴 했으나 이후 9월(1.6%)에는 1%대까지 떨어졌다. 10월(1.3%)과 11월(1.5%)도 1%대로 안정세를 보이는 게 현재 국내 물가의 상황이다.
12월 실적치 공개만을 남긴 현재로서도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이달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12월 한 달의 물가 상승률이 연간 실적에 큰 변동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음에도 이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1~11월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1(2020년=100)이다. 달리 말하면 4년 전인 2020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올해 물가가 14.1% 더 높다는 의미다.
즉 재작년 연간 물가 상승률이 5.1%에 달하고, 지난해(3.6%)에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물가 수준 자체가 몇 년 새 크게 올라버린 셈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가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4.1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실제 체감물가 지표상으로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쉬운 물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1월 기준으로 1.6% 오르는 데 그쳤으나, 이 중 상승률이 10%를 웃돈 품목만 16개에 달했다.
무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62.5%가 올랐으며, 호박(42.9%), 김(35.0%), 오이(27.6%), 시금치(27.0%), 상추(25.5%) 등도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저가 상품의 가격이 고가 상품에 비해 높이 오르는 이른바 ‘칩플레이션’(cheapflation)도 서민들의 물가 둔화 체감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칩플레이션은 값이 싸다는 뜻의 ‘칩’(cheap)과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분위 저가 상품의 전년 대비 가격 상승률은 16.4%에 달한 반면, 4분위 고가 상품의 가격 상승률은 5.6%에 그쳤다. 저가 상품에는 국내산 재료보다 수입 원자재가 많이 사용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 정국 등의 불확실성 확대는 내년도 물가 경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달러·원 환율은 145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달러·원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40(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에 현재 주요 기관의 내년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 안팎이지만, 향후 정치적 국면에 따라 달성이 요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환율이 1430원으로 유지될 경우 내년 물가상승률은 1.95%로 0.05%p 정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물가 상승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미국의 경우 경기가 좋아지면서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비용이 커져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라며 “환율이 향후 물가 상승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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